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사건,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토론회] 녹색당, 장자연 사건 진상 규명 위한 특별법 제정 등 촉구

'고 장자연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서는 특별법 제정과 성폭력특례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008년 발생한 장자연 사건은 강제추행죄(10년), 강요죄(7년) 등에 대한 공소시효가 끝나 가해자가 규명되더라도 형사처벌이 어려운 상황이다.

녹색당 주최로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고 장자연 이후 10년 - 장자연 특별법 제정과 성폭법 개정의 필요성' 토론회에서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장자연 사건은 가련한 여성의 안타까운 사연이 아니"라며 "재계, 정계, 언론계, 연예계 권력자들이 점조직처럼 얽혀 여성들을 성폭행한 반인륜적 범죄"라고 말했다.

신지예 위원장은 "지난 12월 대검 진상조사단 6인이 기자회견을 통해 검사로부터 외압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10년이 지난 지금의 대검 진상조사 과정에서도 외압은 존재하고 있다"며 "장자연 특별법을 제정해 장자연 사건의 공소시효를 배제하고 특검을 설치해 관련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위원장은 특히 "올해 3월 장자연 사건은 증언자인 윤지오 씨가 용기 있게 얼굴을 드러내어 세상에 나서면서 새로운 변곡점을 맞았는데 윤 씨는 자신 말고도 사건 진상을 증언할 수 있는 동료연예인이 4~5명 있고 자신보다 더 깊은 내용을 증언할 수 있다고 밝혔다"면서 "증언자의 비밀을 보호하고 그들의 신변을 보호할 수 있는 내용이 특별법에 명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자연 사건, 공소시효 연장 법리적으로 가능"


장자연 특별법 제정과 관련한 구체적인 법률적 문제와 관련해 하승수 녹색당 공동위원장(변호사)은 "현재 대검찰청 진상조사단 조사를 통해 고 장자연 씨가 겪었던 범죄 및 이를 은폐하려고 한 행위가 드러나고 있지만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며 특별검사제 도입 등을 내용으로 하는 장자연 특별법 제정을 주장했다. 하 위원장은 특검을 도입할 경우,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성폭력에 대한 전문성과 감수성을 가진 사람을 특별검사 및 특검의 구성원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위원장은 또 "특별법을 통해 공소시효의 적용을 정지하는 것에 법리적으로 가능하다고 본다"며 "개별 사건에 대해 공소시효에 대해 공소시효 연장을 둔 사례가 이미 있다. 1995년 제정된 5.18 광주항쟁 특별법이다. 장자연 사건에도 충분히 공소시효를 정지할 이유가 존재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 위원장은 "5.18 특별법도 공소시효 특례를 놓고 위헌 논란이 일었으나 헌법재판소는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기존의 법을 변경해야할 공익적 필요는 심히 중대한 반면에 그 법적 지위에 대한 개인의 신뢰를 보호해야할 필요가 상대적으로 적어 정당화될 수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장자연 사건은 2009년 당시에 이뤄졌던 경찰과 검찰의 수사와 기소가 부실했다는 것은 이미 충분히 드러났다. 그래서 한 가해자의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2018년 5월 28일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재수사권고를 해서, 가해자가 기소되기도 했다. 최초 이뤄진 검찰의 불기소처분이 잘못됐다는 것은 이미 인정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거대언론사 사주일가, 대기업 관계자, 고위검찰간부, 연예계의 영향력 있는 자들이 연루되어 있으며, 외압과 은폐가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이 사건의 진상이 규명되고 범죄행위자들이 처벌받아야할 할 공익은 매우 중대하다. 수 있다. 특히 '사회적 특수계급제도'가 있어서는 안 된다(헌법 제11조 제2항)는 게 우리나라 헌법에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지금 보면 사회적 특수계급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조선일보 사주 일가의 경우 자신들의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각종 불법 행위까지 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들이 있었다. 따라서 이 사건에 대해 진상을 밝히고 범죄행위자들을 처벌하는 것은 '실질적인 정의와 공평'이라는 중대한 공익을 실현하는 것이므로, 공소시효의 적용에 관한 특례조항을 두는 것은 합헌적인 입법이다."

"권력형 성폭력은 공소시효가 연장되어야 한다"


하 위원장은 또 성폭력특별법을 개정하여 권력형 성범죄의 경우 공소시효를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위원장은 "서지현 검사가 피해자인 안태근 전 검사의 성추행 사건도 강제추행죄 자체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정작 강제추행죄는 기소가 되지 못했다"며 "권력관계에서 발생한 수많은 성폭력 사건들이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기소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고용, 교육, 업무, 양육.보호 등의 관계일 경우, 자신의 지휘, 감독, 보호를 받는 사람에 대해 행해진 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는 이런 관계가 종료되는 시점까지 공소시효가 정지되도록 개정을 하자"고 제안했다.

이런 법 개정 제안에 대해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는 "공소시효가 정지되도록 하는 시점과 관련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의 경우, 지도교수와의 권력관계가 졸업하면 해소된다고 볼 수 있을까. 문화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소속사와의 계약이 종료되더라도 그 소속사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배 대표는 "권력형 성폭력 범죄의 경우, 공소시효 자체를 아애 배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장자연 사건의 핵심은 경찰과 검찰의 수사 부실이라고 생각한다. 수사 부실로 불기소 처분된 것"이라며 "공권력의 수사 부실이 드러난 때부터 공소시효를 적용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 장자연 씨 사건 법률지원단'의 전민경 변호사는 "장자연 사건의 경우 5.18 광주항쟁처럼 국가소추권 행사의 장애가 있었다고 보기보다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처럼 외부의 압력 때문에 국가의 권력 행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로 인해 수사를 못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장자연 사건, 김학의 사건 등의 본질은 뇌물거래가 아니다"면서 "성폭력 문제가 본질인 사건인데 정작 본질인 문제의 해결에 대한 이야기는 되지 않는다"고 정치권과 언론에서 이들 사건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문제를 지적했다.

김여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피해지원국장은 사이버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7년)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김 국장은 "사이버 성폭력의 경우, 불법촬영을 한 순간, 또 불법촬영물을 유포한 순간을 피해자가 인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7년 후에야 인지했다면 법적인 문제를 제기할만한 기회마저 박탈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준영 동영상 사건도 3년 전에 수사가 제대로 됐으면 그 이후의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며 "우리 사회가 피해자들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피해자들이 말하기가 어려웠다면 사회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돌아보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장자연 사건의 증인인 윤지오 배우는 토론회 인사말에서 장자연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및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연장 등의 내용을 담은 성폭력특별법 개정을 촉구했다. (관련기사 : 윤지오 "공소시효는 폐지되거나 연장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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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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