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다는 비겁한 변명"… 비정규직들, 정부 소송비 청구 철회 요구

윤석열 정부 '강제해산' 맞섰던 비정규직 등 123명 "납부 거부하고 끝까지 투쟁"

윤석열 정부의 기본권 침해에 대해 국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가 최종 패소한 비정규직 노동자 등 123명이 이재명 정부의 소송비용 청구에 반발하며, "국가 폭력 피해자에 대한 소송비용 청구를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 사건 손해배상 소송자 123명은 16일 공동명의로 정부와 법무부의 소송비용 철회를 촉구하는 요구서를 작성해 청와대에 전달했다. 이들은 "국가폭력에 맞서 헌법적 권리를 주장한 시민과 노동자들에게 소송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행사를 위축시키고 민주주의를 지속적으로 후퇴시킨다"라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는 123명 소송당사자에 총 3380여만 원의 소송비용을 청구하고 있다. 과거 윤석열 정부의 노조탄압과 공권력의 기본권 침해가 발단이 된 소송이다. 2023년 5~7월 열린 3차례의 평화적 집회가 모두 강제로 해산되자, 집회 참가자 123명은 정부와 경찰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최종 패소했다. 이에 현 정부가 소송비용 회수 절차를 밟았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등은 이날 정오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소송비용 철회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피해자에게 보여야 할 최소한의 책임은 '어쩔 수가 없다'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법을 찾고, 제도를 바꾸고, 책임을 지는 데 있다"고도 주장했다. 지난 11일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의 X에 게시한 "안타까지만 어쩔 수가 없다. 현재 법이 그렇다"라는 글에 대한 반박이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등은 16일 정오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소송비용 청구 철회 기자회견'을 열었다. ⓒ프레시안(손가영)

고속도로 요금수납원인 전국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의 반효정 조합원은 기자회견에서 "(23년 5월) 집회 무대가 설치되기도 전에 현장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돼 강제해산되고, 수많은 노동자가 끌려가고 연행되는 걸 똑똑히 봤다"며 "명백한 피해자인 노동자와 시민에게 사과와 보상은커녕, 오히려 소송비용을 떠넘기는 건 사실상 전 정권의 국가폭력에 동조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소송 당사자인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의 혜찬스님은 당시 열린 집회에 대해 "파산현정, 그릇된 것을 깨부수고 정의를 실현하라는 부처의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 차별받지 않는 노동사회를 위해 싸우는 동지들과 같이 싸우고 투쟁한 것"이라며 "그런데 새 세상이 올 줄 알았던 내란 이후, 윤석열 정부의 법무부 장관 박성재가 아니라, 국민주권정부의 정성호란 이름으로 3380만원 소송비 청구서가 날아 왔다"고 말했다.

혜찬스님은 "국민주권정부는 그냥 만들어 진 게 아니다. 빛이 혁명이란 이름 아래 만들어졌다"며 "그 따뜻한 빛이 어디로만 가느냐? 왜 정치인들에게만, 재벌들에게만 가고, 우린 받지 못하느냐"고 물었다. 이어 "동네 이장도 자기 일에는 해결하려는 방법을 찾는다"며 "'어쩔 수 없다'는 비겁한 변명이다. 하려면 방법을 찾고, 하지 않으려면 변명을 찾는다"고 비판했다.

당시 집회에 참여한 예술인들을 대표해 나온 송경동 시인은 "'법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문재인 정부 때도 숱하게 들었다. 전교조 합법화, 인혁당 사건 피해자의 수억 원대 배상금 환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진상규명 등"이라며 "이후 윤석열 정부의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일부를) 단번에 해결했다. '어쩔 수 없다'를 다시 듣는 게 참담하다. 이게 어쩔 수 없는 일이냐"고 물었다.

마찬가지로 소송비용을 청구받은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소년공 시절 산재사고를 겪은 당사자라 말하며 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을 때, 나는 노동자의 고통에 대한 깊은 공감이 있으리라 기대했다"며 "어린 시절 이재명이 겪었던 아픔이 지금 비정규직 노동자가 겪는 고통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진정성있는 자세로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구했다.

소송대리인인 김병욱 변호사는 "패소 당사자가 소송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법조문의 형식 논리는 모든 사건에 기계적으로 적용될 필요가 없다"며 "예로, 변호사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에 관한 규칙은 변호사비 전부를 포함하는게 현저히 부당할 때 법원이 이를 감액할 수 있도록 정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공익성을 고려하면, 형식 논리만으로 집회 참가자에게 비용을 청구하는 건 부당하다"며 "오히려 이들에게 필요한 건 정부의 사과"라고 밝혔다.

2020년 문재인 정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국가기관이 관련된 공익소송에선 패소자의 소송비용을 감면하도록 법 개정을 권고했다. 공익소송의 사회적 의미 구현을 위해,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국가소송법과 민사소송법의 소송비용 청구 관련 조항을 개선하라는 내용이다.

차헌호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소집권자는 "문재인 정부 때 법 제도를 개혁하라고 권고까지 나온 사안이 아니냐"라며 "부당한 소송비용 청구를 인정할 수 없다. 우리는 소송비용 안 내고 끝까지 가보려 한다"고 말했다.

▲2023년 6월 9일 문화제, 참가자 1명을 이격하기 위해 밀집하여 있는 많은 경찰들(출처 : 고철TV) ⓒ비정규직이제그만

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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