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추미애가 맞고 윤석열이 틀렸다

[기자의 눈] 검찰에 필요한 건 '레드팀'이 아니라 '메멘토 모리'

윤석열 검찰총장의 발언으로 확실해졌다.

"수사와 기소는 분리될 수 없다"

검찰의 핵심 권력에 손 대지 말라는 것이다. 검찰 조직의 본심이다. 검찰 개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윤 총장의 발언은, '수사와 기소는 검찰 그 자체요, 기소독점권은 검찰만의 신성한 권력이며, 이를 휘두르는 것도 제어하는 것도 무조건 검찰이 해야만 한다'는 논리 위에 서 있다. 단순하다. '건드리지 마'라는 것이다.

많은 언론, 특히 보수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 추미애 장관이 제안한 "검찰의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 윤석열 총장이 '반기'를 든 것으로 해석했다. 곧이어 검찰 내부에서 전국 부장검사를 중심으로 법무부장관의 발언에 반박하는 정밀한 데이터와 자료를 모으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2000명의 거대한 검찰 조직이 개혁 앞에서 집단 반발하고 있다.

공소장 비공개라든지, 일부 검찰 인사라든지 얼마든지 추미애 장관을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요사이엔 검찰이 공소장 비공개 사태에서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하는지, 법무부와 '전투' 그 자체에 몰두하려는 모습마저 보인다. 힘 빠진 여당을 힘 받은 야당이 몰아붙이듯, 기세를 타고 법무부의 '검찰 개혁안'에 일격을 가하려는 듯 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모든 사안은 개별적으로 의미가 있다. 아무리 빌미를 제공한 쪽이 추미애 장관이라 할지라도, 여론을 등에 업고 검찰 개혁의 당위성마저 뒤엎으려는 시도에 대해 누군가는 꾸준히 언급하고 지적해야 마땅하다. 이 칼럼은 그런 용도다.

수사와 기소는 분리될 수 없다는 논리에 윤 총장이 힘을 싣자, 검사들이 들고 일어섰다. 법무부는 "검찰 자체적인 통제와 견제를 강화하자는 차원에서 새로운 제도를 논의해가자는 것"이라고 진의를 설명하며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그에 대해서도 이미 검찰 안에 '레드팀'이 있다고 반발한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환경부 블랙리스트와 송인배 전 청와대 비서관 수사를 담당했던 복수의 수사팀 관계자도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이었던 이성윤 현 서울중앙지검장이 수차례 법리검토를 지시하며 수사에 제동을 걸었던 것이 바로 그 사례'"라고 지적했다는 것에 의미를 뒀다.

정치적 성격의 수사라 언급하기 조심스럽지만, '결국 2심에서 유죄를 받지 않았느냐'는 결과론을 두고 검찰 내부의 공소 제기 과정에서 나온 '이견'을 조롱하듯 언급하는 것도 부적절하다. 추미애 장관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일부러싸잡아 흠집내려는 의도에서 나온 말 같은데, '레드팀' 운운하는 검찰의 인식은 더 문제다.

'레드팀'이 존재하니 괜찮다'는 건, 알아서 할 테니 건드리지 말라는 말이다. 이런 '검찰 내부 반발'들의 특징은 검찰 개혁을 무슨 '조직 관리' 수준에서 해결될 것처럼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 묻자. 그 '레드팀'은 왜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에선 작동하지 않았나? 아니, 작동했는데 뭉개고 갔던 것인가? 검찰 개혁은 '조직 관리'같이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다. 지금 시스템이 잘 돌아가니, 앞으로도 잘 돌아갈 것이라는 태도야말로 '인디언 기우제'식 검찰 개혁이다. 그게 지금 윤석열 총장 뒤에 숨은 '검찰론자'들의 행태다.

최근 권력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로 면죄부를 얻은 듯 행동하고 있는 검찰은, 과거 '권력의 개'로 취급된 적이 있었다는 점을 잊지 않을 것이다. 그에 대한 반성을 단 한번이라도 한 적이 없다.

