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이박김'에서, 이제 '조이박김' 수난시대로?

조국·이재명·김경수 등 '사법부'에 맡긴 與 주자들의 '정치생명'

여권 차기 유력 주자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이른바 '안이박김'에 이어 '조이박김'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대부분 검찰과 사법부에 의해 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어 나온 조어다. 유력 인사들의 정치 생명이 검찰과 사법부에 내맡겨져 있다는 점은, 정쟁과 계파 투쟁을 법정으로 끌고 간 정치권 스스로도 반성해야 할 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때 '안이박김'은 안희정, 이재명, 박원순, 김경수를 뜻했다. 그러나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정치 생명이 끝났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안 전 지사의 유죄가 대법에서 최종 확정됐기 때문이다. 권력형 범죄인데다, 정쟁 과정에 희생됐거나 검찰에 의해 처벌받은 게 아니며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는 점에서 그의 부활을 점치는 정치권 인사들은 없다.

최근 주목받는 인물은 조국 장관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다. 특히 조국 법무부장관은 지난 8월 내내 '조국 대전'을 겪으며 지지층 결집과 인지도 상승 현상 덕에 대권 주자급 인사가 됐다. '안이박김'이 '조이박김(조국, 이재명, 박원순, 김경수)'으로 묶여 거론되는 배경이다.

조 장관은 일단 근래에 드물게 '급부상'한 대권주자다. 지난 13일 발표된 SBS-칸타코리아 여론조사 결과는 정치권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전국 성인 남녀 1026명을 상대로 '내일 당장 대통령 선거를 한다면 어느 후보를 선택할지'를 물은 결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15.9%로 1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4.4%로 2위, 조국 법무부장관이 7%로 3위를 기록했다.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실시. 95% 신뢰 수준에 오차범위는 ±3.1% 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조 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여론이 크고, 조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 여론도 높지만, 역설적으로 조 장관 지지층을 굳히면서 지지율과 인지도가 올라간 경우다. 이처럼 지지율의 '성분'이 허약하기 때문에 조 장관의 '대권 가도'는 평탄치 않을 전망이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가족이 처벌받거나, 조 장관이 직접 가족들의 비위 혐의에 연루된 것으로 나타날 경우, 조 장관은 치명상을 입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 장관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은 매우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른바 '친문' 인사들 역시 조 장관에 대한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러나 '조국 대전'을 거치면서 '정권 재창출'을 바라보는 문 대통령과 친문의 고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친문 대표 주자' 이미지를 굳히기도 전에 그의 정치 운명은 검찰의 손에 내맡겨졌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조 장관이 '대권주자' 이미지를 굳힐지, 총망받던 차기 주자 대열에서 이탈할지 여부가 가려지게 됐다.

지난 대선에서 존재감을 보였던 이재명 경기도지사 역시 백척간두에 선 상황이다. 사법부가 그의 정치 운명을 쥐게 된 것이다. 이 지사는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자유한국당과 경쟁이 있었던 '본선'이 아니라 '경선 과정'에서 생긴 후폭풍에서 파생된 고발 사건으로 법정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1심에서는 법원이 4가지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인 수원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임상기)는 이재명 지사에 대해 검찰이 공소를 제기한 혐의 4개 중 친형 강제입원에 관한 허위사실 공표에 대해 '당선 무효형'인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선거법상 벌금 100만 원 이상 형을 확정짓게 되면 지사직을 상실하게 된다. 이 지사의 정치적 운명도 대법원에 맡겨진 셈이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 부동산 정책, 청년수당 등의 성공적 실험을 이어가며 진보 진영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지사를 둘러싼 갈등이 주로 범 여권 내부의 '친이재명'과 '반이재명' 사이에서 비롯된다. '진영 내 갈등'은 크게 봤을 때 여권의 다음 선거 준비에 큰 짐이 될 수밖에 없다.

김경수 경남도지사 역시 친문 진영에서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인사다.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인사 중 가장 젊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라는 '친노 적자' 이미지까지 갖고 있다. 민주당 계열 정당으로서는 험지에 해당하는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당선된 것 역시 '영남 민주개혁 진영'의 대표 주자로 올라설 발판이다. 그러나 그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른바 '드루킹' 일당의 포털 등 여론조작 의혹에 휘말리며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1심에서는 유죄가 선고됐고 한때 법정구속까지 감내해야 했다. 2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김 지사의 경우도 역시 사법부가 그의 정치 생명을 쥐고 있는 형국이란 평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 서울 시정을 대과없이 이끌고 있고, 검찰 수사 등 비위 혐의에서 자유롭지만, 지지율이 정체돼 있는 상황이다. 지난 총선, 지방선거에서 서울을 내준 자유한국당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다는 게 큰 이유지만, 본인 스스로의 '브랜드'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이 나온다.

'조이박김'의 수난이 깊어질수록, 여권의 선거 전망은 어두워진다. 내년 총선을 이끌어갈 '인물'이 뚜렷하지 않은데다, 이듬해 대선 흥행을 준비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사법부가 '친문 적자' 1인을 가리는 이상한 형국이라는 말까지 나오는데, 내년 총선, 그 후 대선을 생각하면 '분열'은 필패다. 여권이 단결하지 않고 각 '주자'별로 지지층이 나뉘는 등 '내분'이 장기화되면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다. 더이상 '핵심 자산'들을 잃지 말아야 하며, 당이 주자들을 집중해서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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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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