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 "적십자사 틀렸다...잘못 인정해야"

수혈학회 등 전문학회도 적십자사와 반대 입장

대한적십자사의 혈액백 논란에 대해 대한의사협회가 25일 "적십자사의 주장은 틀렸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지난 11일 정례브리핑에 이어 두번째로 적십자사의 혈액백 규격 기준이 잘못됐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특히 이날 의사협회의 입장 표명은 관련 전문학회인 대한수혈학회와 대한진단검사의학회의 답변에 근거했다. 이에 따라 혈액백 내 항응고액의 포도당 정량법에 대한 규격 기준에 대해 적십자사를 제외한 모든 전문가 집단이 "미국 약전(USP)이 정한 대로 포도당과 과당을 합한 환원당 총량을 측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적십자사만 유일하게 "혈액백 내 항응고제의 포도당값 만을 기준으로 적부 판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혈학회.진단학회 "포도당과 과당 합한 환원당 총량을 측정해야"

의사협회는 수혈학회와 진단검사의학회에 "혈액백의 국제적 기준인 미국 약전에서 항응고액의 포도당 정량법에서 포도당과 과당을 모두 합한 환원당 총량으로 측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가?"라는 질의를에 대해 두 학회는 "그렇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또 "대한적십자에서 혈액백 선정기준으로 과당을 제외한 포도당만의 수치로 혈액백의 품질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국제적 기준에 적합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두 학회는 모두 '기권'을 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의사협회는 "두 전문학회가 예/아니오의 명확한 답변을 회피한 것은 위 두 전문학회의 구성원들의 대다수가 대학병원의 교수들로 구성되어 있는 바, 혈액의 공급권한을 독점하고 있는 대한적십자의 심기를 거스름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병원 측의 피해를 염려함으로 인해 '소극적 인정'을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적십자사 기준은 전세계 유일...과학적 근거 없다"

의협은 두 전문학회의 의견 등을 근거로 "포도당에서 멸균과정에서 변형된 과당을 합산한 '환원당'으로 결과값을 산정해야 하며 포도당뿐 아니라 과당 역시 적혈구가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는 것은 불변의 사실"이라며 적십자사의 주장이 틀렸다고 단언했다. 의협은 "과당이 적혈구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수 없다"는 적십자사의 주장에 대해 "지금까지 확인된 바 전세계에서 대한적십자사가 아무런 의학적 근거 없이 유일하게 만들어낸 기준"이라고 지적했다.

"잘못 인정하지 않는 적십자사의 태도가 더욱 문제"

의협은 "적십자는 국제표준인 USP기준을 무시하고 자의적인 기준을 마련했고 대한적십자에 수십년간 혈액백을 납품해왔던 녹십자MS는 그 자의적인 기준에 맞추기 위해 규정을 위반하고 포도당 5.5%를 과량 투입하여 혈액백을 제조해왔다"고 말했다. 의협은 "비록 포도당 5.5%의 과량 투입이 직접적으로 수혈환자의 건강에 어떤 위해를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되어 있지 않아 위험성을 단언할 수 없다고 해도, 포도당의 과량투입은 혈액백 내 세균증식의 위험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라면서 "대한적십자사는 포도당 과량투여와 관련한 위험성을 입증한 연구나 논문이 없다고만 주장하고 있으나 그 반대로 규정을 위반한 포도당의 과량투여가 안전하다는 논문이나 연구 역시 없는 상태"라고 위험성을 지적했다.

의협은 특히 적십자사의 주장이 사실이 아님이 식약처와 전문학회 의견서에서 밝혀졌다며 "국민건강에 심대한 위협이 될 수 있는 문제가 드러났을 때, 이를 인정하고 빠르고 완벽하게 시정하는 것이 마땅한 대응의 자세"라면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가 더욱 문제"라고 했다. 적십자사는 혈액백 관련 의혹에 대해 자신들의 주장이 옳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의협은 "대한적십자의 태도는 과연 대한적십자가 '혈액관리'라는 국민건강의 핵심적 역할을 맡기에 적합한 기관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문제제기했다. 이어 의협은 "대한적십자는 본 혈액백 사건 외에도 특정기업과의 유착관계가 의심되는 다수의 추문에 싸여있다"며 "대한적십자의 추문은 단순한 금전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건강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단순한 문제라 할 수 없다"고 식약처를 비롯한 정부의 감독기관과 관계부처에 관련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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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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