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원대 횡령과 110억 원대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2007년 한나라당 당내 경선 이후 11년간 논란이 됐던 '다스(DAS)'의 실소유자가 이 전 대통령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의 판단대로라면 이 전 대통령은 애초에 대통령 직에 나설 자격 자체가 안됐던 인물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는 5일 "피고인이 다스의 실소유자이고 비자금 조성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넉넉히 인정된다"며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 원, 추징금 약 82억 원을 선고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건강상의 어려움과 생중계에 대한 부담을 이유로 이날 공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스에서 조성된 비자금 등 245억 원 상당을 이 전 대통령이 횡령했다고 판단했다.김성우 전 사장과 권승호 전 관리본부장 등 다스 설립과 운영을 도운 옛 측근들이 '이 전 대통령이 다스 관련 상황을 지속적으로 보고 받고 재산 관리에 관여했다'고 한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김 전 사장 등은 지난 2008년 BBK특검 조사에서는 정반대로 진술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 측 역시 이들의 당시 진술이 오히려 믿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 전 사장 등은 피고인과 달리 공소시효 문제가 있고 검찰 수사과정에서 횡령에 대한 추궁을 계속 받았다. 반면 특검 당시 관련자들 회의에서 말을 맞춘 정황이 많은 진술과 자백으로 밝혀졌다"고 했다.
2009년 김 전 사장의 자리를 이어받은 강경호 전 사장 역시 "다스를 이 전 대통령의 것으로 생각했고 주요 결정에 이 전 대통령 의사가 반영됐으며 아들 이시형씨가 실권자였다"는 진술을 내놨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 지시로 임명된 강 전 사장이 허위진술을 할 이유가 없다고 봤다. 자금관리를 담당한 채동영 전 경리팀장도 "이 전 대통령이 경영상황을 보고받았고 친형인 이상은 회장은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다스는 형님 것'이라는 이 전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처남인 고(故) 김재정 씨 등을 통해 다스의 비자금 조성과 자금 세탁 등에 관여했으며, 김 씨가 매각한 '도곡동 땅 대금' 역시 이 전 대통령의 소유라고 봤다.
이에 검찰이 당초 공소를 제기한 비자금 조성·횡령 금액 339억 원 가운데 약 246억 원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를 인정했다. 이 전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가 사용한 법인카드 사용대금 약 5억7000만 원에 대해서도 유죄로 봤다.
삼성이 지난 2007년부터 2011년 사이 다스의 미국 소송비를 대납한 혐의에 대해서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사면 등 대가성이 인정되고 이 전 대통령의 승인이 있었다고 판단, 검찰이 기소한 68억 원 중 59억 원 상당을 유죄로 봤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직원으로부터 횡령금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31억 원 대 법인세를 포탈했다는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또 다스 투자금 회수 관련, 이 전 대통령이 청와대와 외교부 등을 동원해 다스 소송 지원과 상속세 절감방안 검토를 지시했다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 전 대통령이 김백준 당시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을 통해 이같은 지시를 내린 것은 맞지만 김 기획관이 자신의 직무와 상관 없이 개인적 친분 차원에서 해당 업무를 했다는 취지다.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7억 원 가운데 4억 원은 국고손실죄가 인정됐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서 전달받은 10만 달러(한화 1억원 상당)는 뇌물로 판단했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김소남 전 의원에게서 받은 금품 가운데 23억 원 상당에 대해 뇌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다만 이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국가기록원에 넘겼어야 할 청와대 문건을 빼돌린 혐의에 대해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배된다고 판단해 공소 기각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국민으로부터 받은 권한을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을 위해 행사할 책무가 있음에도 다스를 실소유하며 자금을 횡령했다"며 "범행 당시 국회의원, 서울시장으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이 애초에 2007년 대통령직에 출마할 자격 자체가 없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재판부는 또 "국민의 기대와 책무를 접어두고 국회의원 공천이나 기관장 임명에 관한 청탁을 받고 삼성으로부터 60억 원 가량을 수수하거나 원세훈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10만 달러를 뇌물로 수수하기도 했다"며 "뇌물죄는 1억 원만 수수해도 10년 이상 징역형에 처하도록 한 중한 범죄인데,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이러한 범죄는 공직사회 전체의 공정성을 무너뜨려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혐의에 대한 객관적이고 신빙성이 있는 증거에도 상당히 오래 전 발생했다는 점에 기대 이를 모두 부인했다"며 "측근들이 이 사건을 저지른 것이라며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6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벌금 150억 원과 추징금 111억4131여만 원도 함께 요청했다.
1심 선고에 대해 이 전 대통령 측은 "대단히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전 대통령 변호인 강훈 변호사는 "다스와 삼성 부분에 상당한 반박물증을 제시했다고 생각했는데 재판부가 전혀 받아들이지 않아 매우 실망스럽다"며 "대통령 접견 통해서 상의한 후에 다음주 월요일쯤 항소 여부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찰도 항소 계획을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법과 상식에 부합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무죄 부분 등에 대해 판결문 검토 후 항소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공판은 실시간으로 생중계됐으며, 시청률이 1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시간 시청률조사회사 ATAM은 이날 KBS 1TV, MBC TV, SBS TV 등 지상파 3사와 JTBC, MBN 등 종합편성채널 2사, 연합뉴스TV와 YTN 등 보도채널 2사가 오후 2시 3분부터 3시 7분까지 생중계한 이명박 전 대통령 1심 선고 공판 실시간 시청률 합이 9.4%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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