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농단' 실태...이게 법원이야, 정당이야?

법원행정처, '재판 거래' 문서 추가 196개 파일 공개

'양승태 사법부'가 청와대와 국회, 법무부, 변호사 단체, 언론 등에 대한 전방위 대응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을 마치 '정치 결사체'나 '행정 부처'처럼 운영해 왔다는 강력한 정황이 될 수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이는 '법관의 재판상 독립성'을 크게 침해할 수 있는 문제다. 또한 '정치 재판'은 물론 행정 권력과 '재판 거래'를 해 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법원행정처는 이날 오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조사한 410개 문서파일 중 공개되지 않았던 나머지 196개 파일의 원문을 사법부 전산망에 모두 공개했다. 애초 미공개됐던 228개 중 중복된 32개 파일은 제외했다.

▲ 2016년 1월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애국가를 부르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맨 오른쪽).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하야를 가정하고 대응전략 세우기도

이날 공개된 문건에 따르면, '양승태 사법부'는 정치권 지형 등 각종 현안을 세세하게 분석한 뒤, 법원의 '재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침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정국에서 '양승태 사법부'는 박 전 대통령이 하야할 때를 가정, 대응전략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대통령 하야 가능성 검토' 문건에서 ‘양승태 사법부’는 "현 대통령의 성향상 떠밀리듯 하야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고, 대통령은 국정 주도권을 놓을 의사가 없음을 여러 차례 드러냄"이라며 "현 상황(지지율 5%, 집회 참가 인원 10만∼20만) 정도 지속만으로는 당분간 하야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다만 "현재 정국주도권은 전적으로 국민 여론이 쥐고 있으므로, 향후 여론 변화 추이에 따라 대통령 하야가 불가피한 상황이 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문건 작성과 비슷한 시점에 작성된 '대통령 하야 정국이 사법부에 미칠 영향' 문건에서는 '대법원의 전략'도 세워두고 있다. 문건은 '대한민국 중도층의 기본적인 스탠스, 정치는 진보, 경제·노동은 보수'라고 분석한 뒤 "대북문제를 제외한 정치적 기본권, 정치적 자유와 관련된 이슈에서는 과감하게 진보적인 판단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특히 "표현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에서는 계속하여 진보적 판단을 내놓아야 함"이라며 당시 촛불집회에서 경찰의 집회 금지 통고 관련, 법원이 집행정지 결정을 내린 사례를 들며 "매우 시의적절한 결정이었음"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사실상 '판결 가이드라인'으로 보일 수 있다. 법원이 정무적 판단에 따라 재판 결과를 조정하려 했다는 말이다.

개헌 정국에서 '양승태 사법부'의 대응 전략도 확인돼

'개헌정국과 사법부 주변환경의 현황과 전망' 문건에서는 2016년 6월, 20대 총선 이후 급부상한 개헌 논의 이후 정치권 지형을 예측 분석하기도 했다. 문건은 "정세균 (당시) 국회의장이 국회 개원사를 통해 (개헌론) 화두를 던진 이후 거의 모든 정파가 화답하는 형국"이라며 개헌 논의가 추진될 가능성을 예상했다.

하지만 당시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표면적으로는 개헌에 반대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미묘한 기류 변화'가 있다고 분석하면서 “(박 대통령은) 퇴임 후 대비, 레임덕 관리, 업적 관리, 경제살리기 등 다면적 관점에서 고심을 하고 있다”고 관측했다.

문건은 "'권력 상실 후의 배신'에 대해 극도의 트라우마를 가진 VIP(박근혜 전 대통령)가 결국 퇴임 후 영향력 유지에 더욱 집착할 것이고 이런 스타일은 지난 친박 공천을 위한 무리수로 입증된 바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개헌 카드'와 관련된 향후 정치권의 세력 싸움도 전망했다. 이 문건은 "개헌을 정치생명 연장에 결부하는 세력이 다수 존재한다"며 "(당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대표가 이 사안에서 절대 같은 배를 탈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개헌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내 이견과 갈등을 고려할 때, 개헌이 야권 견제에 매우 유효한 카드"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런 분석을 토대로 문건은 개헌안이 실제 발의되거나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면서도 개헌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은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개헌 논의 관련, 향후 ‘양승태 사법부’의 대응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문건은 "총선 이후 도래할 개헌 정국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 "헌법학계에 폭넓은 우군을 확보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개헌자문위원회 등 자문기관을 구성할 때, 초기 구성 단계부터 적극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며 "의원 성향을 파악하고, 논의 주도 세력을 접촉해 채널을 신속히 확보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적시하기도 했다.