검찰권의 가장 큰 힘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결합돼 있다는 데에서 나온다. 검찰 권력의 핵심이다. 이 지점에서 비롯돼 항상 문제가 됐던 검찰의 행태는 무리한 수사와 부실 수사, 크게 두 가지다. 전자는 권력의 하명을 받아 수사할 때 자주 발생한다. MBC 피디수첩 수사, KBS 정연주 사장 수사,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등이다. 그리고 공안 수사에서도 자주 나타나는데, 이석기 및 통합진보당 수사(및 정당 해체!), 미네르바 수사, 유우성 간첩 조작 수사 등이다. 검찰에 '레드팀'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제대로 된 공소 제기가 불가능한 사례들이다.

그 다음엔 부실 수사. 이것은 증거가 안남는다는 점에서 교묘하고 고약하지만, 그래도 사례들은 꽤 있다. 이명박 후보(대통령이 되기 전) BBK 수사, 국정원의 정치 및 선거 개입 수사, 이명박 정부 총리실 민간인 사찰 수사, 그리고 검찰의 '안면 인식'에 큰 문제가 있던 게 드러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수사, 등등이다. 상당 수의 수사는 '재수사'라는 굴욕을 겪었다. 그것도 권력이 넘어간 후에. '레드팀'은 대체 어디에 있었나?

그뿐인가. 검사들이 판사보다 전관예우 시장에서 높은 가치로 취급되는 이유는 수사 무마, 증거 빼돌리기, 전화 변론 종합 세트 때문이다. 이들은 수사 착수부터, 진행, 강제수사 돌입, 기소 단계까지 모든 걸 좌지우지한다는 '검찰 권력'의 부스러기를 어떻게 이용해 먹을지 안다.

검찰은 사례들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를 단 한번이라도 한 적이 있는가. 그렇다고 '만악의 근원인 수사, 기소권을 빼앗아버리자'고 하는 것도 아니다. 검찰의 아픈 과거를 자꾸 꺼내는 이유는, 지금 검찰이 잘 하고 있다고 해서, 앞으로 잘 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단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정권이 바뀌면 검찰은 반드시 다시 돌아간다.

"정치적 중립을 보장해주면 검찰이 바뀔 거라는 생각은 순진했다. 제도적 개혁을 하지 않은 것은 미련한 짓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이다. 정치적 중립을 보장해 주니, 마치 지금 검찰의 '살아 있는 권력 수사'가 검찰 역사의 전부인 것처럼 의기양양하다. 정치적 중립이 보장되지 않던 과거 시절의 일들을 찾아 반성해야 한다. 왜 당시 문제였고, 어떤 부분을 사과하고, 어떤 부분을 고쳐야 하는 것인지, 그 사례를 모으고 개혁안을 마련해야 할 검사들이 지금 '법무부 장관'에 반박하기 위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고 한다.

검찰은 대한민국 최고의 정무 감각을 가진 조직이다. 여론을 업을 줄도 알고, 조직을 지키기 위해 사람을 다룰 줄도 안다. 몇몇은 잘라 버리고, 몇몇은 '영웅'으로 만들 수 있다. 윤석열 총장 뒤에 숨어서 법무부장관과 검찰 개혁론자들을 '검찰의 배신자'로 몰아붙이고 있는 숨은 '적폐 검사'들의 저항을 뚫어내야 한다. 현정부 청와대의 선거 개입 사건 수사는 검찰권의 승리도 아니고, 조국 사건은 검사들의 승리도 아니다. 검찰은 윤석열 총장 이후, 어떻게 검찰 개혁을 제도화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추미애 장관 한마디에 '벌떼'처럼 일어나 말꼬투리 잡을 일이 아니라, 수사권과 기소권의 남용을 어떻게 막을지, 제도적인 대안, 충실한 대안들을 제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윤석열은 검찰 그자체가 아니다.

지금 검찰에 필요한 건 '레드팀'이 아니라, '메멘토 모리'다. 잘 나갈 때, 죽음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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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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