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 내홍 '엔드게임'…유승민 5.18 불참 공세도

임재훈·채이배 당직 임명에 바른정당계 "협의 없어" 반발

바른미래당의 내홍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당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에 자파 의원들 임명을 강행했고,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은 "협의가 없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손 대표 측과 바른정당계가 서로에 대한 정치적 공세를 제기하고, 최고위원들은 대표를, 당직자들은 최고위원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까지 연출됐다.

손 대표는 20일 오전 최고위원회 회의를 열고 임재훈 의원을 사무총장에, 채이배 의원을 정책위의장에 임명하는 안을 밀어붙였다. 손 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직 임명은) 의결 사항이 아니라 협의 사항"이라며 "최고위원들 반대도 많이 있었고 다시 협의하자는 얘기도 있었지만, 지지난번 최고위 비공개 때 협의를 했다. 반대가 있긴 하지만 임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신환 원내대표와 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은 이에 반발해 최고위 도중 퇴장했다. 이 최고위원은 회의 후 "비공개 최고위에서 손 대표에게 최고위원들이 당 운영을 민주적으로 할 것을 건의했고, 당헌당규상 '협의'가 모호하게 돼 있는 부분을 명확히 하자고 했으나 손 대표는 이를 무시하고 상정하지 않았다"며 "최고위원들은 대표가 당헌당규를 지킬 의사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즉시 퇴장했다"고 말했다.

앞서 회의 공개 부분에서도 오 원내대표는 "당헌상 협의하게 돼 있는데 그마저 생략하고 임명을 강행하겠다고 하면 당헌당규를 무시하고 당을 혼자 운영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은 △손 대표 측근인 박태순 전 바른미래연구원 부원장 연루 의혹이 제기된 4.3 재보선 여론조사 비용(당비) 지출 의혹과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의 '유승민 축출' 발언 관련 사실관계에 대한 당내 진상조사위원회를 각각 구성할 것을 최고위 안건으로 상정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두 안건 모두 손 대표에 대한 정치적 공격의 의미가 강하다.

반대로 손 대표 측인 문병호 최고위원은 "유승민 전 대표가 5.18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며 "유 전 대표의 불참은 우리 당이 자유한국당과 궤를 같이하는 보수정당이고 보수대통합에 참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등 바른정당계에 대한 정치적 역공에 나서기도 했다.

문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이 최고위원은 "최고위에서 당내 인사를 인신공격하는 발언"이라며 강경 반발했다.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의 안건 상정 요청에 대해 손 대표는 "당헌에 없는 안건 상정은 안 하겠다"고 맞섰다.

손 대표는 다만 여론조사 관련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당무감사를 하도록 지시했고, 그게 불비할 경우 특별조사위는 그 때 논의하자"며 한 발 물러섰으나, 이마저 바른정당계에서는 "당무감사위원장은 손 대표 추천으로 협의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임명된 분이다.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서는 중립적 특위가 옳다"(이준석 최고위원)라고 반대하고 있다.

이 최고위원에 따르면, 오 원내대표를 비롯한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은 "적법 절차에 따라 (최고위원으로서) 모든 권한을 다 요청할 것"이라며 '준법 투쟁'을 계속해 나갈 방침이라고 한다. 이 최고위원은 만약 "절차대로 진행하지 않고 비민주적으로 당을 운영한다면 (대표가) 정상적으로 당을 운영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이 최고위원이 회의 후 이같은 브리핑을 하는 도중, 손 대표 측 전·현직 당직자들이 "그만하시라", "보궐선거 때 술냄새 풍기며 지원유세를 하니 지지율이 나오겠느냐", "똥묻은 개", "유 전 대표는 창원에 2시간30분밖에 더 안 있었느냐"고 이 최고위원을 비난하기도 했다.

당 대표 면전에서 최고위원들이 공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선출직 최고위원이 언론 브리핑을 하는 도중 당직자들이 끼어들어 이를 비난하는 등 바른미래당의 갈등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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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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