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안 듣는 이란에 급해진 트럼프? 합의 안하면 "내일 또 공격"

악시오스 "트럼프, 이란 반응 2주 동안 기다리며 초조"…이란 "미국 군대 또 한 번 패했다"

미국이 이틀 연속으로 이란에 대한 공습을 강행했다. 미측의 이같은 군사 행동이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압박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전면 차단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휴전이 점점 위태로워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 중부사령부는 10일(이하 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 공식 계정에 "현지 시간 오후 5시 15분 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이란 내 여러 표적에 대한 추가 자위권 공격을 개시했다. 이 공격은 이란의 부당하고 지속적인 공격에 대한 대응"이라고 밝혔다.

주바그다드 미국 대사관은 이라크에 있는 미국 시민들에게 최고 수준의 경계와 주의를 기울일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대사관은 이라크 영공 폐쇄 또는 항공편 운항 중단 등이 예고 없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 중부사령부의 공격 개시 발표가 나온 이후 이란 <IRNA> 통신은 이날 이란 남부 지역의 반다르 압바스의 공항과 공군 기지 인근에서 여러 차례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또 남부 지역의 미나브와 시리크 인근에서 폭발음과 유사한 소리가 들렸고 케슘 섬에도 발사체에 따른 폭발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란 혁명수비대가 "F16 전투기가 페르시아만 영공을 침범하자, 혁명수비대의 방공망이 미사일을 발사했고 해당 전투기는 도주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항공우주군과 해군 전투기가 두 차례에 걸쳐 알리 살렘 공군기지와 아흐마드 알 자베르 공군기지(이상 쿠웨이트), 셰이크 이사 공군기지(바레인)에 있는 미군 주요 목표물 18곳을 공격하여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이란군 공보실은 바레인에 위치한 미군 제5함대를 드론으로 공격했다며 패트리어트 미사일 시스템의 통신 안테나와 레이더 시설이 표적이 됐다고 전했다.

이어 혁명수비대 하탐 알 안비야 중앙 사령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전면 차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사령부는 성명에서 "이 시간 이후로 지역 내 불안정함으로 인해 유조선과 상선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선박에 대해 호르무즈 해협 통행 금지를 선언하며, 어떠한 형태의 통행도 타격받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들은 "범죄자 미국의 지속적인 악행과, 미 침략군이 호르모즈간주 남부 일부 지역에 대한 공격을 개시함에 따라, 이 시간 이후로 지역 내 불안정함으로 인해 유조선과 상선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 금지를 선언한다. 이동을 시도하는 모든 선박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 발표 이후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은 호르무즈 해협을 불법으로 통과하려던 선박 두 척이 피격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령부는 "선박들이 해당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는 미국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이를 전면 부인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날 SNS인 '트루스소셜' 본인 계정에 비밀 작전을 통해 1억 배럴 이상의 석유와 200척 이상의 상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고 주장한 데 대한 반박으로 보인다.

미 중부사령부는 'X'계정에 '사실 확인'(Fact Check) 이라는 문구와 함께 "상선들은 오늘 밤에도 호르무즈 해협을 정상적으로 드나들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을 차단했다는 이란 측의 발표가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방송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란 고위 관리들이 공격 중단을 요청하기 위해 전화를 걸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란과 휴전을 이어가기 위한 양해각서(MOU)가 체결되지 않으면 내일 밤에도 폭격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란 당국자들이 자신에게 연락을 취해왔다는 트럼프의 주장을 강력히 부인한다"며 "이는 (미국이) 전쟁을 피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하탐 알 안비야 중앙 사령부는 "미국 대통령의 발표대로 미국이 이란 남부 지역에 대한 공격을 중단한 것은, 이란이슬람공화국 군대의 강력하고 압도적인 보복 대응 때문"이라며 "이로 인해 미국 군대는 또 한 번 패했다"고 주장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공격 발표 이후 약 3시간이 지난 시점에 'X' 공식 계정을 통해 "군 통수권자의 지시에 따라 6월 10일 이란 내 복수의 목표물을 겨냥한 추가적인 자위적 공습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사령부는 "이란 전역에 위치한 이란군의 감시 자산, 통신 시스템, 방공 기지 등을 공습했다"며 "미 해병대, 공군, 해군 자산은 해당 지역 해역을 통항하는 미군과 국제 상선에 위협이 되는 이란 측 목표물들을 향해 정밀 유도 무기를 발사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번 공습은 이란의 부당하고 지속적인 도발 행위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며 "미군은 여전히 치명적인 타격력을 유지한 채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으며, 즉각적인 대응 준비를 마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이번 공격은 이란과 협상에서 주도권을 확실하게 쥐고 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앞서 플로리다주 중부사령부 본부를 방문 중인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 장관은 기자들에게 "오늘밤 중부사령부는 이란을 강력하게 공격할 것이기 때문에 매우 바쁠 것"이라며 추가적인 대규모 공습을 예고했다.

그는 "이란은 좋은 거래를 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응하지 않았다"며 "미국은 이란의 주요 시설에 폭탄을 투하할 것이다. 이는 전쟁을 재개하려는 것이 아니라 협상의 조건을 정하기 위한 것이다. 폭탄으로 협상해야 한다면, 우리는 폭탄으로 협상할 것이다. 이란이 현명한 결정을 내리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번 공격의 목표물이 이란 남부에 집중됐으며 △방공 시스템 △레이더 △드론 지휘통제 시설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미국이 이틀 연속 이란을 공격하는 배경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제안에 대한 이란의 반응을 거의 2주 동안 기다리면서 점점 더 초조해하고 있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조급함을 꼽았다.

매체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고려 중인 옵션 중 하나는 이란이 협상에서 입장을 바꾸도록 압박하기 위한 대규모이지만 단기적인 작전이라고 밝혔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협상에서 미국을 "바보 취급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며 이란이 양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휴전 중인 가운데 이틀 연속 이어진 교전에 사실상 휴전이 파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X'의 본인 계정에서 "이번 주에는 공격이 더욱 확대되었고 상황도 한층 악화되었다. 현재의 휴전은 사실상 완전한 휴전이라기보다 '부분적인 교전 중단'에 가까운 상태"라고 규정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러한 제한적인 교전이 전면전으로 번질 위험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모든 당사자는 외교적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더 이상의 공격도, 더 이상의 변명도 안된다"라고 말했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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