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직접 무력 충돌은 잦아들었지만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을 두고 해상 충돌이 격화하며 합의 전망이 멀어지고 있다. 미사일 재고가 부족하다는 보도가 연일 나오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경제 압박으로 되돌아온 것으로 보이지만, 중간선거가 세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제재에 익숙한 이란에 비해 미국 유권자들이 경제적 불편함을 더 오래 인내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로이터> 통신을 보면 11일(이하 현지시간) 예멘 정부는 이란 지원 후티 반군이 홍해 남쪽 통로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화물선을 공격해 선원 4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사망 선원 3명은 파키스탄인, 1명은 인도네시아인으로 파악됐다. 예멘 해안경비대는 구조대원 2명도 후티 반군의 재공격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선원 7명, 경비대 2명 등 부상자도 10명에 달했다. 사실로 확인되면 이란 전쟁 발발 뒤 후티 반군의 홍해 봉쇄로 인한 첫 사망 사례가 된다.
통신은 피격 선박이 이집트 소유 '티하마흐'로 선박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11일 예멘 무라드 인근에 있었다고 한다.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도 11일 홍해 남쪽 예멘 모카 연안에서 화물선 한 대가 정체불명 발사체에 피격돼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선박 갑판과 돛대 모양을 통해 해당 선박이 '티하마흐'라고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후티 반군은 이날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사우디아라비아 군사 장비를 실은 선박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피격 선박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후티 반군은 지난달 20일 예멘 내전에서 정부군을 지원해 대립해 온 사우디에 대한 홍해 해상 봉쇄를 선언했다. 이란과 연계된 행동인지는 불분명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된 가운데 홍해 뱃길까지 위험해지며 세계 에너지 공급에 추가 위기가 닥쳤다. 특히 사우디의 경우 호르무즈 해협 원유 수출분의 상당 부분을 홍해로 돌렸는데, 아시아로 향하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에 대한 위협으로 이마저 원활하지 않게 됐다.
해상 충돌은 이란 인근에서도 일어났다. 11일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오만만에서 이란 항구로 향하던 파나마 국적 화물선 '벨라 노바'에 헬파이어 미사일을 발사해 조타 장치를 무력화했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해당 선박이 미군의 거듭된 경고를 무시해 해군 MH-60 헬기가 기관실에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설명했다. 중부사령부는 이날까지 미군 봉쇄를 우회하려던 선박 55척의 항로를 변경하고 3척을 무력화했고 2척에 승선했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해양안보업체 뱅가드에 따르면 '벨라 노바'는 이날 파키스탄 해안에서 130km 떨어진 해상에서 오만만을 통해 서쪽으로 항해하다 피격됐고 승무원 17명 중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미국과 이란은 최근 직접 공습 및 보복은 자제하고 있지만 각각 이란 경제 및 세계 경제를 인질 삼은 압박은 강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9일 이란 안보수장인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으로 임명된 모흐센 레자이는 이란이 주말 제시한 조건 수용 없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은 없을 거라고 재확인했다. 그는 11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란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미국의 전쟁 및 봉쇄 종식, 이란 동결자산 해제, 레바논 및 가자지구를 포함한 역내 전체 휴전이 이뤄질 때까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앞서 8일 전쟁 배상금 전액 배상, 이란 위협 및 모욕 금지, 이란 주변 해역에서 미군 철수 또한 해협 개방 조건으로 내걸었다. 레자이 사무총장은 "모든 조건" 충족시에만 해협이 재개방될 거라고 강조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의 또 다른 인접국인 오만과 해협 관리 관련 합의가 임박했다고 밝혀 왔지만 11일 이란 반관영 <ISNA> 통신을 보면 레자이 사무총장은 오만과의 잠재적 합의는 해협 폐쇄 문제와는 별개라고 못 박았다.
이란 강경 요구에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 위협 대신 경제 옥죄기 관련 "저강도(low-key)" 대응을 언급했지만 10일 이란에 배상금을 요구하겠다며 새 조건을 내 걸어 합의 가능성을 낮췄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배상금엔 이란에 의한 "50년간"의 미군 피해 외에도 이란 정권의 탄압을 받은 이란 시위대 유족 피해가 포함돼 비현실성을 키웠다.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은 "양쪽 입장이 더 벌어지고 있다"며 "외교적 해결 가능성 측면에서 양쪽 거리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전망이 멀어짐에 따라 유가는 급등해 다시 배럴당 90달러선을 두드리게 됐다. 국제유가 기준 브렌트유 10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12일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장중 배럴당 90.07달러까지 올랐다가 현지시각 오전 9시38분 기준 전날보다 0.4달러(0.45%) 오른 배럴당 89.31달러에 거래 중이다. 지난 7일 배럴당 83.55달러에서 거래를 마친 뒤 3거래일이 채 지나기 전 7% 가량 치솟았다.
트럼프, 결국 경제 압박으로 돌아왔지만 이란은 '생존 경제'로 전환 중
<AP>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에서 다른 전략들이 흐지부지해지자 결국 이란 제재로 돌아왔지만, 경제 제재는 "대개 분쟁을 중단시킬 수 있는 즉각적 전쟁 수단보단 장기적 전략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통신은 "트럼프는 본질적으로 수년간 경제적 곤경을 겪어 온 이란인들보다 미국 유권자들이 경제적 불편을 더 잘 견딜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이란이 만성적 경제난에 적응하는 '생존 경제'로 전환 중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향후 회복 가능성이 떨어지더라도 당장 시간을 벌 수 있는 방식으로 버티기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순환 정전, 필수품에 대한 환율 보조금 제도가 이미 시행 중이고,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수석 신흥시장 경제학자 윌리엄 잭슨에 따르면 연료 및 전기 배급, 화폐 발행 등이 추가로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 싱크탱크 퀸시연구소 연구원 하디 카할자데는 미국의 경제적 압박으로 인해 "이란은 충격을 흡수하는 탄력적 경제에서 기능은 유지되지만 회복 능력을 꾸준히 잃는 생존 경제로 점차 움직일 것"이라며 "억압과 국가 구조 탓 (경제적) 고통이 국가 안보 전략을 바꿀 만큼 강한 압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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