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정봉주, <프레시안> 보도 허위 아니란 거 인식"

정 전 의원의 명예훼손 혐의사건, 기소의견으로 검찰 송치

경찰이 정봉주 전 의원의 명예훼손 혐의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이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프레시안>의 성추행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고 경찰은 판단한 셈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피의자 정봉주 전 의원의 명예훼손 혐의는 기소의견으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사건을 송치했다"고 밝혔다.

반면, 정 전 의원이 허위사실 공표혐의로 <프레시안> 기자 두 명을 고소한 사건 관련해서는 "불기소 의견을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7일, <프레시안>은 정 전 의원이 렉싱턴호텔 1층 카페룸에서 피해자 '안젤라'를 안고 키스하려 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정 전 의원은 이러한 보도를 전면 부인하며 이를 보도한 <프레시안>을 허위사실 공표로 고소했다.

<프레시안>도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성추행 사실을 전면 부인하며, <프레시안> 기사가 '허위보도', '새빨간 거짓말' 등이라고 주장한 내용을 두고 정 전 의원을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바 있다.

정 전 의원은 성추행 시점으로 지목된 2011년 12월 23일 오후 6시 43분께, 렉싱턴호텔 카페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한 내역이 뒤늦게 확인됐다며 고소를 취하했지만 형사사건은 고소취하 여부와 상관없이 수사가 진행된다.

▲ 정봉주 전 의원. ⓒ연합뉴스

경찰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부인 기자회견은 허위"

서울지방경찰청은 △ 관련자 진술, △ 정 전 의원의 카드결제 내역, △ 피해자 '안젤라'의 이메일 및 SNS사진 등을 종합해 판단한 결과, 2011년 12월 23일 렉싱턴호텔 1층 카페에서 정 전 의원과 피해자 '안젤라'가 만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그런데도 정봉주 전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2011년 12월 23일 렉싱턴호텔에서 피해자 '안젤라'를 만난 사실 자체가 없다고 하며, 프레시안 기사를 두고 '허위보도', '새빨간 거짓말', '대국민 사기극' 등으로 표현했다"며 "이러한 근거로 볼 때, 정봉주 전 의원의 기자회견 내용은 허위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러한 수사결과를 토대로 <프레시안>이 정 전 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 관련해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며 "프레시안 기사의 주요 내용이 허위가 아니라고 추정되며, 정봉주 전 의원도 이를 인식한 것으로 판단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경찰은 정 전 의원이 <프레시안>을 상대로 제기했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를 두고는 △ <프레시안> 보도시점이 정 전 의원의 출마 선언 직전에 된 점, △ 정 전 의원의 반론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점, △ 피해자 '안젤라'의 경찰 진술 내용과 비교해 기사 표현이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 피해자 '안젤라', 그리고 성추행 사건 당일 정 전 의원을 수행한 '민국파'(미권스 전 카페지기)의 진술, 사건 당일 카드결제 내역, △ 성추행 사건 이후 피해자 '안젤라'가 당시 지인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 등을 종합하면 기사의 주요 내용이 '허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수사 결과, 기사의 주요 내용이 '허위'라고 판단하기 어려우며, 정봉주 전 의원의 고소 취하 및 후보 자진 사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 전 의원이 <프레시안>을 상대로 제기했던) 허위사실공표 혐의에 관해서는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무려 4개월이나 걸린 경찰 수사

경찰의 이날 수사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무려 4개월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경찰은 지난 3월 19일 수사에 착수, 정 전 의원을 비롯해, <프레시안> 기자와 피해자 '안젤라', 성추행 사건 당일 정 전 의원과 동행한 '민국파', '안젤라' 전 남자친구 등을 수차례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 '안젤라'와 정 전 의원 간 대질 조사도 진행됐다.

또한, '안젤라'가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한 SNS사진, 통화내역, 정 전 의원의 신용카드 결제내역, 이메일, 렉싱턴호텔 1층 카페 압수수색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피해자 '안젤라'가 공개한 SNS사진은 자신이 2011년 12월 23일 렉싱턴호텔 1층 카페룸에서 정 전 의원을 기다리면서 찍은 사진이다. '안젤라'는 이 사진을 위치기반 SNS에 올렸고, 사진을 올린 이후, 정 전 의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성추행 시점으로 지목된 날짜와 시간대에 렉싱턴호텔에 가지 않았다는 정 전 의원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안젤라'는 또한 정 전 의원에게 성추행을 당한 이후, 남자친구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자신의 성추행 사실을 알린 바 있다. ‘안젤라’는 이 이메일이 성추행 증거라며 경찰에 제출했다.

경찰은 SNS사진과 이메일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보내 검증했고, 국과수는 이들 증거가 조작되지 않았다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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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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