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2차 답변서도 적십자와 '반대' 입장 밝혀

건강세상네트워크 "적십자 거짓말 드러나"...식약처에 공개 질의

식약처가 대한적십자사가 보낸 혈액백 관련 2차 질의서에도 적십자사와 정반대 입장을 밝혔다.

혈액백 규격 허가 주무부처인 식약처는 앞서 국회를 통해 보낸 질의 답변서에서 "혈액백 중 포도당은 멸균과정에서 일부가 과당으로 이행하나, 포도당과 과당 모두 에너지 공급원이므로, 과당은 불순물로 판단되지 않는다"며 적십자사와 정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적십자사는 지난 4월 100억 원대 규모의 혈액백 구매계약을 녹십자MS와 체결했다. 그러나 입찰에 참여했다가 떨어진 독일계 다국적 기업인 프레지니우스 카비(Fresenius Kabi)가 결과에 반발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카비는 미국 약전(USP)에 따라 제조된 혈액백을 이미 130여 개국에 납품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식약처에서도 허가된 제품인데, 적십자사만 기준에 안 맞는다며 탈락시켰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 적십자사는 "법에서 정한 기준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며 자신들의 기준이 맞다고 반박했다. 적십자사는 "포도당은 혈액백 증기멸균 과정에서 일부(10%이하) 과당으로 변성되는데, 탈락업체의 식약처 허가 시의 자료는 포도당과 과당을 합산한 것이며, 적십자사는 더 엄격하게 포도당값 만을 기준으로 적부 판정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즉, 혈액백에 들어가 있는 포도당값을 측정할 때 포도당과 과당을 합산하는 것이 미국 약전의 기준인데, 적십자사는 과당을 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기준에 맞는 녹십자MS의 혈액백을 현재 납품 받고 있다. 미국 약전 기준으로 보면 녹십자사의 제품은 포도당을 과량 투입한 것이다.

식약처 "최종 판정은 미국 약전에서 정한 시험법으로 해야"

식약처는 적십자사에 보내온 답변서에서 "국내 허가된 혈액저장용기 내 항응고제(무수구연산, 구연산나트륨, 인산이수소나트륨, 포도당, 아데인)의 포도당 기준 및 시험방법은 미국 약전에 따르고 있다. 약전에서 정한 시험법보다 정확도와 정밀도가 좋은 시험법이 있다면, 그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그 결과에 대하여 의심이 있을 때 최종 판정은 약전에서 정한 시험법으로 해야 한다"며 "미국 약전에서 항응고제 중 포도당 함량은 포도당과 과당을 합한 환원당 총량을 측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강세상네트워크(공동대표 강주성, 김준현)는 4일 논평을 내고 이같은 답변에 대해 "식약처가 미국 약전에 의한 분석방법이 기준이라고 한 것은 과당을 제외한 순수 포도당 값만을 계산하는 방법이 틀렸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식약처는 과당이 불순물이라고 말하는 적십자사의 입장을 틀렸다고 한 1차 답변서의 내용을 넘어서 이번에는 '적십자사의 혈액백 분석방법도 틀렸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혈액백 문제에서 적십자사는 이미 아웃되었다. 이미 거짓말이 다 드러났다"며 "한쪽을 밀어주기 위해 자의적으로 기준을 만들었다는 것이 아니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짓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식약처, 약사감시에서 녹십자사 혈액백 문제가 안된 이유는?"

한편, 건강세상네크워크는 "우리는 식약처의 입장과 태도에 대해서도 상당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며 "자신들이 허가해 준 혈액백 관련하여 문제가 불거져도 이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식약처는 정기적으로 해왔을 약사감시에서도 녹십자사의 혈액백이 문제되지 않았으니 이것이 혹시라도 문제가 될 때 자신들이 빠져나갈 구멍만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라고 강조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관련해 4일 식약처에 공개질의서를 따로 보냈다. 이들은 공개질의서에서 "녹십자사는 자신들의 입으로 제조공정시부터 5.5%를 과량 투입해 제조했다고 밝히고 있고, 관련 자료도 공개한 바 있다. 이렇게 과량 투입하여 제조된 혈액백이 귀 처로부터 허가를 받을 수 있냐"고 따져 물었다. 이들은 "식약처는 녹십자의 혈액백 제조에 대해 약사감시를 했냐? 약사감시에서 과량 투입을 용인했냐"고 물었다.

건강세상은 "적십자사 혈액백 입찰에서 프르지니우스 카비사는 탈락하고 녹십자사는 낙찰됐다. 카비사는 전세계 130여개국에서 적합 판정을 받고 있는 혈액백이지만 유독 한국에서만 사용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식약처도 입장을 밝혔듯이 과당을 포함한 환원당 값으로 계산하는 것이 미국 약전 기준이다. 카비사의 제품은 부적격 혈액백이냐"고 거듭 식약처의 입장을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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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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