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전 대표는 지난 6일 트위터에 쓴 글에서 "10월부터는 독일을 떠나 미국 스탠퍼드 법대의 '법, 과학과 기술 프로그램'에서 방문학자로 연구를 이어가기로 했다"며 정치 재개설을 일축했다.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것"이라는 게 안 전 대표의 말이었다.
비당권파 모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을 이끄는 유승민 의원은 같은날 오후 이에 대해 "안 전 대표나 다른 분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있는 중"이라며 "당분간 미국에 있어서 국내정치에 복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보지만, 어차피 정치하려고 뜻을 세운 분이 아닌가. 마땅히 힘을 보태주실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지금까지 분명한 답은 아직 없다"며 이같이 말하고, 청년당원들과의 비공개 대화에서는 "필요하다면 (안 전 대표를 만나러) 미국이 아니라 우주라도 갈 수 있다"는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바른정당 대표를 지낸 이혜훈 의원은 8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 의원이 '우주라도 갈 수 있다'는 건 정치적인 수사라고 보인다"며 "안 전 대표 주변 측근들, 과거 멘토라는 분들은 '이렇게 국내 상황이 복잡하고 어느 한 쪽의 편을 들게 되면 다른 진영으로부터 비난받게 되는 상황에서는 절대 안 전 대표가 한국에 돌아오지 않을 거다. 안 전 대표 스타일이, 문제가 있을 때는 거기에 끼고 싶어 하지 않는다. 문제가 정리되고 나면 꽃가마를 보내드리면 올 분이다' 이렇게 많이들 이야기했는데 그 분들이 안 전 대표를 정확하게 알았던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바른정당계 하태경 최고위원도 같은날 교통방송(tbs) 라디오에 나와 "후배로서 조언을 드린다면 이번 총선 건너뛰면 해외에서 객사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하 최고위원은 "제가 확인해 본 결과, 정계 은퇴냐? 그건 아니다. 정치 복귀를 하실 것"이라며 "총선 건너뛰고 대선으로 바로 가는 것은 자기 기반이 다 사라지는 것인데 뭘 한다는 이야기냐"고 말했다.
하 최고위원은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들) 이 분들이 지역구 선거를 뛸 텐데 당선을 위해서 본인이 뛰셔야 되고 그리고 본인도 출마를 해야 된다"며 "안 전 대표가 정치적 감에 아예 없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그의 정치 복귀를 촉구했다.
하 최고위원은 특히 "원래 내부에서는 연말연초가 데드라인이고 그 전에는 들어온다는 이야기가 많았다"면서 "오고 안 오고도 중요하지만 정치적 의사를 표시하느냐(가 중요하다). '지지한다'는 것으로도 괜찮다. 우리와 정치적으로 함께 한다는 마음이 제일 중요하고, (그게 아니라면) 우리 내부에서 결단을 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안 전 대표가 정치적 의사 표명을 해야 할 시한에 대해 "11월을 못 넘긴다"며 "안 전 대표가 정치적으로 그 정도로 둔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 의원이나 하 최고위원의 말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안 전 대표가 보다 적극적 행보를 보이지 않는 데 대한 아쉬움이 묻어난다.
안 전 대표 측에서는 이들의 말에 대해 '지나치다'며 역비판이 나왔다. 김도식 전 국민의당 대표 비서실장은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정치 일정에 마음이 급하고 안 전 대표의 복귀를 바라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안 전 대표는 지금까지 정치에 들어와서 늘 희생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사로 나섰지 언제 '꽃가마' 비슷한 것을 타본 적이 있느냐"고 반박했다.
김 전 실장은 "정치 험로를 걸었고, 미래를 위해 현지에서 외롭게 활동하고 있는 분에게 하실 말씀이 아니다"라고 이 의원의 '꽃가마' 발언을 비판하면서 "작년 지방선거 때도 바른미래당 창당 후에 본인이 희생해서 (서울시장) 선거에 나갔다"고 강조했다.
김 전 실장은 그러면서 "'당의 문제로 이런 부탁을 드려 죄송하다'는 양해·이해를 구하며 복귀 요청을 해도 원래 계획된 현지 일정 때문에 복귀가 어려울 텐데, 꽃가마를 타본 적도 없고 문제가 있을 때 희생해온 사람에게 그렇게 말씀하는 것은 도의가 아니다"라며 "같이 뜻을 모으는 과정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 발언이었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안 전 대표가 독일에서 미국으로 이동한 후에도 실무연락 등을 계속 주고받아 온 안 전 대표의 최측근 인사다.
안 전 대표 측 인사들은 "미국에 간 것도 다른 의원들에게 미리 이야기했고, 그 의원들을 통해 유승민 의원에게도 사전에 (미국행 의사를) 전달하고 양해를 구했다"면서 "중요한 것은 안 전 대표와 정치를 함께해온 의원·당직자들이 '변혁'에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안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지난 패스트트랙 사태 시점부터 안 전 대표는 '(국내 정치 문제는) 국민의당 때부터 함께해 온 의원들이 모여서 토론한 결과를 존중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번 전달한 바 있다"고 언급했다. 금년 중 독일에서 안 전 대표를 만나고 온 이태규 의원, 김철근 전 대변인 등이 '변혁'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이미 안 전 대표의 정치적 의사 표현이 있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안 전 대표 측 인사들도 안 전 대표의 귀국이나 정치적 메시지 발신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 없다"고만 하고 있다. 이태규 의원은 지난 1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안 전 대표는 정치 재개 자체에 대해서 굉장히 신중한 입장"이라며 "필요하면 저는 총선도 건너뛸 수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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