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과거사위, 성폭행·장자연리스트 다수 의견 묵살"

'장자연 조사팀' 김영희 변호사 주장...정의당 등 과거사위 '비판'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20일 배우 故 장자연 씨의 사망 관련 의혹들에 대한 조사 및 심의 결과 성폭행 의혹, '장자연 리스트'와 검찰과 경찰의 부실 수사 의혹 등에 대해 재수사를 권고하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거사위가 <조선일보>가 장자연 리스트 관련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것에 대해 확인했음에도 성폭행 사실은 확인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재수사를 권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자연 조사팀 김영희 변호사 "성폭행 관련 구체 진술 확보...과거사위 결론 참담"

과거사진상조사단 장자연사건조사팀이었던 김영희 변호사는 장자연 조사팀의 조사 내용과 과거사위 결론과의 차이를 지적하며 과거사위 결론을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이날 오후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과거사위 결론에 대해 "장자연 사건 조사팀의 조사결과에서 소수 의견에 불과했던 검사들의 의견을 주로 위원회가 이례적으로 결론으로 채택하면서 다수 의견은 완전히 묵살되는 결과가 되었다"며 "굉장히 받아들이기 어렵고 조사단의 조사 결과와는 동떨어진 부분도 많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조사팀 6명 중 4명이 외부인사이고 2명이 검사인데 중요 쟁점에서 (외부인사와 검사들 사이의) 의견이 갈렸는데, 검사들 의견 위주로 위원회가 채택을 했다"는 주장이다.

김 변호사는 성폭행 의혹과 관련해서 "한 개의 진술이 아니라 세 개 정도의 유력한 진술이 있었다"면서 성폭행 관련해서 구체적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개시할지 여부 검찰이 판단해 달라는 것이 진상조사단 권고안의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이 부분을 위원회가 받아들이지 않고 한마디로 수사가 되도록 하지 않고, 그냥 기록을 보존하자는 검사들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소극적으로 결론이 났다"고 비판했다.

장자연 리스트와 관련해서도 김 변호사는 "다수 의견은 리스트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그것을 장자연 씨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고 내용은 피해 사실과 관련해서 장자연 씨가 피해를 입게 한 사람들의 명단일 수 있다는 게 저희 결론이었는데, 지금 위원회 결론은 리스트가 있었는지도 불분명하고 장자연 씨가 작성했는지도 모르겠고 그것이 어떤 목적으로 썼는지도 모르겠다는 것"이라며 "이런 결론이 말이 안 되는 것이 장자연 씨의 남아 있는 문건 4장은 전부 '장자연의 피해 사례입니다'라고 시작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약물에 의한 성폭행이라고 한다면 특수강간이라든지 강간치상의 경우에 해당이 되기 때문에 공소시효(15년)가 남아 있을 수 있어서 증거가 많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유력한 진술들이 있는 만큼 수사 여부를 검찰이 판단해 달라는 의견을 냈던 것"이라며 "1년 넘게 최선을 다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서 너무 참담하다"고 말했다.

정의당 "권력형 성범죄 단죄 못 하면 검찰 개혁 없다"...녹색당 "검찰, 재수사에 나서야"

이날 원내 정당으로는 유일하게 정의당이 공식 논평을 통해 과거사위 결론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이번 수사로 언론계와 재계 그리고 법조계의 성범죄 카르텔의 진상은 의혹이 아닌 실체로 드러났다. 특히 <조선일보> 사주 방 씨 일가가 수사에 외압을 넣는 등 추악한 행태가 확인됐다"며 "그럼에도 재수사를 권고하지 않겠다면, 이는 공범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정 대변인은 장자연 씨의 성폭력 피해 의혹에 대해 "심지어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며 증언까지 하고 나섰건만 의혹을 확인하지 못했다니 이는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며 "오늘의 발표는 뒤늦게라도 권력형 성범죄의 진상을 밝혀 정의가 실현되길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를 처참하게 무너뜨렸다"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수사 연장까지 하면서 밝힌 거라고는 피해자만이 있고 여전히 가해자는 없다는 반복되는 진실 은폐뿐"이라며 "장자연 씨를 두 번 죽이는 것에 다름없다"고 거듭 과거사위가 내린 결론에 대해 비난했다.

그는 "검찰 개혁을 부르짖으며 출범한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드러난 진실을 외면한 오늘 조사 결과는 여전히 살아 있는 권력층의 민원해결사를 자임하는 검찰의 변치 않는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권력형 성범죄자를 단죄하지 못하는 한 검찰 개혁은 난망하다"며 "셀프 수사는 더 이상 부질없다. 이제 장자연 씨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일에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외 정당인 녹색당도 이날 논평을 내고 과거사위의 결론에 대해 비판했다. 녹색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부실수사가 확인됐고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면 재수사를 하는 것이 상식이고, 특수강간과 강간치상 혐의에 대해 증거가 부족하다면 수사를 해서 증거를 찾는 것이 상식"이라고 밝혔다.

녹색당은 "이제는 검찰이 책임지고 재수사를 해야 한다. 성폭력·성착취를 은폐하고 부실 수사한 장본인이 검찰이다. 이 사건에 대해 재수사를 하지 않는다면 검찰은 성폭력·성착취의 공범"이라고 검찰의 재수사를 촉구했다.

녹색당은 "이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고 가해자들을 처벌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에 정의는 없다"면서 검찰이 재수사를 하지 않을 경우, 법무부가 나서서 특별검사를 임명해 수사를 하거나, 정치권이 나설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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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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