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쿠팡 등 미국 기업을 차별한다'는 내용의 미국 연방 하원 법사위원회 보고서에 대해,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쿠팡의 입장만을 반영한 "매우 편협하고 주관적"인 보고서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여연대 등 130여 개 단체가 참여한 안전한 쿠팡 만들기 공동행동은 21일 서울 종로 참여연대 건물에서 '미국 하원 법사위 쿠팡 보고서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외신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 겸 쿠팡대책위 변호사는 "미 하원 법사위 보고서는 형식과 내용에서 모두 쿠팡의 일방적 주장과 쿠팡이 제출한 자료에만 의존해 작성한 것으로 조사 보고서라기보다는 쿠팡의 입장을 대변하는 변론서처럼 보인다"며 "권위 있는 국가기관이 발행한 보고서라 보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편협하고 주관적"이라고 비판했다.
권 변호사는 "보고서는 쿠팡이 수천만 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사건에 대해 전직 직원이 쿠팡 데이터 시스템에 권한 없이 접근하 경미한 사건으로 접근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전직 직원이 인증키를 탈취한 것이 아니라 보안 담당 직원이 퇴사했음에도 쿠팡이 시스템 인증키를 바꾸는 등 보안 조치를 하지 않아 발생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해킹이 아니 자체 시스템 운영에 기인한 것이란 면에서 그 책임의 정도가 훨씬 무겁다"고 강조했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 소송대리인인 이은우 변호사는 쿠팡이 유출 개인정보 중 "3000건만 유출자의 컴퓨터에 보관됐고 모두 회수해 안전하다는 식으로 발표했다"며 미 하원 보고서도 "해럴드 로저스 대표의 증언과 유출자의 진술을 근거로 같은 결론을 지었다"고 밝혔다.
이어 보고서에는 "이에 대해 저명한 보안회사가 검증했다고 나와있는데, 해당 검증은 의회에 제출된 것 같지 않다"며 "보고서에 첨부되지 않았고 아무도 그것을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쿠팡은 한국에서 차별이 아닌 특혜를 받은 기업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강민욱 전국택배노동조합 쿠팡본부장은 쿠팡이 택배 사회적 합의를 통한 과로사 방지 대책을 이행하지 않고 새벽배송을 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한 뒤 "미 하원은 쿠팡이 차별의 피해자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규제가 아닌 특혜를 받는 사업자"라고 주장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쿠팡이 사업을 하고 있는 대만에서 온 기자들도 참석했다. <대만중앙통신> 기자는 "쿠팡이 대만에서도 새벽배송을 실시한다고 한다. 대만 소비자들이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하나"라고 물었다.
강 본부장은 "야간노동이 얼마나 노동자들의 건강에 안 좋은지 알아야 한다. 또 택배는 중노동"이라며 "과로는 즉각적으로 피해가 나타나지는 않지만, 몸에 쌓인다. 나중에 감당할 사회적 비용에 대한 장기적 대책과 사회적 안전망을 만드는 것을 우선시해야 하다"고 답했다.
권 변호사도 "새벽배송이 일상화되면 대만의 야간노동이 일상화되고 제도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새벽배송은 야간노동에 대한 규제를 해제할 수 있는 위험한 일이란 걸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만공영방송> 기자는 쿠팡이 한국사회에서 급부상한 이유를 물었다. 권 변호사는 "쿠팡이 법조계, 행정부 인사를 굉장히 많이 영입했다. 미 하원 로비에도 엄청난 돈을 쏟고 있다"며 쿠팡의 로비력을 언급했다.
또 "한국 노동법은 여성, 연소자 외에는 야간노동을 규제하지 않는다"며 택배 노동자의 새벽배송이 가능하게 한 법적 미비를 짚고, "쿠팡이 일용직과 계약직을 많이 써서 노동자들이 (열악한 처우 등에) 저항하지 못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 하원 법사위는 지난 1일 '미국 소유 기업에 대한 한국의 차별적 공격'이란 제목의 임시 중간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의 주 내용은 한국 정부가 쿠팡을 비롯한 미국 기업을 차별적으로 대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일 "쿠팡 측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다음날인 3일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보고서 내용은 사실과 크게 다르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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