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에서 베를린 가는 꿈이 이뤄지려면?

[토론회] '동아시아 철도공동체시대', 무엇을 해야 할까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독일 베를린까지 가는 꿈이 이뤄질 수 있을까. 불과 1년여 전만 하더라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철의 실크로드'였다. 하지만 그 '로드'가 먼 미래의 이야기로만 다가오지 않는 게 지금의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이 하나의 경제공동체를 이루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진정한 광복"이라면서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참여하는 동아시아 철도공동체를 제안했다.

동아시아 철도공동체는 유럽 6개국이 1951년 전쟁 방지와 평화 구축, 경제 재건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창설한 이후, 유럽연합(EU)의 모태가 됐던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를 '롤모델'로 하고 있다. 동북아 국가들이 철도로 소통하면서 경제공동체로 발전하자는 취지다. 남·북한과 일본, 중국, 러시아, 몽골 등 동북아 6개국, 그리고 미국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러한 공동체가 실현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동해선 연결과 경의선 현대화 사업 등 남북 철도 경협이 필수적이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2박3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한다. 3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해서다. 이번 방북단에는 주요 그룹 총수와 경제부처 관계자가 상당수 포함돼 있어 문 대통령이 밝힌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관련 논의가 어느 정도 진전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동아시아 철도공동체가' 현실화되면 한국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그리고 그러한 철도공동체를 진행하기 위해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 문 대통령의 방북을 하루 앞둔 17일, 이러한 이슈를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윤관석, 안호영,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영일 민주평화당 의원, 고속철도하나로운도본부 등은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동아시아철도공동체시대, 철도통합이 경쟁력이다' 철도산업정책토론회를 열렸다.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동아시아철도공동체시대, 철도통합이 경쟁력이다' 철도산업정책토론회를 열렸다. ⓒ프레시안(허환주)

나희승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한국 경제의 새 성장동력"

이날 발제자로 나선 나희승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원장은 남북통합철도망이 만들어지고, 그에 따라 동아시아 철도공동체가 형성될 경우,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창출한다고 전망했다.

나 원장은 "동해선축의 환동해경제권으로 GDP 약 2조 달러, 경의선축의 환황해경제권으로 GDP 약 6조7000억 달러의 거대 경제권이 만들어 진다"며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철도는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고 물자 교류를 통해 하나의 커뮤니티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 원장은 유럽연합을 예로 들며 "1981년에 개통한 프랑스 테제베, 1991년 개통한 독일의 이체 등 고속철이 들어서면서 유럽은 철도의 르네상스가 다시 시작됐다"며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며 시공간을 3배 이상 압축하는 고속철이 네트워크하면서 하나의 유럽연합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나 원장은 "문재인 정부는 네트워킹이라는 측면에서 철도를 이용,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구상했다"며 "분단으로 제한된 우리 경제의 영토가 남북경협 활성화를 통해 북한 및 동북아와 유라시아로 확장하게 될 경우, 한반도가 유럽-아시아대륙 경제권과 태평양 경제권을 연결하는 교통과 물류의 허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 원장은 남북 통합철도망이 만들어질 경우, 경의선과 동해선 접경지역에서 각각 1억5000만 톤, 1억 3000만 톤의 화물이 발생하며 한반도 전역에서 1억 톤 이상의 화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동아시아 지역은 전 세계의 철도, 여객 및 화물 수요가 가장 집중된 곳일 뿐만 아니라, 동북아 6개국 및 미국의 GDP는 세계의 40%(30조5103억 달러)에 달한다. 또한 이들 나라의 총 철도연장은 전 세계의 40%(46만8600km)를 차지한다.

나 원장은 이러한 효과를 발휘할 동아시아 철도공동체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남북철도사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나 원장은 "남북 및 북미관계의 획기적 개선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급변할 남북경협의 미래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남북철도 연결사업은 남북경협 특구의 활성화를 좌우하는 상호 필수불가결한 주요기반시설"이라고 주장했다.

박흥수 "통합할 때,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시대를 주도할 수 있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동아시아 철도공동체에 맞게 한국철도도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은 "동아시아 철도공동체는 한국전쟁 이후 지속된 전쟁을 전제로 한 군사적 대결체제를 종식하고 평화를 굳게 뿌리 내리게 하는 인프라"라며 "철도로 여는 되돌릴 수 없는 평화"라고 주장했다.

'남북 신뢰 구축과 협력 → 동북아 협력체제 → 지정학적 숙명론의 탈피 → 한반도는 강대국 대결 공간이 아닌 협력의 공간'이라는 도식이 성립된다는 것.

그러면서 박 위원도 한국철도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박 위원은 "동아시아 철도공동체의 주춧돌은 한국철도이고 남북철도 연결사업은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실현의 첫 단추"라며 "북한철도 개량과 현대화, 고속철도 건설 추진은 유라시아 실크로드 한반도 노선 건설화를 위한 필수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또한 "중국, 러시아, 몽골 등 동북아 주변국의 경제적, 정책적 협력과 투자 및 지원은 한반도발 대륙철도 길을 여는 마중물"이라며 "그에 따라 한국철도도 거대 철도 강국인 중국과 러시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내실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륙철도 시대에 따른 각국 철도 간 협력과 경쟁의 막이 오른다는 이야기다. 그에 따라 한국철도도 경쟁력을 키우지 않을 경우, 유라시아 통합철도 과정에서 버티지 못한다는 게 박 위원의 생각이다.

박 위원은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시대를 맞아 러시아와 중국과 경쟁해야 하는 한국철도는 대륙의 꿈을 거세당한 채 경쟁체제 허울 속에서 그동안 낭비돼 왔다"면서 "철도산업의 특성을 무시한 채 민영화와 경쟁체제 구현에만 매진해왔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그렇게 지난 10여 년 코레일을 두드린 결과, SR(고속철도 운영회사)이 출범했고, 이는 한국철도의 부실을 고착화했다"면서 "다가오는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시대에는 이들을 통합해서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은 "철도 선진국들은 3가지 축(시설건설과 운영노하우, 차량제작능력) 관련해서 일체화함으로써 자국 철도를 발전시켰고 그에 따라 국제 경쟁력을 강화해왔다"며 "세계 최대 고속철도 노선망과 차량분야 점유율로 앞서나가는 중국, 국제철도 운영 및 차량 분야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은 모두 통합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위원은 "대한민국 철도는 코레일과 SR통합, 시설과 운영의 통합, 철도 차량제작 분야와의 유기적 협력이 현실화할 때 대륙철도,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시대를 주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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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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