상고법원 반대한 대한변협에 압력 가한 정황 드러나

뜻을 같이 하지 않는 단체의 경우, 불이익을 주는 계획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변협 압박방안' 문건에 따르면 상고법원 도입에 협조하지 않는 대한변협에 신문 광고 게재 중단 이외에도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 도입 반대'도 계획한 것으로 확인됐다.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는 민사소송에서도 일정 사건의 경우 형사사건처럼 변호사 선임을 의무화하자는 것으로 재판 당사자들의 변론권 실현, 재판청구권 보장 등이 취지이다. 변호사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실현되지 못하다가 김현 대한변협 회장이 취임하면서 역점 사업으로 진행 중인 사안이다.

문건은 "최근 대한변협 회장단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 도입에 대해 대법원 차원에서 공식적인 반대 의견을 피력함"이라며 이에 따른 기대 효과로 "대법원 추진의 상고법원 안에 대한 반대의견 고수 시 대한변협 중점 추진 사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한 각인 효과"라고 밝혔다.

문건은 "대법원은 그 동안 법조3륜의 한 축인 대한변협과의 신뢰·협력 관계의 복원을 위해 지속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이제는 화해적 시도와 노력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대한변협을 압박하고 제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에 대한 검토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상고법원 도입 위해 전방위 대응 문건 작성

이날 공개된 파일에 따르면 ‘양승태 사법부’는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대한변협만이 아니라 청와대와 국회, 법무부, 언론 등을 상대로 전방위 대응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BH) 관련 문건으로는 '(150405)BH로부터의 상고법원 입법 추진동력 확보방안', '(150630)VIP거부권 정국분석', '(150731)상고법원 설명자료(BH)', '(150816)VIP 면담 이후 상고법원 입법추진전략', '(161107)하야 가능성 검토', '(161122)특검법 통과 이후 검토' 등이 있다.

특히 ‘양승태 사법부’는 상고법원 입법화를 위해 국회 전략방안을 마련하고 그중 법제사법위원회를 중심으로 살핀 것으로 확인된다. 예컨대 '(150317)상고법원안 법사위 통과전략', '(150324)법사위원 접촉일정 현황', '(150421)의원별 대응전략', '(150506)상고법원 입법을 위한 대국회전략', '(150917)상고법원 관련 야당대응전략', '(151102)상고법원 법률안 11월 국회 통과전략', '상고법원 관련 법사위 논의 프레임 변경 추진 검토' 등의 문건이 이번에 공개됐다.

또 개헌 논란만이 아닌 총선이나 재보선, 정기국회 등 정치권 주요 상황을 지켜보며 전망 및 분석하기도 했다. '(150429)재보선 영향 분석', '(151003)정기국회 후 성공적 상고법원 입법추진전략', '(160119)4월 총선 이전 국회 전망', '(160414)413총선 후 사법부 주변환경의 현황과 전망', '(160620)개헌정국과 사법부 주변환경의 현황과 전망', '(160727)제20대 국회의원 분석' 등 문서가 이날 공개됐다.

이 밖에 대한변호사협회는 물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변호사단체와 법무부 등 대외기관, 조선일보 등 언론 대응 전략 문건도 다수 있다. '(140901)대한변협 압박방안 검토', '(141229)민변대응전략', '(150420)상고법원 입법추진을 위한 법무부 설득방안' 등과 '(150330)조선일보 첩보보고', '(150427)조선일보 홍보전략', '(150601)전통매체 홍보전략', '(150602)뉴미디어 활용 상고법원 홍보방안'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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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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