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18일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사기가 저하된 군 당국과 장병들을 위로하며 체계적인 헌법 교육을 당부했다.
아울러 민주유공자들에 대한 악의적 폄훼를 반박하는 한편, 제주 4.3 강경 진압 책임자로 지목된 고(故) 박진경 대령에 대한 국가유공자 예우 논란과 관련해선 유공자 지정 취소를 위한 합리적 해법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국방부에서 열린 국방부 및 국가보훈부 업무보고에서서 국방부와 군 당국을 향해 "혼란스러운 점들이 꽤 있기는 하지만 이런 과정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잠시 우리 사회에 혼란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군이 대체적으로 제자리를 잘 지켜주고, 국가와 국민에 대한 충성 의무를 제대로 이행해줘서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비상계엄 이후 혼란을 겪고 있는 군 당국을 위로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어 이 대통령은 "국가 안보는 너무 중요하고 너무 일상적이기 때문에 무감각해지기 쉽다"면서 "국민의 군대로서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 강력한 국가로 존속할 수 있도록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다 수행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또 "내란 사태 당시 출동했던 장병들 중에 가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가기는 했는데 컵라면을 사 먹고 시간을 끌고 놀았다든지, 어디 가서 태업을 했다든지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매우 어려운 결정을 한 거다. 명령 불복종으로 처벌될 수도 있는 일인데 엄청난 용기와 결단이었을 것"이라며 "헌법재판소가 탄핵 판결을 할 때 소극적 대응으로 내란 사태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판결도 했다"고 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어쩔 수 없이 출동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수행한 게 아니라 소극적으로 대응해 사태가 확산하지 않도록 한 간부 또는 일선 장병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을 게 아니라 오히려 포상해야 한다"며 "조사 과정에서 잘 가려서 억울한 사례가 없도록 세심히 살펴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계엄 사태와 관련해 장병들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인 헌법 교육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군은 죽으라고 하면 죽는 것이고, 앞으로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출동하라면 하는 것"이라며 "군의 특성상 이게 합헌적이고 정당한 명령인지 판단하기 어렵고, 책임은 또 안 질 수가 없다. 그런 문제에 대해 판단할 역량을 갖춰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군 장병들이 충성할 대상이 대통령이냐, 아니면 국가와 국민이냐 가끔씩 착각한다"며 "미군은 헌법 교육을 아주 체계적으로 한다는데 지금까지 우리 군은 어땠나"며 군 당국에 체계적 헌법 교육을 당부했다.
"민주유공자 '퍼주기' 가짜뉴스…국민들 오해 있다"
보훈부를 향해선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서 특별한 희생을 치른 구성원들 또는 그 후손들, 가족들에 대해 상응하는 보상을 하고 있느냐라는 점을 되새겨보면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두를 위해서, 공동체 자체를 위해서 희생, 헌신한 것에 대해서 우리가 존중하고 예우하고 보상하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가 위난에 처했을 때 누가 앞에 나서겠냐"며 "특별한 희생을 치른 우리 구성원들에게 특별한 보상을 함으로써 우리 공동체가 그 구성원들의 각별한 희생을 잊지 않았다는 것을 언제나 보여주고 또 증명해야 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으로 지정된 민주유공자법을 언급하며 "일방적으로 엄청난 돈을 퍼주는 것처럼 악의적 선전에 노출돼 국민의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정쟁의 대상이 되는 바람에 유공자로 지정하면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죽거나 다친 사람이 엄청난 현금을 받는 것처럼 가짜뉴스가 많이 유포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현금 보상은 없고 실질 보상이라고 하는 게 의료, 요양 지원이다. 국가유공자에 준해서 그 정도"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제주 4.3 관련 박진경 대령을 둘러싼 국가유공자 예우 논란과 관련해선 "제주 4.3 유족들 입장에서는 매우 분개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1948년에 사망했는데 6.25 참전 유공자로 훈장을 받았다는 얘기가 있던데 그게 팩트냐"며 박 대령의 과거 포상 경위를 캐물었다. 이 대통령은 거듭 "구체적인 공적 조서가 없더라도 6.25 전쟁 때 참전해서 공을 세운 걸로 포장 받은 게 맞느냐"고 물었다.
이에 강윤진 차관이 "6.25는 아니고 국가안전보장과 전몰장병에 대한 훈장으로 남아있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포상이)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잘 처리되면 좋겠다. 방법을 찾아보자"고 했다.
업무보고에서 권오을 보훈부 장관도 "제주 4.3 희생자 유족, 제주도민, 전 국민에 대해 큰 분노를 안겼는데 송구스럽다"면서 "보훈부에서 책임지고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했다.
앞서 국가보훈부 서울보훈지청은 지난 10월 박 대령 유족이 4.3 사건 당시 무공수훈을 근거로 제출한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승인해 지난달 유공자증서를 전달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4.3 관련 단체들과 제주도민들이 유공자 지정 취소하며 반발했고, 이에 이 대통령은 박 대령에 대한 지정 취소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한편 보훈부는 이날 안중근 의사를 포함해 중국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독립유공자 유해의 발굴·송환 문제를 보고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중국과의 협의가 중요하다. 조만간 중국과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다시 만나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정상회담 사전에 의제로 미리 논의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에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불참한 데 대해선 "징계 중이라 기분 나빠서 못 나오겠다는 것인가"라며 불쾌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독립기념관 측은 김 관장은 비위 의혹 관련 감사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 등을 이유로 사무처장이 대리 참석했다.
이같은 경위 설명에도 이 대통령은 "독립기념관이 왜 존재하느냐"고 물으며 "(독립은) 민족이 치열하게 싸워서 만들어낸 결과라는 걸 잊으면 안 된다. 원래 추구했던 목적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운영 기조를 점검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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