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선거법 부결시키겠다"...안철수 '달리기 정치' 본격화

신당 창당설 속 유승민·안철수 움직임 본격화

바른미래당 비당권파인 유승민-안철수계가 '손학규 지도부'에 반대하는 새로운 모임을 꾸렸다. 모임 대표를 맡은 유승민 전 대표는 "창당 초심"을 강조하며 "세 규합"을 예고했다. 독일에서는 안철수 전 대표가 새로운 책 출간 소식을 알려왔다. 반년간 끌어온 바른미래당의 내분이 비당권파의 탈당과 신당 창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유 전 대표는 30일 오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이라는 새 모임 대표를 맡아 첫 회의를 주재했다. 유 전 대표는 회의 후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의원들께서 원하셔서 대표를 맡게 됐다"며 "(비상행동은) 당이 처한 절박한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해나갈지 중지를 모으고 행동하는 모임이다. 개인적으로 원치 않았던 일이지만 모임이 당초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제 모든 것을 바쳐 대표직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유 전 대표는 "바른미래당은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지난 2018년 1월 18일, 안철수 전 대표와 제가 국민 앞에서 더 나은 세상, 대한민국 밝은미래를 만드는 개혁적 중도보수정당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국민 앞에 드리고 출발한 정당"이라며 "당이 어려움을 겪는 이 시점에 여전히 창당 정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창당 정신을 회복하고 초심으로 돌아가는 데에 '비상행동'의 갈 길이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유 전 대표는 향후 행보에 대해 "탈당에 대해서는 전혀 결론이 나지는 않았다"면서도 "다만 우리가 지금 이대로 갈 수는 없다는 점에 모든 의원들과 원외위원장 상당수가 공감하고 있다"며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모든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탈당과 신당 창당에 대해 제가 말씀드린 것은 '결론난 것이 아직 없다. 결심이 서면 당당히 국민 앞에 말씀드리겠다'는 것"이라며 "결심이 서면 그때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그는 "당 안팎에 저희와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을 다양하게 만나겠다"며 "국감 기간 중에는 제가 이런 세력을 규합하는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와의 의견 조율에 대해서는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 중에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과 계속 대화하고 있고, 안 전 대표와는 그 동안 그 분들을 통해서 교감을 죽 해왔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모임이 출발하니까 저도 안 전 대표에게 뜻을 전하고 안 전 대표 뜻도 물어보려 한다"고 덧붙였다.

손학규 지도부에 대해서는 더 이상 대화가 무망하다는 뜻을 드러냈다. 그는 "모임이 출범한 오늘부로 그 분과 더 이상 싸우지 않겠다. 저희들이 정치를 하는 이유가 그 분과 추한 싸움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라며 "오늘부로 그 싸움은 끝을 내겠다. 아무리 싸움을 걸어와도 더 이상 싸울 일 없을 것"이라고 했다.

유 전 대표는 한국당 복당설 혹은 연대설에 대해서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당 일부에서 (저희에게) '한국당과 통합하려고 이러는 것 아니냐'는 것은 앞뒤가 안 맞고, 저희의 진정성을 모독하는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2016년 12월 구 새누리당을 탈당한 이후 그 후신인 한국당에 대해서는 3년 가까이 똑같은, 일관된 얘기를 해왔다"며 "저희들이 추구하는 개혁보수정치의 길에 동참할 수 있다면 누구와도 합칠 수 있으나, 지금 한국당의 모습이 그런 새로운 보수,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보수의 모습으로 재건하고 있느냐에 대해 늘 회의적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많은 국민은 보수정치가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성찰과 새로운 희망·대안을 갖고 새로 태어났으면 하고 원하고 있다"며 "그것이 중도보수의 길이라 생각하고, 그 길위로 어떤 세력이든 힘을 합치겠다면 대화의 문은 언제든 열려 있다"고 말했다.

조국 법무장관 관련 논란 이후, 한국당에서 연대와 관련한 구체적인 제안을 받았는지와 관련해 그는 "구체적 제안 받은 것은 없다"며 "(조국 장관 반대라는 입장은 같지만) 장외 집회를 한국당과 같이하느냐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현안과 관련해서는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선거법 개정안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파장을 예고했다. 그는 "이 모임의 대다수 의원들은 연동형지례제이든 어떤 형태든 여야가 합의하는 선거법 개정이 아니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생각"이라며 "그래서 패스트트랙 이후 민주당과 정의당이 추진하고 있는 그 선거법 개정은 저희들이 같이 할 수 없고, 본회의 표결에 부쳐지면 모든 수단·방법을 동원해 부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지역구 선거를 중대선거구제로 하면서 표의 비례성을 높이는 안이 나온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여야 합의가 그런 식으로 이뤄지면 환영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비상행동' 회의에는 유승민계 오신환·정병국·이혜훈·유의동·지상욱·정운천 의원과 안철수계 이태규·김수민·이동섭·김삼화·신용현·김중로 의원이 참석했다. 유승민계 하태경 의원은 부산 지역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고, 안철수계 권은희 의원은 회의 참석에 부담을 느껴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들도 참여 의원 명단에는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손학규 지도부가 최고위원회 회의를 여는 매주 월·수·금요일에 대응 회의를 열 예정이다.

안철수도 움직이나?

공교롭게도 이날 안 전 대표도 독일 체류 경험 등을 담은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인내하며 한발 한발 내딛는 삶에 대하여>(21세기북스 펴냄)라는 책을 출간했다. 안 전 대표 측 김도식 전 비서실장은 지지자 모임 카페에 출간 소식을 전하며 "앞으로도 그의 달리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썼다.

책의 정식 발간일은 다음달 9일이다. 다만 복수의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들에 의하면, 안 전 대표의 귀국이나 출판기념회 등은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책 출간은) 정치 일정과는 무관한 순수한 기록"이라고 강조했다.

출판사가 일부 공개한 책 내용에 따르면, 안 전 대표는 책에서 "지난 6년의 시간 동안 내가 해온 정치의 결과, 그 모든 것은 바로 내 책임"이라며 "가족은 물론 주변 사람들, 내 뜻을 지지해준 많은 사람이 큰 상처를 받았다. 나는 그 모든 상처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도 그는 "인생에서 늦은 때란 없다"는 깨달음을 강조하고 "앞으로 무슨 일을 하든지 '문제 해결사'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단순히 책 발간이 바른미래당 비당권파의 '비상행동' 출범과 일정이 겹친 점뿐 아니라, 최근 안 전 대표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그의 정치 복귀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점도 주목받는다.

지난 24일 서울시내와 충북 청주시 등에는 사실상 안 전 대표의 복귀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문구 선정 등은 과거 선거캠프 실무자 등 안 전 대표 측 인사들이 일부 관여했지만 현수막 제작 결정과 비용 부담 등은 '지지자들의 자발적 결정'이라고 한다.

현수막의 내용은 안 전 대표가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면 국민들이 분열되고 5년 내내 싸울 것"이라고 말한 점을 최근의 조국 장관 논란 사태에 비기며 "오늘, 그가 보고 싶다"고 안 전 대표를 호명하는 것이었다.

정치권에서는 '안 전 대표의 정치 복귀 명분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지난 8월 독일에서 안 전 대표를 만나고 온 이태규 의원은 당시 <프레시안> 전화 인터뷰에서 "안 전 대표는 정치 재개에는 신중한 입장"이라면서도 "야권 통합이 급물살을 타는 등 정치 상황이 변동하면 안 전 대표의 필요성이 더 커질 수 있다. 그때 본인이 여러가지를 종합적·복합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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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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