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 대표는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의에서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정조'라는 말을 꺼내어 도리어 꾸짖었다"며 "재판과정에서 확인된 사법부의 성인지 감수성은 구시대적인 처참한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받을 권리’가 아닌 한 개인의 판단능력으로 왜곡했다"며 "재판부는 또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며 피해자가 성폭력 후 전과 다름없이 업무를 수행한 것을 무죄의 증거로 보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무엇보다 유력 대선후보였던 안 전 지사가 행사할 수 있었던 일상적 권력을 '위력'의 행사로 보지 않았다"며 "이러한 판단대로라면 앞으로 직장과 각종 조직 내에서 벌어지는 위계에 의한 성폭력 다수는 면죄부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미투 관련 법안 처리가 지지부진한 정치권도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투 운동 직후 말은 무성했지만 법안 하나 제대로 처리조차 못 했고 결국 사법부의 퇴행을 막지 못 했다"며 "사법부의 성폭력 면죄부 발행을 막기 위해 폭행과 협박에 의해 강요된 성관계만 강간죄로 처벌하는 현행 형법을 개정하고, 동의하지 않는 성관계를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명시적 동의가 없으면 강간으로 보는 원칙'(예스 민스 예스 룰, Yes means yes rule)을 제도화한 '비동의 강간죄'의 법안 발의를 예고했다. 그는 "법제사법위원이었던 고(故) 노회찬 원내대표가 '비동의 강간죄'와 함께 성폭력범죄에 대한 포괄적 처벌강화를 위한 법안 준비를 완료한 상태"라며 "이미 독일 스웨덴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 이러한 법률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다만 법원이 현행법의 한계를 언급하며 입법부에 공을 넘긴 것에 대해 "저항하기도, 거부하기도 어려운 위치에 놓인 여성들의 상황을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은 재판부는 결국 모든 것을 입법 미비로 돌리는 무책임을 보였을 뿐"이라며 "이번 판결은 피해자 김지은 씨 한 사람만의 좌절이 아니라, 우리 사회 여성 전체의 좌절이며, 성평등의 역사를 수십 년 후퇴시켰다"고 질타했다.
윤소하 원내대표 직무대행도 이번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며 "상대방의 동의 없는 성관계를 성폭행으로 인정하고,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행 역시 해석의 폭을 넓히는 형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직무대행은 "이번 판결로 인해 미투 운동이 위축되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은 여성들이 좌절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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