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4.3 보궐선거 패배와 패스트트랙 논란이 동시에 진행된 내홍 '1라운드'는 김관영 원내대표의 사퇴로 봉합됐다. 손학규 대표 사퇴 문제를 놓고 최고위 내부에서 격한 설전 형태로 진행됐던 내홍 '2라운드'는 하태경 최고위원이 '노인 폄하' 논란을 일으킨 끝에 지난 24일 오신환 원내대표가 "(손 대표는) 용퇴를 거부했다면 당 운영이라도 민주적으로 해 달라"고 한 발 물러서면서 잦아든 양상이다.
이어 25~26일 주말 동안, 논쟁 주제는 내홍을 수습할 혁신위 구성 등의 문제로 맞춰졌다. 바른정당계와 안철수계는 각각 회동을 갖고 이후 대응 방향을 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27일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법원의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 무효에 대한) 가처분 판결로 당의 내홍이 어느 정도 접어드는가 싶었지만 아직도 어수선하다"며 "주말에만 해도 혁신위 구성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고 언론에서는 분당이다, 봉합이다, 대표 퇴진이다 등 추측성 보도가 나고 있다"며 입을 열었다.
손 대표는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씀드린다. 퇴진, 없다. 2선 후퇴, 없다. 대표 퇴진을 전제로 한 혁신위 구성,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혁신위원장은 당의 비전을 실천하고 미래를 열어야 할 인사여야 하고, 당의 화합을 이끌 중립적 인사여야 한다"며 "당 내외에서 이런 인사를 모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최고위원 및 당원들도 널리 구하고 추천해 달라"고 했다.
손 대표의 혁신위 관련 발언은 주말새 당내 안철수계에서 바른정당 출신 정병국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추천하는 안을 준비중이라는 보도와, 실제 이날 아침 안철수계 의원 6인의 기자회견 직후에 나왔다. '정병국 혁신위' 카드는 손 대표가 먼저 제안했던 방안이니만큼, 손 대표로서는 거부하기 쉽지 않은 공세이기도 하다.
안철수계 김삼화·김수민·김중로·신용현·이동섭·이태규 의원 6인(비례, 초선)은 이날 아침 회견을 열어 "손학규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로 지지율 답보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의 지도체제와 당 전략으로는 기득권 양당이 아무리 무능하고 민생을 외면해도 바른미래당은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없음이 분명하게 확인됐다"면서 "지도부의 결단이 필요함에도 오히려 지도부 사퇴 문제를 놓고 '물러나라'는 주장과 '못 물러난다'는 주장이 맞물려 대립과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어느 한 쪽의 옳고 그름을 떠나 당을 아끼는 당원과 지지자들의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그 해법으로 혁신위 구성을 제안했다.
이들 의원 6명은 "지도부 사퇴 공방을 중지하고 '전권(全權) 혁신위원회'로 문제를 풀어가자"며 "혁신위 설치는 이미 손 대표가 제안했던 사안인 만큼, 지도부 각 구성원들이 조금의 양보와 애당심만 있다면 구성과 설치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당 구성원 모두는 혁신위 결과를 조건 없이 수용하고, 최고위원회 등 당 지도부는 국회 정상화 등 국정 현안과 민생경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6개 요구안을 내고 "혁신위는 당 혁신과 관련된 모든 의제와 사안을 제한 없이 다룬다", "최고위는 혁신위 결정을 조건 없이 수용한다", "혁신위원장은 당초 손 대표가 제안한 대로 정병국 의원으로 한다"는 등 사항을 이 요구안에 포함시켰다.
특히 이들의 회견은, 그간 당내 사안에 대해 전면에 나서지 않거나 부분적으로 이견을 보여온 안철수계가 한목소리를 내며 뭉쳤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원외 인사인 김철근 전 대변인도 이날 의원들 기자회견 시간에 맞춰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손학규 체제는 이제 빨리 정리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최고위를 할 때마다 국민들에게 좋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최악"이라며 "혁신위는 당의 모든 문제를 논의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대변인은 최근 독일에 가 안철수 전 대표를 만나고 온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손 대표는 이들의 공세에 대해 혁신위원장을 당 "내외"에서 "널리" 추천받겠다고 말함으로써 '정병국 위원장' 안에 대해 거부감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한편, 본인의 2선 후퇴나 사퇴를 전제로 한 혁신위 출범은 없을 것이라고 공개 선언하며 맞불을 놓은 셈이다.
안철수계가 혁신위 구성을 요구하고 있는 데 비해, 바른정당계(유승민계)는 한 발 물러나는 모양새다. 지난주 후반 하태경 최고위원의 '나이 들면 정신 퇴락' 발언으로 역풍이 분 이후 일관된 자세다. 하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에 참석했으나 "이번 주부터는 당 구성원 모두가 서로에 대한 비판 경쟁보다 '해법 경쟁'을 했으면 좋겠다"며 "손 대표를 비롯해 모두가 속에 있는 화를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고 초심으로 돌아가 당이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단합될 수 있는 해법을 함께 추구하는 치열한 한 주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은 아예 최고위에 참석하지 않았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최고위에서 당내 문제에 대해서는 "독단·독선으로 당을 운영하면 어찌 당이 정상화될 수 있겠느냐"고 한 마디를 한 것 외에는 자신의 전날 발언 관련 해명만 했다. 오 원내대표의 '독단·독선'이라는 표현은 이날 손 대표가 2선 후퇴를 거부한 데 이어 당 사무부총장에 국민의당 출신 이행자 전 대변인을 임명하려 한 데 대한 비판으로 해석된다.
오 원내대표는 전날 자신이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손 대표가 퇴진을 하지 않는 이상 혁신위는 꼼수에 불과하다. 차라리 그럴 바에는 갈라지는 게 낫다"고 말한 것이 분당(分黨) 가능성 시사로 해석된 데 대해 "최고위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최고위원들이 최고위에 들어올 일이 없다는 의미에서 그 말을 드린 거라고 기자들 문의에 답변을 드린 바 있다. 저는 당을 지켜 나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 원내대표는 전날 오찬 간담회에서 "혁신위원장을 앞세워 (손 대표가) 물러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본인 임기를 연장하기 위한 '들러리 혁신위'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오 원내대표는 다만 그러면서도 "손 대표가 즉각적인 퇴진 요구를 당장 받아들일 수 없다면 당 운영이라도 민주적으로 하면서 제대로 된 혁신과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해 사태 해결 가능성을 열어뒀다.
손 대표는 앞서 자신의 발언 순서에서 "이 자리를 빌려 원내대표께 한 말씀 드린다. '손 대표가 퇴진하지 않는 이상 혁신위 꼼수는 불가하다. 그럴 바에 갈라지는 게 낫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크게 유감"이라며 "갈라서자는 말을 함부로 할 수는 없다. 정치인의 말은 한 마디 한 마디가 중요하다"고 오 원내대표의 전날 발언을 문제삼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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