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구상과 일대일로의 만남, 기회이자 위기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남북, 일대일로 사업 실태 면밀히 따져보고 대응해야

남북은 9.19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후속 조치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2차 미북 정상회담의 시기와 종전선언, 대북 제재 완화에 대한 북미 간의 이견 때문에 미시적으로는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남북관계의 급진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거시적으로 보면 지난 1년 간 남북미가 이뤄낸 성과들은 분단 70년 동안 합의에 이르지 못했던 문제들이다. 남북미는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정착, 북한의 정상국가화에 대한 큰 목표에 합의하고 다음 단계를 위한 진통을 겪고 있다.

지금 우리가 견지해야 할 태도는 남북미의 세부적인 일정 조율에 촉각을 곤두세우기보다 큰 틀에서 남북미가 도출하게 될 비핵화 프로세스와 대북제재 완화 시기를 관측하고, 이에 따른 '한반도 신경제지도' 실현에 대비하는 것이다.

우선 대북 제재가 완화되면 남북 경협뿐만 아니라 미중러와 남북한의 협력이 러쉬를 이룰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리적 접근성과 경제적 상호보완성 등의 요인으로 인해 중국과 협력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지난 9월 평양 공동선언 직전인 17일, '랴오닝 일대일로 종합실험구 건설 총체방안'을 통해 북중 접경지역인 랴오닝(辽宁)성 단둥(丹东)을 관문으로 삼아 일대일로를 한반도로 확장한다고 발표했다.

시진핑(习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2013년 아시아-유럽-아프리카를 육‧해상 실크로드 연결을 통해 중국 중심의 경제 대통합 전략을 주창한 이래 처음으로 일대일로를 한반도 내륙으로 연결한다고 명시했고, 단둥-평양-서울-부산을 철도와 도로, 통신망으로 상호연결하며, 연결의 성격은 남부 항구로 직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을 통해 태평양으로 진출하기 위한 의도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중국은 2020년 샤오캉(小康) 사회 달성을 목표로 낙후된 동북 3성의 발전을 위해 신(新)동북진흥전략, 13차 5개년 계획, 창지투선도구 전략, 일대일로의 중몽러 경제회랑 등을 통해 경제 발전를 모색해왔다. 그런데 주변국인 러시아의 극동지역과 몽골은 거주 인구가 적고 산업이 낙후되어 있어 동북 3성 경제와 동반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을 기회로 삼아 철도‧도로 등 인프라 중심의 일대일로 정책을 한반도로 확장하여 북한의 나진항, 청진항에 이어 부산항으로의 태평양 출구를 확보하고 동북 3성과 한반도 경제를 연결하여 남북한을 소비시장으로 확보하며 고부가가치산업, 섬유산업, 바이오 산업 등 동북 3성의 주력 분야와의 산업연계성을 모색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 입장에서는 일대일로가 한반도로 이어지게 되면 아시아 각국에서 저항에 부딪히고 있는 일대일로 추진의 돌파구가 되며, 한반도에 대한 자신들의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일대일로의 한반도 확장은 한반도 경제 발전에도 큰 동력이 될 수 있다.

실제 이러한 중국의 구상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남북이 4.27 판문점 선언에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남북 철도 연결은 끊어진 남북의 혈맥을 잇고 남북 경제협력을 위한 인프라를 확충한다는 의미와 함께 한반도 횡단 철도를 완성하여 한반도 경제를 유라시아 대륙과 연결, 육상 교통ᆞ물류시스템을 유럽까지 확장하는데 의의가 있다.

한반도신경제지도 구상의 실현과 남북경제의 균형 발전, 한국의 경제성장 동력 확보, 남북경제협력의 지속성과 확장성을 담보하기 위해 한국 역시 이미 구축되어 있는 동북3성의 철도‧도로 등의 인프라와 물류시스템을 이용해야 한다. 한반도가 동북아의 복합 물류 허브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동북 3성 지역은 이 허브의 배후지 확보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일대일로의 참여는 북중 접경지역에서의 남북중 경제 협력을 촉진시키고 한국과 북한, 중국 동북 지역 협력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다.

그런데 한반도의 일대일로 참여는 기회와 위험의 양면을 가지고 있다. 실제 일대일로 추진과정에서 중국의 패권주의 성향이 나타나면서 일대일로가 중국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개발도상국을 이용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은 평화협력과 상호이익‧공영, 세계화와 자유무역 확산이라는 개방‧포용을 기본 정신으로 하고 있지만 그 배경은 고속 성장한 중국의 미국 패권주의에 대한 도전, 중국몽의 실현, 둔화된 중국 경제의 지속발전,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 등 중국이 강대국을 면모를 갖추는 전략적인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일대일로 사업이 시작된지 5년이 지난 현재에는 중국의 이익 독점과 일대일로 참여국의 부채급증, 반중 감정 확산 등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계약 위반과 중국 기업들의 임금 체불 등 일대일로 사업으로 발생한 소송 건수가 2017년 현재 20만 건에 달하고 있다.

실제 일대일로에 참여한 스리랑카는 부채 미상환으로 함반토타 항만지분의 85%와 운영권(99년)을 중국에 넘겼고, 말레이시아는 마하티르 총리 취임 이후 동부해안철도(ECRL)의 전면재검토, 말레이~싱가포르 고속철(HSR) 사업 취소를 결정했다. 파키스탄은 다이메르-바샤댐 건설과 관련, 중국이 이익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논란으로 인해 중단했다.

또 고속철의 경우 전세계 고속철 노선의 3분의 2가 중국에 의해 건설되었음에도 국유기업 중국 철로 총공사는 방만경영과 부정부패로 올해 3월 현재 누적 부채가 약 820조 원에 이르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로 때와 마찬가지로 미‧중 무역전쟁에서도 중국은 철도 건설을 통해 과잉 생산된 철강‧시멘트를 소진하고 부채를 늘려 철도 사업을 일으키는 미봉책을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일대일로 사업이 표면적으로 인프라 건설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중국 중심의 경제 통합과 정치적 영향력 확대 의도가 짙게 깔려 있다. 이것이 일대일로와의 협력이 경제발전의 기회이자 위기인 이유다.

물론 신경제지도를 완성하려면 지정학적으로 반드시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남북은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참여에 앞서 일대일로 피해 사례들과 사업의 수익성 제고, 협력 단계에서의 소통과 분쟁요소 제거 등 다각도로 신중하고 면밀하게 사업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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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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