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백 입찰 '담합' 의혹 확인...두 업체 가격 동일

적십자사와 두 업체 계약단가 2013년부터 4년간 '동일'

대한적십자사의 혈액백 입찰과 관련한 '짬짜미' 의혹이 적십자사 계약 현황 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앞서 보건의료단체인 건강세상네트워크(공동대표 강주성, 김준현)는 "적십자사 혈액백 입찰에 참가한 업체들이 경쟁입찰을 통해 낙찰된 단가가 1원 단위까지 똑같았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적십자사에 혈액백을 납품해온 업체들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신고한 바 있다.

건강세상네트워크에서 제기한 이같은 의혹이 적십자사 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실의 질의에 대한 답변으로 적십자사는 '2009 - 2018 연도별 계약방식 및 계약업체 현황'과 '2009 - 2018 품목별 계약단가 및 총 계약금액'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적십자사는 헌혈자의 혈액을 보관, 운반의 용도로 사용되는 혈액백을 경쟁입찰 방식으로 구매하고 있다. 적십자사는 혈액백의 경우 입찰 참가 업체의 생산능력에 따라 업체가 희망하는 수량과 단가를 입찰하는 '희망 수량 단가제 계약'으로 입찰을 진행했다. 입찰에 참가하는 업체가 희망하는 수량과 가격을 각각 적어서 경쟁하는 입찰 방식이다. 계약방식 및 현황을 보면 2년에 1번 경쟁입찰을 통해 신규계약을 하고 1년 뒤 연장계약을 하는 형태였다.

그런데 지난 2013년과 2015년 경쟁입찰에서 낙찰된 녹십자MS와 (주)에스비디(2015년 (주)태창산업으로 인수합병)의 혈액백 3종류의 가격이 똑같았다. 2013년 계약가격은 두 업체 모두 이중백은 4073원, 삼중백은 4929원, 사중백은 3만255원이었다. 2015년 계약가격은 두 업체 모두 이중백은 4095원, 삼중백은 4965원, 사중백은3만469원이었다. 각자 희망하는 가격을 적어서 경쟁 입찰하는 방식에서 두 업체의 3종류의 혈액백이 모두 마지막 1원까지 똑같다는 것은 사전에 담합하지 않았다면 발생하기 힘든 일이다. 또 적십자사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을 개연성이 높다.

2011년 계약가격만 두 업체가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2009년 입찰과 2018년 입찰에는 녹십자가 단독으로 계약을 했다.

한편, 혈액백 규격 허가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한의사협회가 대한적십자사의 혈액백 규격 기준과 실험 방법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적십자사는 "법에서 적용한 기준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며 혈액백 내 항응고제 성분 중 과당과 포도당을 합산한 값이 아닌 포도당만을 기준으로 적부 판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같은 기준으로 2018년 경쟁입찰에서 녹십자MS는 적합 판정을 받고, 프레지니우스 카비는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적십자사의 이런 기준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자 식약처는 "국내 허가된 혈액저장용기 내 항응고제(무수구연산, 구연산나트륨, 인산이수소나트륨, 포도당, 아데인)의 포도당 기준 및 시험방법은 미국 약전(USP)에 따르고 있다. 미국 약전에서 항응고제 중 포도당 함량은 포도당과 과당을 합한 환원당 총량을 측정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도 11일 정례브리핑에서 식약처의 기준을 확인하면서 "적십자사가 지난 수십년간 혈액백의 선택에 있어 국제기준으로 돼 있는 미국 약전을 잘못 해석했을 수 있다"며 적십자사의 입장 표명을 요구한 바 있다.

다음은 적십자사가 공개한 연도별 혈액백 계약단가 및 수량, 계약금액이다.

▲ 적십자사가 공개한 혈액백 연도별 계약 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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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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