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132건 중 처리 '0'…국회 앞에서 멈춰선 미투

여가위원들 "이제 국회가 응답해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여야 위원 전원이 22일 모든 국회 상임위원회를 향해 "성차별과 여성폭력을 끝내기 위해 미투 법안이 모두 심사, 의결될 수 있도록 강력히 촉구한다"고 촉구했다. 올해 초 여성들이 용기를 낸 '미투' 이후 국회에는 130여 건의 미투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단 한 건도 처리되지 못했다.

전혜숙 여가위 위원장을 비롯한 여가위 소속 여야 의원 17명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성차별과 여성폭력 사안이 여성가족부만의 사안이 아니듯, 미투 법안도 여러 위원회에서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오랜 시간 여성들을 괴롭혀 온 성차별과 여성폭력을 끝내고자, 수만 명의 여성 시민들이 폭염을 뚫고 거리에서 외치고 있다"며 "입법과 사법, 행정 모두가 낡은 성차별과 여성폭력의 사회를 끝내는데 본연의 역할을 해주기를 강력히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 시민들의 외침에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7월 말 기준 미투 관련 발의된 법안은 132건으로 여가위에 계류된 법안은 34건이다. 이 밖에도 △법제사법위원회 36건 △환경노동위원회 25건 △행정안전위원회 10건 △교육위원회 9건 △복지위원회 8건 △문화체육위원회 4건 △국방위원회 3건 △과학방송통신위원회 2건 △정무위원회 1건 등 모든 상임위에 미투 관련 법안이 계류돼 있다.

전날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위원회에 계류된 34건의 법안을 전부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전 위원장은 "계류된 어느 법안 하나라도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것이 없다"며 "각 부처마다 이 법안이 통과됐을 때 여성들이 해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혜숙 위원장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여태까지 미투 법안을 여성들의 문제로만 인식했기 때문에 통과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며 "미투를 하는 여성들은 개인의 피해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 아내와 딸, 가족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룰 때 우리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비동의 간음죄(명시적 동의가 없으면 강간)'에 대해 정춘숙 민주당 여가위 간사도 "형법에 해당하기 때문에 법사위에서 다뤄야 할 문제"라며 "강간죄에 대한 구속요건도 완화돼야 하고 비동의 간음죄도 그렇고 형법을 전체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만 사회적 공론화 과정이 상대적으로 길 수 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여가위에서 기자회견을 했다"며 "우리 사회에서 미투 관련한 여성들의 피맺힌 절규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빨리 법안이 통과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여가위 전체회의에서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은 "'미투' 운동이 지속되고, 피해자의 2·3차 피해를 막기 위해 빠른 법안 처리가 중요한 만큼 여가위 위원 전체가 조속한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나 협조문 등 액션을 취해야 한다"며 기자회견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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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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