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사업은 김 위원장의 선친인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한국 기업인 현대아산에 2030년까지 독점권을 준 사업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선임자들의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됐다"고 비판하고, "금강산은 우리 땅"이라며 남북관계 발전과 관계없이 북측이 자체적으로 '금강산 관광지구 총개발 계획'을 수립해 관광사업에 나서라고 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의 23일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조선노동당 장금철 통일전선부장, 김여정 선전선동부 1부부장, 조용원 조직지도부 1부부장 등 당 간부들 및 최선희 외무성 1부상과 함께 금강산을 현지지도한 자리에서 먼저 현대아산이 지어놓은 금강산 관광지구 건물들에 대해 흠을 잡고 나섰다.
김 위원장은 "관광지구에 꾸려놓은 봉사건물들, 건축물들이 민족성이라는것은 전혀 찾아볼수 없고 범벅식"이라며 "무슨 피해지역의 가설막이나 격리병동처럼 들여앉혀 놓았다", "건축미학적으로 심히 낙후할 뿐 아니라 그것마저 관리가 되지 않아 남루하기 그지없다"고 혹평했다.
그는 "세계적인 명산인 금강산에 건설장의 가설건물을 방불케 하는 이런 집들을 몇 동 꾸려놓고 관광을 하게 한 것은 대단히 잘못됐다"며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금강산이 10여 년간 방치돼 흠이 남았다. 땅이 아깝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국력이 여릴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 정책이 매우 잘못됐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비판 대상에 김정일 위원장까지 포함될 수 있는 대목이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선임자들'을 "심각히 비판했다"고 전했다.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사업과 북한 내 SOC 개발사업에 대해 지난 2000년 8월부터 30년간 독점개발권을 갖고 있다. 이는 1998년 10월 고(故)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소떼 방북'으로 김정일 위원장과 만나 약속받은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날 현지지도 내용은 이를 부정하는 취지다.
김 위원장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해 싹 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의 자연 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시설을 "범벅식", "가설막"이라고 낮춰 말한 것은 결국 이를 위한 포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나아가 "지금 금강산이 마치 북과 남의 공유물처럼, 북남관계의 상징·축도처럼 돼 있고, 북남관계가 발전하지 않으면 금강산 관광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고 잘못된 인식"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금강산은 피로써 쟁취한 우리의 땅이며 금강산의 절벽 하나, 나무 한 그루에까지 우리의 자주권과 존엄이 깃들어 있다"면서 "금강산 관광 봉사와 관련한 정책적 지도를 맡은 당 중앙위원회 해당 부서에서 금강산 관광지구의 부지를 망탕(되는대로 마구) 떼어 주고 문화 관광지에 대한 관리를 외면해 경관에 손해를 준 데 대해 엄하게 지적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금강산 지구에 현대적 문화관광지를 훌륭하게 개발하는 데서 나서는 구체적인 과업들을 제시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애초에 그의 현지지도 목적 자체가 "금강산을 우리 인민들과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종합적인 국제관광문화지구로 훌륭히 꾸릴 구상을 안고 금강산 지구를 현지지도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금강산에 고성항 해안관광 지구, 비로봉 등산관광 지구, 해금강 해안공원 지구, 체육문화 지구를 꾸리며 이에 따른 '금강산 관광지구 총개발계획'을 먼저 작성·심의하고 3~4단계로 갈라 연차별로, 단계별로 건설해야 한다"고 말하고 각 지구마다 현대적 숙소를 건설하고, "골프장도 세계적 수준에서 다시 잘 건설"하며, 스키장 건설, 항구여객역(여객터미널) 건설, 관광비행장(공항) 개발 및 관광전용열차 신설 등 교통편 정비까지 종합적인 구상을 밝혔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세계적인 관광지로 훌륭히 꾸려진 금강산에 남녘 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지만, 우리의 명산인 금강산에 대한 관광 사업을 남측을 내세워 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대해 우리 사람들이 공통된 인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약속을 저버리고, 남측을 제치고 직접 북한이 관광사업을 하겠다는 그의 이번 발언은 금강산 관광 재개에 미온적인 한국 정부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압박하기 위한 성격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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