"제주는 지금 폭발 직전…해군기지에 공군기지까지?"

[기고] 해군기지 건설 논란의 현장을 가다

제주도가 국방부의 중요한 관심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군기지 건설 때문이다. 지난 4월 중순 국방부 장관의 제주도 방문 이후 1주일이 멀다 하고 국방부 수뇌의 방문과 입장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군 당국이 제주도에 대해 이렇게 집중적인 관심을 보이는 것은 4·3 이후 처음이다.

5월 31일에도 국방부의 제주도 방문은 이어졌다. 오후 2시 30분에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국방부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국방부 최광섭 자원관리실장을 비롯해 해군본부 김성찬 전력기획참모부장, 공군본부 김용홍 전략기획참모부장 등이 직접 기자회견을 나섰다. 해·공군의 장성들까지 언론에 직접 나서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 기자회견은 제주 언론사 대부분이 참석한 가운데 열띤 분위기에서 열렸다. 기자들은 국방부와 제주도의 이면합의 의혹과 공군기지 건설에 관한 여러 의문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제주도에서는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국방부와 제주도청의 밀약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중요한 결정을 미리 짜놓고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 국방부와 해군, 공군의 장성급들이 참석한 국방부 제주지역 기자회견. 이 자리에서 국방부는 제주도에 계획 중인 공군기지에 대해서 전투부대가 아닌 탐색구조부대라는 점을 강조했다. ⓒ프레시안

해군기지 건설에 이어 공군기지 건설 의혹까지

실제로 제주참여환경연대에서 2주 전에 그런 문건을 공개했고, 국방부는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했다. 노회찬 의원(민주노동당)이 제기한 국방중기계획에 따른 '공군의 제주도 전투기 대대 추진'도 해군기지 건설로 심각한 제주의 상황을 걷잡을 수 없는 의문의 도가니로 끌고 갔다.

노회찬 의원의 발표 전까지 국방부나 공군에서 공군기지 건설은 언급하지 않았다. 해군기지 때문에 부담스러운 탓인지 공군은 제대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공군기지를 추진하려다 국회에 들킨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공군의 전력 분야 고위간부가 직접 나선 것은 제주도의 공군기지 논란이 만만치 않은 의혹으로 번져갈 조짐 때문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공군은 '전투부대가 아닌 탐색구조부대'라는 점을 누차에 걸쳐 강조했다. 아울러 '전투기와 대형탄약고 등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헬기와 수송기 몇 대가 들어오는 것인데도 30만 평의 부지에 부대를 조성한다는 계획은 여전히 의구심을 일으켰다.

더욱이 공군 측은 공군기지의 건설은 '민간공항과 함께 사용하는 제주 제2공항 건설계획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민간공항 건설의 주체인 건설교통부와의 협의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건교부는 전혀 다른 입장이다. 지난 5월 25일 건교부는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향후 20년 국가교통의 헌법이라고 밝힌 국가기간교통망수정계획을 밝히면서 "항공 분야는 신규 사업보다는 기존 공항의 시설과 시스템을 개선하는 질적인 보강으로 가닥을 잡을 것"임을 발표했다. 새로운 공항을 짓기보다 기존공항의 시설과 인프라 최대한 혁신하여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해군기지 들어설 강정마을 주민 여론도 돌아설 기미

국방부와 각 군 전력 책임자들이 제주도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것은 최근 제주의 분위기 때문이다. 비록 김태완 지사가 여론조사를 통해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 방침을 확정했지만 여전히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김태완 지사가 불법선거운동으로 2심에서 당선 무효형 확정 판결을 받은 것도 국방부를 초조하게 하는 한 이유다.

특히 주목을 끄는 점은 해군기지 후보지 서귀포시 강정마을의 분위기다. 지금까지 강정마을은 정부나 일부 언론에서 주민들 스스로 해군기지를 유치하기로 결의한 것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5월 30일에 저녁 강정마을회관에서 또 다른 상황이 있음을 알리는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는 강정마을 주민 약 150명이 모여서 분분했던 해군기지에 대한 의견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지금까지 해군기지 유치를 적극 찬성한 주민이 대개는 직접 보상이 가능한 어촌계 관련 주민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정부 보상에 대한 장밋빛 기대도 이들로부터 확대재생산 되었다. 실제로 이날 모인 주민들은 보상이나 그 밖의 기지건설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대책위원회' 한홍찬 위원장은 "국방부와 해군은 주민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며 "보상만 놓고 보더라도 주민에게 공식적으로 전달된 내용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왜 전국적으로 군 부대 건설이 저항에 부딪히는지 국방부는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방부장관이나 해군참모총장의 직인이 찍힌 구체적인 보상 대책은 주민들에게 전달되지 못했다. 아울러 마을 전체의 대표성을 지닌 단위와의 보상 협의도 없었다. 국방부나 해군이 생각하는 것과 강정마을의 유치 찬성 진영이나 여기에 주목하는 주민들이 바라는 보상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것으로 보인다.
▲ 지금까지 해군기지 찬성 지역으로 알려졌던 강정마을에서 약 150명의 주민이 모여서 국방부의 추진 계획에 강한 의문과 불신을 제기했다. ⓒ프레시안

갈등 끓어오르는 제주도

제주도의 해군기지 논란은 앞으로 더욱더 거세질 전망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국방부가 지역 주민에게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상세한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도정을 책임지는 제주도청 역시 이런 흐름에 제동을 걸기는커녕 국방부와 함께 유치를 지역 주민에게 강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제주도 해군기지 문제는 부안, 평택에서 경험했던 국책사업으로 인한 대규모 갈등으로 비화할 것이다. 정부는 항상 국책사업의 필요성만 이야기 했지 정확한 계획과 상세한 정보를 밝히지 않았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주민들의 충분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고 정부를 따라가는 무기력함으로 일관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선언한 '평화의 섬' 제주가, 대통령의 결정으로 '갈등의 섬'으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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