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한국당, 황교안·심재철 벌써 엇박자?

일격 당한 한국당, 선거법 저지 뾰족수 없이 갈팡질팡

예산안 정국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범진보 진영의 '4+1 협의체' 공조에 일격을 당한 자유한국당이 11일 장시간 의원총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지만 뾰족한 해법은 찾지는 못했다. 당 안팎에서는 '이러다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까지 계속 밀리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나온다.

한국당은 11일 오후 2시부터 무려 3시간에 걸쳐 의원총회를 열었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의총 결과 브리핑에서 "많은 얘기가 나왔고, 어제 상황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가 많아 얘기가 길어졌다"면서 "성토 발언이 대단히 많았다"고 소개했다.

심 원내대표는 "어제 3당 원내대표가 계속 협상을 했는데 마지막 순간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해서 물리력으로 밀어붙이는 모습을 봤다"며 "패스트트랙 연동형 비례대표제, 공수처 부분도 얘기하는 척만 하다가 마음대로 밀어붙이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가득했다"고 민주당과의 협상에 회의적인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심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여당과 '4+1' 협의체에 대한 성토, 문희상 국회의장에 대한 비난과 의혹 제기 등이 나왔다는 말 외에 향후의 구체적 대응 전략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앞서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의총 모두발언에서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좌파 폭정'을 막아내겠다"면서 "저는 앞으로 로텐더홀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가겠다"고 밝혀 강경론을 이끌었다.

황 대표는 "반드시 이 정부의 악정을 막아내고 '3대 국정농단 게이트'의 진상을 밝혀서 이 정부를 국민의 심판대 위에 반드시 세우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황 대표가 이날부터 농성에 돌입한다면, 단식농성을 마치고 당무에 복귀한 지난 2일 이후 아흐레 만이 된다.

황 대표가 말한 '국정농단'이라는 표현도 주목된다. 한국당은 유재수·김기현·우리들병원 등 자신들이 제기한 문재인 정부 관련 의혹에 대해 지난달 말까지는 '3대 친문 농단 게이트'라는 이름을 붙였으나, 황 대표가 당무에 복귀한 이달 초(2일 최고위원회의)부터는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박근혜 정부에서의 사건과 마찬가지로 '국정농단'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심 원내대표는 황 대표의 농성투쟁 계획을 언급하면서 "대표께서 오늘부터 농성을 시작하겠다고 했다"며 "현역의원들도 농성에 참여하겠다. 어떻게 참여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일정을 가다듬을 생각"이라고 지원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심 원내대표는 '민주당 원내대표와 대화 채널은 열려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화는 언제나 유지는 되고 있다"며 "저희들이 대화의 문을 닫아놓고 있지는 않다"고 말해 연좌농성에 나선 황 대표와 다소 다른 결을 보이기도 했다.

심 원내대표는 또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에서) 13일 본회의에 상정해서 17일에 처리하겠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과연 그쪽 사람들 말을 믿을 수 있는지 어제 상황을 복기하며 의문을 표하는 얘기들이 (의총에서) 많았다"면서도 "13일에 회의를 하려면 여야가 협의해 회의 날짜와 회기를 정해야 하는데, 그 부분과 관련해 민주당에서 얘기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늘 내일 중 민주당 측과 접촉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정치권에서는 심재철 원내지도부가 출범 만 하루 만에 여당에 허를 찔리면서 리더십에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날 신임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의총에 추인을 요구한 원내부대표단과 정책위 부의장단 인선은 반대 없이 박수로 가결됐다.

심 원내대표가 언급한 '13일 상정-17일 표결' 시나리오는 실제로 민주당을 비롯한 '4+1' 협의체에서 고려 중인 방안으로 알려졌다. 협의체는 이날 비공개 모임에서 12일에 선거법 단일안을 도출한 뒤 13일에 본회의에 상정하고 오는 16일에 처리하는 계획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체에 참여한 각당 사이에 세부적인 이견 차이가 여전하지만, 민주당은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법안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 협의체 단일안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계획이다. 17일부터 내년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까닭에 더 이상 시간을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이 이 같은 계획을 실제로 가동할 경우 이를 저지할만한 수단이 별로 없는 한국당 일각에선 협상에 참여해 최소한의 실리라도 챙겨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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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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