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內 캐스팅보터 권은희 "김관영 사퇴 결단"

安-劉계 의원 15명 의원총회 요구…당내 무게추 '反손학규'로 기우나

4.3 보궐선거 패배와 패스트트랙 추진 과정에서의 내홍으로 극한 갈등을 겪고 있는 바른미래당에서, 지도부·의원단 내 '캐스팅 보터'로 주목받았던 권은희 정책위의장(재선, 광주 광산을)이 김관영 원내대표 사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권 의장은 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원내지도부로서 패스트트랙 추진 과정에서 비롯된 바른미래당 의원들 간의 불신과 분열의 양상을 그대로 놓아둬선 안 된다는 책임감을 갖고, 김 원내대표와 여러 번 만나 사퇴 결단을 이야기했다"며 "​김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인 제가 패스트트랙 이전의 불신·분열 상황을 떠안고 물러나고, 바른미래당이 새로운 원내지도부를 구성해서 패스트트랙 이후 국회를 새롭게 운영해 나갈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을 (김 원내대표에게) 했다"고 밝혔다.

권 의장은 "​김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인 저의, 결단의 시기에 대한 다른 생각이 또 논란이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당을 위해 계속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현재 바른미래당은 손학규 지도부 사퇴 여부를 놓고 두 쪽으로 갈라져 있다. 구 바른정당계와 일부 안철수계는 손학규 지도부가 선거 패배와 지지율 정체, 패스트트랙의 무리한 추진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고위 구성원 9인 가운데 바른정당 출신 하태경·이준석·권은희(원외, 경기 성남분당을 지역위원장. 권 의장과 동명이인) 최고위원, 안철수계인 김수민 청년최고위원이 이같은 입장이다.

반면 손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 손 대표가 지난 1일 임명한 지명직 최고위원인 주승용·문병호 최고위원은 지도부 사퇴 반대 입장이다. 이들은 오히려 바른정당계가 총선에서 자유한국당과 연대·제휴를 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하면서 '한국당과의 연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고위 내에서뿐 아니라 의원단 내에서도 권 의장은 중요한 변수다. 바른미래당 의원 28명 가운데 의원총회 참석 대상은 통상 당 활동을 하지 않거나 당원권이 정지된 4인을 제외한 24인이다. 앞서 패스트트랙 추진에 대한 찬반을 묻는 의총에서는 찬성 대 반대가 12:11(찬성파인 박주선 의원이 불참)으로 팽팽하게 갈렸었다.

그러나 패스트트랙 추진 과정에서 김 원내대표가 오신환 의원을 사법개혁특위에서 강제 사임시킨 데 이어 권 의장까지 사임시키자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들이 찬성파에서 등을 돌렸다. 김수민 최고위원은 겸직하고 있던 원내대변인직을 사직했고, 김삼화 의원도 수석대변인직을 내려놓으며 항의 의사를 밝혔다. 신용현 의원도 당시 의총 소집 요구서에 서명하면서 사보임 반대 입장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권 의장은 지난 3일 김삼화·김수민·신용현 의원과 함께 총 15명이 서명한 의총 소집 요구서를 들고 김 원내대표를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고 이날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소집 요구서에 기재된 안건은 '지도부 거취에 대한 의견 수렴'으로 알려졌다. 바른정당 출신 의원 8명 전원에, 김 원내대표를 찾아간 4명과 이태규·이동섭·김중로 의원 등 구 국민의당 안철수계도 7명이나 가세했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와 손 대표는 앞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반대파의 사퇴 요구에 응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손 대표는 패스트트랙 가결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간담회에서 "이제 단합해야 한다"며 반대파에 최고위 복귀를 요구한 데 이어 이달 1일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을 강행했고, 3일에는 자신의 사퇴를 요구하며 '안철수-유승민 공동체제'를 요구한 원외 지역위원장 성명을 "계파 패권주의", "해당행위"라며 징계하겠다고 경고했다.

3일 오후에는 이 성명서에 이름을 올렸던 현명철 전략홍보위원장, 임호영 법률위원장, 김익환 부대변인 등 정무직 당직자 13명을 무더기로 해임하기도 했다. 해임 대상자들은 대부분 바른정당계로 알려졌다. 지도부 '흔들기'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반대파에서도 "당 간부들이 대표 사병이냐"(하태경 최고위원)라고 반발하고 있어, 지도부 거취를 둘러싼 강대강 대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권 의장 등 15인의 요구에 따라 곧 열리게 될 것으로 보이는 의원총회가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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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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