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외교관 1만 건 정보 유출, 北 소행? 외교부 "중립적으로 볼 것"

국립외교원 온라인 교육 시스템 해킹, 5개월 지나서야 공개…"국가 안보 무관치 않아 신중 기했다"

국립외교원 온라인교육시스템이 해킹 공격을 받아 외교관을 비롯한 공무원들의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주민등록번호나 전화번호 등 민감 정보는 유출되지 않았으며, 현재 공격 주체를 확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외교부는 20일 "올해 2월 초 국립외교원 온라인교육시스템에 대한 비정상적인 접근 정황을 관계 기관으로부터 통보받은 후 해당 시스템을 긴급 차단하고, 관계 기관과 함께 조사해 왔다"며 "미상의 공격자는 서버 소프트웨어의 미공개 보안 취약점(제로데이 취약점)과 시스템 보안설정 미비점을 악용하여, 지난해 4월부터 5월까지 서버를 장악한 이후 이를 토대로 올해 2월까지 접속한 것으로 파악되었다"고 밝혔다.

'제로데이 취약점'이란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해킹 공격 기법을 의미한다. 외교부는 "소프트웨어 제조사도 당시에 인지하지 못했던 제로데이 취약점을 악용해 접속한 후 정상적인 소프트웨어 권한을 이용했기 때문에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탐지가 어려웠고, 해당 시점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보안 업데이트가 제공되지 않아 대응에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해킹을 당한 시스템은 온라인교육시스템으로, 교육 동영상과 교육 대상자의 성명, 아이디 등 교육 운영에 필요한 정보가 저장되어 있다고 전해졌다. 이와 관련 21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성명, 아이디(ID), 이메일 주소, 암호화된 비밀번호 등이 시스템에 저장돼 있었으며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 주소 등 민감한 개인정보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유출된 규모는 1만 건의 정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당국자는 1만 건의 데이터가 곧 1만 명의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 사람이 중복되는 아이디를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이번 해킹 사건으로 외교부 공무원뿐만 아니라 재외공관에 주재하고 있는 경찰을 비롯해 국가정보원 등 다른 부처 공무원들의 이름과 이메일 주소 등도 같이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퇴직자의 정보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당국자는 "시스템에는 외무 공무원 및 주재관들, 재외 공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행정직원 및 그밖의 직원이나 인력들에 관한 내용이 저장되어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해킹을 시도한 공격자가 유출된 정보를 활용해 정부의 다른 사이트에 로그인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외교부 사이버 보안 관련 담당자는 비밀번호가 암호화 돼있고 이를 다시 복구할 수 없는 '단방향 암호'로 돼있기 때문에 실제 공격자가 아이디를 알고 있다고 해도 로그인을 통한 접속은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또 해킹된 국립외교원 시스템은 외부와 차단된 독립적인 시스템으로, 다른 정부 사이트와 연계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담당자는 "외교부 사이트가 다른 정부의 시스템과 바로 연동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다른 부처와 분리돼 있어서 직접적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라고 밝혔다.

이메일 주소가 유출됐기 때문에 피싱 등에 악용될 수 있지 않냐는 질문에 이 담당자는 "이메일이 공개된다고 해서 보안 위협이 높아질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계정을 아는 것과 그 계정을 장악하는 것은 다르게 봐야할 것 같다"라며 공격자가 현재 유출된 정보만으로 추가적인 행위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교부는 문제를 인지한 2월 이후 정보가 유출된 개인 정보주체에게 이 사실을 통지하지 않고 있다가 20일이 되어서야 이 사실을 공개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개인정보처리자는 개인정보가 분실·도난·유출됐음을 알게 됐을 때 지체 없이 이를 알려야 한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초유의 사태에서 국가 안보와 무관치 않은 사항이라 신중을 기했다"며 "고민을 많이 했는데 여러 요소를 감안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문제를 인지하고 그동안 조사를 한지 5개월이나 지났는데 왜 이제 공개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해킹 사건이) 외교 안보 사안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신중하게 검토했다"라며 "감염을 차단하고 분석하는 과정에 애로사항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공격 주체에 대해 북한이나 중국 등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현재까지 사이버 공격의 주체를 단정할 만한 기술적 분석은 지금 부족한 상태"라며 "정부는 여타 국가 등 배후의 해킹 조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 소행일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이게 아니라고 봐야 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북한으로 너무 집중하는 것도 맥락에 안 맞는 것 같다. (가능성을 열어 두고) 중립적으로 봐야할 것 같다"며 "출처를 확정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굉장히 도전적"이라고 답했다.

그는 주체를 특정지을 수 있을 정도의 결정적인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발표를 못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사이버 해킹 시도가 원점을 식별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식별 작업을 또 안할 수는 없어서, 모자이크를 계속해서 맞춰가는 작업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유출된 정보를 이용한 피해 사례는 없냐는 질문에 "아직 유출된 것을 통해 확인된 바는 없다"라면서도 "그러나 유출 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보이고, 그래서 사후에 피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저희들이 정밀하게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현재 해당 사이트는 폐쇄된 상태다.

▲ 외교부 청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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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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