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의 영변핵시설 영구폐쇄 카드 받았나

"北 비핵화-美 참관·상응조치 논의…실무협상단 구성"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곧이어 서울을 찾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방북 성과에 대해 "상당히 좋고 생산적 대화를 나누었다"평하며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참관, 상응 조치 등에 관해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7일 저녁, 문재인 대통령의 폼페이오 장관 접견 관련 서면브리핑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가급적 빠른 시일 내 개최키로 김정은 위원장과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 수석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미북 양측은 2차 정상회담의 구체적 시기와 장소를 결정하기 위한 협의를 계속 진행해나가기로 했다"며 "(북미) 양측이 실무협상단을 구성해,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정상회담 일정 등을 빠른 시일 내 협의키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 영변 핵시설 폐쇄 검증 카드 받아들이나?

특히 비핵화 협상과 관련,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취하게 될 비핵화 조치들과 미국 정부의 참관 문제 등에 대해 협의가 있었으며, 미국이 취할 상응조치에 관해서도 논의가 있었다"고 말해 주목을 끌었다. 구체적인 표현은 없었지만, 북미 간 일정 수준에서 의견 조율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가 말한 "북한이 취하게 될 비핵화 조치들과 미국 정부의 참관"이라는 것은 9월 '평양 선언'에 담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를 뜻하는 것일 수 있다. 이에 대한 미국의 상응 조치로는 한국전쟁 종전선언과 일부 제재 해제 등이 꼽혀 왔다.

앞서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그간 미국이 요구했던 '북한의 핵무기 신고'를 일단 미루고, '영변 핵시설 폐쇄'를 받아들일 것을 미국 측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변 핵시설 영구 폐쇄는 평양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평양 선언'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에 사실상 제안한 것이기도 하다.

그간 어지럽게 테이블 위에서 논의되던 '북미 간 빅딜' 관련 '아이템'들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최근 대북 제재에 대한 완화 조치를 미국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여전히 대북 재제에 대한 강고한 믿음을 갖고 있지만, 폼페이오 방북 이후 미국의 태도 변화 역시 주목된다.

폼페이오 평양 방문 직후 서울행 "방북 성과 상당히 좋고 생산적"

폼페이오 장관은 앞서 언론에 공개된 문 대통령과 접견 모두발언에서는 '방북 성과가 상당히 좋고 생산적'이라고 평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얘기했듯이, 아직까지 우리가 해야 될 일은 상당히 많지만 오늘 또 한걸음을 내디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구체적인 성과에 대해서는 언론을 의식하며 "여러 다양한 말씀을 드릴 수는 없다. 나중에 (문 대통령과 저) 둘만 있을 때 더 자세한 말씀을 드리겠다"고만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문 대통령에게 "한국이 비핵화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제가 북한을 방문한 다음에 곧장 이곳을 방문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 그리고 한국 측에서 지금 여기 오기까지 상당히 많은 역할을 담당했고 남북정상회담 같은 여러 다양한 조치를 취해 (준 데 대해) 감사의 말씀을 전해달라고 했다"고 인사말을 건넸다.

문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려 큰 성공을 거두길 희망한다"며 "그 과정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접견 모두발언에서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과 앞으로 곧 있을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에서 되돌아갈 수 없는 결정적인 진전을 만들어내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 후 트위터에 "우리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이룬 합의에 진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쓰고 김 위원장과 자신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이날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과 2시간가량 면담을 한 데 이어 백화원 영빈관에서 90분 간 업무오찬을 하는 등 총 3시간 30분 정도 함께 시간을 보냈다. 김 위원장은 오찬장에서 "오늘은 양국의 미래를 약속하는 매우 좋은 날"이라며 "처음 이야기를 나눈 뒤에 오늘같이 식사까지 하면서 한 번 대화를 하게 돼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오찬 당시 "매우 성공적인 오전 시간을 보내 고맙고, 오찬에서 보낼 시간도 기대하고 있다"며 거듭 방북이 '성공적'이었음을 말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 말의 행간에서도 북미 양국이 일정한 합의에 도달했다는 분위기가 묻어났다.

오찬에는 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 외에 미국 측에서는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 앤드루 김 CIA 한국임무센터장이 함께했고, 북한 측에서는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김여정 제1부부장이 참석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리용호 외무상 대신 김 부장이 참석한 것을 두고,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파트'는 여전히 김 부장이라는 풀이가 나오기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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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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