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혐의자이자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파면 결정이 유력시되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무 복귀를 당연시하는 듯 '개헌 추진' 메시지를 내놓았다. 위헌‧위법적인 12.3 계엄 선포에 대한 반성이나 사죄, 탄핵심판 결과에 대한 수용 의사는 밝히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2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마지막 변론기일에 출석해 "제가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먼저 87체제를 우리 몸에 맞추고 미래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개헌과 정치개혁의 추진에 임기 후반부를 집중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40분가량 이어진 최후 진술에서 "잔여 임기에 연연해하지 않고 개헌과 정치개혁을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해 '87체제'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이미 대통령직을 시작할 때부터 임기 중반 이후에는 개헌과 선거제 등 정치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며 "현직 대통령의 희생과 결단 없이는 헌법 개정과 정치개혁을 할 수 없으니 내가 이를 해내자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뜻을 모아 조속히 개헌을 추진해 우리 사회 변화에 잘 맞는 헌법과 정치구조를 탄생시키는 데 신명을 다하겠다"며 "개헌과 정치개혁 과정에서 국민통합을 이루는 데도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개헌과 정치개혁이 올바르게 추진되면 그 과정에서 갈라지고 분열된 국민들이 통합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그렇게 되면 현행 헌법상 잔여 임기에 연연해 할 이유가 없고 오히려 제게는 크나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통령직 복귀를 전제로 한 개헌 구상을 밝히면서 선심 쓰듯 '임기 단축'을 시사한 것이다. 탄핵소추 기각을 당연시한 그는 복귀 후 국정운영 구상도 장황하게 내놓았다.
그는 "국정 업무에 대해서는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글로벌 복합위기 상황을 감안해 대통령은 대외관계에 치중하고 국내 문제는 총리에게 권한을 대폭 넘길 생각"이라고 했다.
특히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정부의 대응 공백을 초래한 자신의 책임을 외면한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주장하며 "대외관계에서 국익을 지키는 일에 매진하겠다"고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계엄‧탄핵 국면으로 자신이 촉발한 정치사회적 혼란과 민심 분열에 대한 납득할만한 사과 메시지는 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진술 도입부에서 "많은 국민들께서 여전히 저를 믿어주고 계신 모습에 무거운 책임감도 느꼈다"며 대상을 지지층으로 국한한 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다"고 했다.
진술 말미에도 그의 사과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계엄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소중한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불편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는 선에 그쳤다. 지난해 12월 7일 계엄의 정당성을 강변하며 내놓은 담화의 연장선이다.
나아가 그는 "저의 구속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청년들도 있다"며 서울서부지법 폭동 등 극렬 시위 가담자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옳고 그름에 앞서서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계엄과 12.3 탄핵 소추 이후 엄동설한에 저를 지키겠다며 거리로 나선 국민들을 보았다. 저를 비판하고 질책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도 들었다"며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지만, 모두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부족한 저를 지금까지 믿어주시고 응원을 보내주고 계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저의 잘못을 꾸짖는 국민의 질책도 가슴에 깊이 새기겠다"며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도약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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