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지막 단식이길 바랄 뿐입니다"

단식 42일, 그리고 농성 4464일 만에 합의한 콜텍 해고노동자들

"사람들이 13년 투쟁에서 무엇이 가장 어려웠느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그 13년 동안 어렵지 않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김경봉 콜텍 해고 노동자는 차마 발언을 다 마치지 못하고 울먹였다. 지난 삶의 궤적을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목이 멨고, 손에 든 마이크가 연신 흔들렸다.

13년간 복직투쟁을 해온 콜텍 노동조합이 23일 사측과 조인식을 갖고 합의를 마무리했다. 단식 42일, 그리고 농성 4464일 만의 일이다. 이로써 2007년 콜텍의 공장 해외이전과 노동자 정리해고로 시작된 복직투쟁이 마침표를 찍었다.

콜텍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는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콜텍 본사 앞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의 소회를 밝히는 자리를 마련했다.

ⓒ프레시안(허환주)

"내가 마지막 단식이길 바란다"

김경봉 해고노동자는 상징적으로나마 공장에 돌아가게 됐으나 마음속에는 가족에 대한 미안함만이 가득했다.

"환호할 만큼 열심히 싸우지도 못했고, 잘 살지도 못했습니다. 내 어려움은 내 어려움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13년 투쟁 속에서 생계를 책임져야 했고, 아이들을 돌봐야 했던, 식구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47일 동안 단식을 진행한 임재춘 콜텍 해고노동자는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 뒤, "13년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젊은 사람들은 우리와 같은 세계에서 살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며 "내가 마지막 단식이길 바라고, 파인텍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이 마지막 고공농성이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인근 금속노조 충남지부 콜텍지회 지회장은 "잘못된 정리해고로 수많은 노동자들이 목숨을 버렸고, 지금도 길거리를 헤매는 노동자들이 수없이 많다"며 "더구나 그런 정리해고를 법원은 정당하다고 하며, 법원 스스로가 법조항을 부정하는 집단으로 몰락해버렸다"고 지적했다.

▲ 포옹하는 콜텍 해고노동자들. ⓒ프레시안(허환주)

ⓒ프레시안(허환주)

"정리해고법, 폐지되지 않으면 또다른 피해자 나온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인사들은 정리해고법 철폐를 주장했다. 김정대 천주교예수회 신부는 "13년이라는 세월 동안, 우리 사회와 국가, 정부는 폭력을 가해 왔다"며 "국가가 정리해고법을 만들었고, 사용자는 이것이 법적으로 괜찮다며 정리해고를 진행했다. 노동자에겐 이것이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김 신부는 "국가는 사용자가 합법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도록 정리해고법을 만든 것"이라며 "정리해고법이 폐지되지 않으면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온다"고 정리해고법 폐지를 주장했다.

앞서 발표된 잠정합의서를 보면 콜텍 회사는 오는 5월 2일부터, 콜텍 해고노동자인 김경봉, 임재춘, 이인근 조합원을 복직시킨 뒤, 30일부로 퇴사시키기로 했다. 또한, 그간 해고기간을 소급해서 근로관계를 부활하거나 해고기간의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한마디로 상징적인 의미에서 복직을 받아들인 셈이다. 현재 콜텍은 공장이 해외로 이전한 상태인지라 이들 해고 노동자들이 복직한다 해도 일할 공장이 없는 상황이다.

다만 회사 측은 국내 공장을 재가동할 시 희망자에 한해 우선 채용하기로 했고 콜텍 해고노동자 25명에게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한, 양자 간 제기한 민·형사 소송은 모두 취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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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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