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두고 외부 전문가 공청회를 진행했다. "제2, 제3의 장윤기 사건이 빵빵 터질 것"이라는 '존치론'과 "보완수사권(존치안)은 전면적 재수사권이라는 속내"라는 '폐지론'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해당 의제가 8.17 전당대회의 화두로 떠오를지 관심이 모인다.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의총에선 형사소송법 개정안 관련 숙의를 위한 외부 전문가 공청회가 진행됐다. 존치·폐지 양측이 강하게 맞붙은 가운데 폐지 측 참여자들은 보완수사권의 예외적 허용을 담은 민주당 홍기원 의원 법안을 두고 "검사의 수사권을 확대·강화하고 전건 송치주의로 회귀하는 법안"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날 발제자로 참석한 황문규 중부대학교 교수는 이같이 말하며 "보완수사권은 (검찰의) 전면적 재수사권이라는 속내를 이 법안에서 드러내고 있다"고 홍 의원 법안을 비판했다. 그는 "(법안은) 중수청법 제정안에서 삭제된 수사개시 보고를 복원하고 있다"며 "이 조항은 영장청구권과 결합될 경우 보이지 않는 검사의 수사지휘 통로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홍 의원 등 보완수사권 일부 존치를 주장하는 이들이 사회적 약자와 피해자 보호를 강조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그것 때문에 법안을 내셨는데 (법안을 보면) 사회적 약자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실질적 제도는 찾아볼 수 없다"며 "(법안은) 사회적 약자와 피해자 보호, 수사지연 문제엔 관심이 없다", "오로지 수사권 유지-보전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승익 명지대학교 교수는 "검사의 보완수사권 존치는 피해자 보호의 대안이 전혀 아니다"라며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시민감시단의 경찰·검찰·법원 모니터링 자료를 제시하기도 했다. 앞서 경찰의 장윤기 증거 조작 사건으로 보완수사권 존치 여론에 불이 붙었지만, 통계상으론 성폭력 등 약자 대상 범죄에 있어 검찰의 은폐·부실 수사 등이 압도적이란 취지의 주장이다.
그러나 보완수사권 존치 입장도 강하게 제기됐다. 박찬운 한양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가 문제 삼는 '검찰권 남용'은 전체 사건의 1%에도 못 미치는 직접수사에서 나왔다"며 "나머지99%, 경찰이 송치한 일반사건에 대한 보완수사는 그와는 별개의 문제", "즉 보완수사라는 것은 애초에 개혁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특히 당내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강경론에 대해 "보완수사라 하는 것은 그 동안 어떤 검찰개혁 논의에서도 사실상 개혁의 테이블 위에 오른 적이 없다"며 "보완수사권 폐지는 윤석열 탄핵 이후 퍼져 나온 검찰을 향한 분노의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당내 보완수사권 폐지 의제가 강성 당원들의 '당심'에서 비롯된 일종의 정치적 수사라는 취지 지적이다.
역시 존치 입장을 전한 김규현 변호사도 "수사개시권을 폐지했으면 다음 타겟은 여전히 독점 상태에 있는 기소권이다"라며 "그런데 (민주당에선) 엉뚱하게 기소권은 온 데 간 데 없고 보완수사권 폐지의 깃발만 나부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군대로 치면 수사개시권은 쿠데타를 모의하는 하나회고 보완수사권은 전선에서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라며 "이걸 없애겠다고 하니까 (국민들이) '지금 해체해야 할 건 방첩사인데 왜 전방보병사단을 해체하고 있지?' 이러는 것"이라고 비유를 들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지금 (보완수사권에 대해선) 토론도 숙의도 제대로 안 돼 있다. 실효적인 대책도 없다"며 "그런 상황에서 이렇게 폐지만 해버리면 나중에 총선·대선을 앞두고 제2, 제3의 장윤기 사건이 빵빵 터질 건데 어떻게 하려고 하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권을 뺏기는 불구덩이를 향해 막 불나방처럼 들어가시면 안 된다"며 "지금은 물러서서 다수 국민이 납득 가능한 대안을 숙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앞으로도 의총을 연속으로 개최해 당내외 의견을 수렴하는 등 숙의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한병도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오늘 공청회를 통해 제시되는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와 학계의 날카로운 분석을 제도에 반영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며 "많은 지혜를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선 '개혁 당대표 후보'를 자처하는 정청래 전 대표가 연일 "전면 폐지"를 주창하며 강경론을 내세우는 가운데, 친명(親이재명)계 당권 주자인 김민석 전 국무총리도 이날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나 '예외적 허용도 안 된다' 이건 다 너무 관념적인 구분"이라고 반격해 눈길을 끌었다.
김 전 총리는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보완수사권 폐지 여부와 관련해 "완전 폐지를 주장하는 분들이 완전 폐지를 하고서 '아무 보완책을 두지 말자'라고 주장하는 그런 무리한 얘기를 한다면, 그건 완전히 무리하고 무모한 것"이라고 정 전 대표 측의 '강경 폐지론'을 겨냥했다.
김 전 총리는 앞서 보완수사권 '폐지' 입장을 밝혔지만, 그러면서도 '숙의' 과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신중론을 펴 정 전 대표와 차별화를 꾀한 바 있다. (☞ 관련 기사 : 김민석 "보완수사권 폐지, 조사하면 '숙의' 여론이 많을 것") 이에 대해 정 전 대표 측이 연일 '개혁 추진'을 강조하며 보완수사권 폐지를 의제화하자, 김 전 총리도 이에 대응하기 시작한 것.
김 전 총리는 "(내 입장은)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것"이라면서도 "근데 그러면 보완수사권을 폐지해서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어떻게 보완할 거냐에 대한 논의를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난 발언을 들어 "대통령께서는 '보완수사권 폐지했을 때 갖는 국민적 우려라든가 현실적 우려를 검토하고 숙의하라. 다만 답은 어떻게 나와도 좋다', 대략 이거 아니었나"라고도 했다.
김 전 총리는 그러면서 "(그런데) 그것에 대해서 어떤 분들이 인위적으로 '당신 검찰개혁 안 하려고 하지' 하는 거짓 프레임을 걸어서 자기 정치를 하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역시 유시민 작가 등 친청(親정청래) 성향 스피커들이 이 대통령과 친명계 측에 '검찰개혁 지연' 책임론을 제기한 데 대해 비판한 것이다.
그는 보완수사권 폐지 여부에 대한 본인 입장으로는 "보완수사권에 대한 여러 가지 논란이 있지만 현재와 같은 개혁 국면에서는 보완수사권을 폐지하고, 거기서 생기는 여러 부작용이라든가 문제점에 대해서 충분히 검토해서 그것들을 보완할 방법을 만들어서 풀어가는 것이 맞다"고 말해 '폐지-숙의' 양론을 재차 제기했다.
한편 민주당의 형소법 개정안 숙의 과정과 관련해선, 검찰개혁 강경기조를 보이고 있는 조국혁신당은 이날 기존 개정안의 신속 처리를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의힘 필리버스터 종결 투표 논의를 위한 한 원내대표와의 긴급회동을 마친 직후 기자들에게 "혁신당은 (형소법 개정안의) 7월 통과를 말했다"며 "그렇지 않으면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로 형소법 개정이 밀릴 수 있고, 현실적으로 10월 2일까지 (공소청·중수청) 개원이 어렵다고 생각해서 입장을 설명드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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