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면전서 "올드보이 수구 청산"…바른미래 또 충돌

바른정당계 "손학규 용단 내리라" 맹비난

바른미래당의 내홍 '2라운드'가 본격화됐다. 손학규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오신환 원내대표와 바른정당계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 석상에서 손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손 대표 면전에서 공개적으로 "올드보이 수구세력 청산"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 회의에는 그간 최고위를 보이콧해 온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이 참석했다. 손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세 분 최고위원이 함께 자리해 줘서 모처럼 최고위가 정상적으로 개최된 점이 기쁘다"며 "이준석 최고위원의 건의도 있고 해서 13명의 정무직 당직자 해임은 취소하겠다"고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오신환 원내대표와 하·이·권 최고위원은 손 대표의 면전에서 그를 강하게 성토하며 사퇴를 압박했다. 오 원내대표는 전날 손 대표의 기자회견(☞관련 기사 : 손학규 "수구보수에 당 넘어가지 않게 지키겠다") 내용을 거론하며 "당 대표가 동지들을 '수구보수'로 매도하며 의원들의 총의를 '패권주의'라고 한 것은 실망스런 일"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오 원내대표는 "누가 수구보수이고 패권주의냐"며 "(손 대표가) 후배들을 위해 결단을 해 달라는 게 민심이고 당심이다. 당의 큰 어른으로 용단을 내려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했다.

하 최고위원은 "어제 손 대표 기자회견을 듣고 '이제 안 되겠다. 이제는 안에서 싸워야겠다'고 결심하고 최고위에 들어왔다"며 "저희를 보고 수구보수라고 했는데, 우리 당의 가장 큰 문제는 올드보이 수구 세력을 당 내에서 청산하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하 최고위원은 "어제 손 대표의 말은 '내 말을 안 듣는 사람은 수구보수'라며 화합하지 않겠다는 선전포고"라면서 "손 대표는 부인하지만,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는 오 원내대표가 대표 사퇴를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에 사실상 손 대표 불신임 선거였고 탄핵을 의결한 선거"라고 주장했다.

이 최고위원은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의 참담한 주장처럼 손 대표가 평화당 의원들을 당에 불러들여서 전 대선 후보이자 전 대표인 유승민 의원을 축출하는 것을 모의했다면 이것은 해당행위를 넘어서는 아주 중대한 정치적 도의의 저버림"이라며 "박 의원의 협잡은 완벽한 허위이며 법적 대응을 포함한 강경대응의 필요성이 있다고 천명해 주실 것을 손 대표에게 요청한다"고 했다. 이 최고위원 역시 "굳이 지도부 교체에 대해 의견을 내는 사람들을 수구보수로 싸잡을 필요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전날 손 대표의 기자회견을 비판했다.

권 최고위원은 아예 손 대표를 향해 몸을 돌려 앉으며 "계파 패권주의에 굴복해 퇴진하는 일이 없을 거라니, 어느 계파의 패권주의냐", "오 원내대표를 선택한 계파는 무슨 계파냐"고 하는 등 두어 차례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이들 최고위원들의 발언이 진행되는 동안 손 대표는 어두운 표정으로 안색을 굳혔다. 지명직 최고위원인 문병호 최고위원만이 "바른미래당은 의원들의 당도 최고위원들의 당도 아니다. 당원들의 당이다. 대표는 당원들이 뽑은 거지 의원들이 뽑은 게 아니다"라며 손 대표를 감쌌다.

손 대표 측과 반대파의 설전은 이같은 정치적 대립을 넘어 당직 인선, 최고위 안건 상정 등 구체적 당무 사안으로까지 이어졌다. 손 대표는 당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에 자파의 임재훈, 채이배 의원을 임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런 가운데 이날 임 의원이 최고위에 배석하자, 하태경 최고위원은 공개석상에서 "임 의원은 최고위에 왜 왔느냐"며 "배석 여부를 협의할 테니 일단 나가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오 원내대표도 최고위가 비공개로 전환될 때 "임 의원은 원래 참석 대상이 아니다. 우리가 얘기하고 다시 정중히 모실 테니 나가 달라"고 했다.

바른정당계 최고위원 3인은 각각 최고위원으로서 최고위에 안건을 상정할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하 최고위원은 △지명직 최고위원 2인 임명 무효 결의안, △총선까지 당내 인사는 최고위 과반으로 통과시키자는 결의안을 상정하겠다고 했고, 이 최고위원은 △지도부 재신임을 묻는 전(全)당원투표 안건을, 권 최고위원은 △정무직 당직자 13인의 해임 행위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안건과 △박지원 의원 발언의 사실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위원회 설치안을 제안했다.

손 대표는 최고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반대파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자신에 대한 사퇴 요구에 대해 그는 "난 사퇴 안 한다. 어제도 얘기했지 않느냐"고 했다. 당직 인선에 대해 그는 "정책위의장과 사무총장 임명에 대해 협의했는데, 반대하는 분들이 많아 협의를 좀더 할 것"이라며 "그러나 이게 의결 사항은 아니고 당 대표에게 임명권이 분명히 있다. 협의해서 되도록 빨리 (임명)하겠다"고 했다. 그는 "나는 '당 대표로서 임명권을 행사하겠다'고 했더니 (최고위원들이) 반대하며 '오늘만은 하지 말아 달라'고 해서 받아들인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태경 최고위원 등이 상정을 요청한 안건들에 대해서는 "검토를 해봐야겠다"며 "그게 최고위에 의결 안건으로 올릴 수 있는 사안인지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다만 그는 이 최고위원이 주장한 재신임 당원투표에 대해서는 "재신임이라는 게 당규에 없지 않느냐"며 "정치적인 발언이 반드시 의안으로 올라와야 하는 건 아니니 살펴보겠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하 최고위원의 제안인 '인사에 최고위 과반 동의 결의' 안건에 대해서는 "그건 당헌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지명직 최고위원 철회 요구안에 대해서도 "철회할 이유가 없다. 그 때 최고위원들이 최고위에 안 나온 상태에서 비서실장을 통해 협의해 임명한 것이니 완전히 적법한 절차였다"고 했다. 권 최고위원이 '박지원 의원 발언 사실규명'을 제안한 데 대해 그는 "박 의원의 막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어제 기자들이 질문하길래 '박 의원 말을 진지하게 듣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고만 했는데 그것을 '부정하지 않았다'고 하니 말인데, '유승민 몰아내자' 이런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반대파 최고위원들은 향후 최고위 참석을 계속하면서, 최고위원으로서 안건 발의권을 지속적으로 행사할 뜻을 밝혔다. 이 최고위원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긴급 안건상정 절차는 당헌당규에 규정된 것"이라며 "안건을 상정하지 않거나 이를 제한하려 할 경우 당 대표가 정상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로 판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8일 의원총회 결의로 김관영 전 원내대표가 사퇴하고 '화합·자강·개혁'을 결의한 지 열흘도 채 안 돼서 바른미래당이 다시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