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어두운 연애시집 <내 바다가 되어줄 수 있나요>

[프레시안 books] 민왕기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민왕기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내 바다가 되어줄 수 있나요>(달아실)가 출간됐다. 서정적인 연애시들을 담고 있다.

총 46편의 시가 담긴 이 시집은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아름답고 2부는 어둡고 3부는 막막한 느낌을 담아내는 연애시집이다. 12페이지 분량의 장시 2편이 수록되어있는 것도 이 시집의 특징이다.

"말이 입에 돌면 사람은 간절해져 사모하게 된다는 걸/ 나는 여러 번 혼잣말을 해보며 알게되었다"(공중에 떠돌던 말), "아, 눈부시다 그 말이 나오면 눈물이 터져서/ 못된 것 다 털어낼 수 있대"(듬돌이라는 국숫집), "자기는 모르는 살의 느낌을 서로게 전해주고/ 나 아닌 누구를 자기라고 불러보는 쓸쓸하기도 한 일"(한 사람의 일)

시집 전반에 걸쳐 시인은 '둘'을 이야기한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 관계, 그리움과 애잔함을 담아낸다. 그러나 단순한 '연애시'는 아니다. 페이지가 넘어갈 수록 세계와 실존에 대한 탐구를 이어간다. 결국 '사랑하는 주체'는 '나'이고, 내가 창조한 내 안의 세계에서 연애가 펼쳐진다. 그 세계는 애틋하기만 한 게 아니라 어두운 단면을 함께 갖고 있다.

"물 지나면 진창과 진창과 진창들, 그리고 낙원 찾기/ 이 반복이 삶이라고 여자는 담담히 스케치북에 적는다"(낙원이 쏟아진다), "골목이 목마르고 배고픈 까닭, 그건 노인의 꿈에서 찾을 수 없지// 차라리 공화국에서 무기를 팔고 경전을 제 뜻대로 해석하고/ 사랑은 결국 지워버린 자들이 답해야 할 몫"(어린 사람에게), "여기서는 사랑도 암흑, 누구도 사랑의 진의를 모른다// 피 묻은 돈을 얻어와 건물을 짓고 아기가 자라고/ 굴속에서 수백 년간 부와 힘을 찬미했으니/ 매혹과 욕망, 계략과 계획, 인자와 위선이 모두 한통속"(야비는 미)

시집 전반에 걸쳐 '둘'을 이야기하던 시인은 결국 '폐가의 모스부호들'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둘은 살아있었을까, 그것은 그럴 수도 있고 그럴 수도 없는 이야기, 그러나 있는 이야기도 없는 이야기도 아닌 그저 이야기, 한 사내와 한 여자의 사랑 이야기도, 이별 이야기도 아닌 이야기"

어쩌면 이 시집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닐까 싶은 대목이다. 있는 이야기도 없는 이야기도 아닌 그저 이야기이며, 사랑 이야기도 이별 이야기도 아닌 이야기. '사랑이라는 말, 이 있다', '아가미', '폐가의 모르부호들' 같은 시들에서 시인은 꿈과 환상, 환영을 수사화해 이야기를 창조해 낸다. 초현실주의를 시편 곳곳에 배치한다.

저자는 2015년 <시인동네>로 등단했으며 2017년 첫 시집 <아늑>을 펴냈다. <아늑>은 다소 낭만주의라는 평가와 함께 '진정성'의 측면에서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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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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