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의원은 12일 국회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나 "통합이 될 것인가 안 될 것인가, 양측이 다 수용할 수 있는 공천 룰을 만들면 통합이 될 것"이라면서 "자기 연고지나 희망 지역에 누구든지 공천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이번에 한해 '당원 투표'가 아닌 '국민투표'로 (후보를) 선출하는 제도로 가면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한국당 내 인적 쇄신 방안과 관련해서는 "우파 정치세력이 어렵게 되는 과정에서 책임자 급에 있었던 사람들은 이번 선거에서 쉬어야 한다"며 중진 용퇴론에 힘을 실었다. "각 지역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적용해선 안 된다"고 단서를 달기는 했다. 그는 "당이 어렵게 된 과정에서 제가 책임자 급에 있었기 때문에 책임지는 것이 제가 할 일"이라며 "품위있는 퇴장으로 보수 통합의 밀알이 되겠다"고 자신의 불출마 입장도 재확인했다.
김 의원은 한국당 비주류인 바른정당 복당파 좌장이다. 황교안 지도부를 떠받치고 있는 당내 주류는 구 친박계로, 김 의원은 이들에게 '공천권을 행사하지 말고 국민경선으로 총선 공천을 하자'고 제안한 셈이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10일자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통합 후 황교안-유승민 포함 비대위 구성 △당원 경선이 아닌 여론조사 방식 공천 등의 방안을 담은 '통합 플랜A'를 자신이 바른미래당 모 중진 의원에게 제안했다는 설에 대해 딱히 부인하지 않았다.
'플랜A'는 8월초에 김 의원 등 중진을 중심으로 논의됐으나, 10월 들어 황교안 지도부가 우파 시민단체 '자유와 공화' 등을 통해 유승민계에 '플랜B'를 제안하면서 "우여곡절"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게 김 의원의 얘기였다. 그는 "(플랜A와 B는) 달라진 게 딱 두 포인트다. △비대위가 아닌 '선대위'에 유승민 등이 참여한다. △내가 한 말(국민경선)과 달리 '100% 외부인사 공천위원회'"라고 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계와 안철수계의 연합세력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에서도 공교롭게 국민경선제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 이날 <동아일보>는 한 변혁 측 관계자가 "통합 정당의 공천은 당 지도부의 입김을 받거나 당원이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닌, 국민 여론을 대폭 반영하는 경선 제도로 만들어야 한다"며 이것이 "통합 실무논의 시작"의 조건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변혁 소속 이혜훈 의원이 앞서 두어 차례 비슷한 취지의 주장을 한 바 있다. 이 의원은 김무성 의원에게 '플랜A'를 전달받은 중진 의원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총선에서 (혁신을) 실천으로 보여줄 수 있는 건 사람에 대한 문제다. 공천, 인재 영입 등으로 보여야 한다"(7일, CBS 인터뷰)라며 "결국은 공천 룰이 어떻게 되느냐가 '혁신이 되느냐 안 되느냐'를 결정적으로 보여 주는 단면"(11일, KBS 인터뷰)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기사 내용에 대한 설명"이라고 전제하면서 "플랜B(박형준안)와 A(김무성안)의 달라진 점은, (A는) 비대위 겸 선대위인 지도부에 (유승민계가) 공천권을 갖고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것인데 플랜B는 '선대위에만 들어와라. 결정권은 없이 유세 등 선거운동만 하라'는 것이다. 공천 룰에 대해서도 A는 '국민 여론조사 100%', B는 외부 공천위원 100%로 혁신공천위를 구성해 거기서 공천을 한다는 것인데, 이것(B안)은 당에서 힘 있는 사람들이 미운 사람을 자르고 자기 사람을 심는 사천(私薦)을 할 때 외부위원들을 들러리로 세우고 마음대로 공천 장난을 쳤던 형식"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기사에 의하면, 플랜A가 B로 변하는 것을 들은 바른미래당 사람들이 '공천 장난의 가능성이 있구나' 하고 신당 창당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기사에 나온 것을 봤다"고 했다. 자신이 김무성 의원에게 '플랜A'를 전달받은 당사자가 아니냐는 질문에는 "NCND(시인도 부인도 않음)하겠다"고 했다.
김 의원과 이 의원의 말을 종합하면, 김 의원 등 한국당 내 통합 적극 추진파와 바른미래당 내 일부 의원들은 '보수 통합'의 핵심을 공천 문제로 보고 있고 그 구체적 해법은 국민경선제 또는 100% 국민 여론조사 공천으로 생각하고 있는 셈이다. 100% 국민참여경선제, 즉 오픈 프라이머리는 김 의원이 2015년 새누리당 대표 시절부터 주장해온 지론이기도 하다.
다만 변혁 측은 공식적으로는 '공천 룰이 문제가 아니다'라며 즉각 부인하고 나섰다. 변혁의 유의동 신당추진기획단 공동단장은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유승민 의원의 '3원칙'(△탄핵의 강을 건널 것 △개혁보수 기치 △불파불립)에 대한 한국당의 답변이 없는 상태에서 세부적인 실천 사항을 먼저 얘기한다는 것은 전혀 앞뒤가 안 맞다"며 "우리가 하자고 한 '개혁보수'가 (단지) 국민경선인 것은 아니지 않느냐. 전혀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유 단장은 "중요한 것은 한국당의 변화, 즉 우리의 '3원칙'을 수용하는 것"이라며 "그게 선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천 룰 등 세부 내용을 얘기할 수는 없다. 국민 눈에 당리당략으로만 비칠 것"이라고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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