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대한적십자사의 혈액백 입찰 논란에 대해 적십자사에 반대되는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앞서 혈액백 규격 허가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도 2차례에 걸쳐 적십자사의 혈액백 규격 기준과 실험 방법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의사협회 정성균 대변인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식약처와 미국약전(UPS)은 혈액백의 포도당 함량 기준에서 과당을 포함한 수치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적십자사는 과당을 제외한 수치를 적용해 왔을 개연성이 의심된다"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적십자사가 지난 수십년간 혈액백의 선택에 있어 국제기준으로 돼 있는 미국약전(USP)을 잘못 해석했을 수 있다"며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의사협회 입장에서 환자인 수혈자에게 직접적인 신체적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사안이므로 대한적십자사의 입장표명이 필요하다 본다"고 말했다.
의협의 입장은 식약처와 마찬가지로 혈액백 내 항응고제의 포도당 함량을 측정하는데 있어 포도당과 과당을 합한 환원당 총량을 측정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식약처는 1차로 국회, 2차로 적십자사에 보내온 답변서를 통해 적십자사의 혈액백 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식약처는 "국내 허가된 혈액저장용기 내 항응고제(무수구연산, 구연산나트륨, 인산이수소나트륨, 포도당, 아데인)의 포도당 기준 및 시험방법은 미국 약전에 따르고 있다. 약전에서 정한 시험법보다 정확도와 정밀도가 좋은 시험법이 있다면, 그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그 결과에 대하여 의심이 있을 때 최종 판정은 약전에서 정한 시험법으로 해야 한다"며 "미국 약전에서 항응고제 중 포도당 함량은 포도당과 과당을 합한 환원당 총량을 측정하고 있다"고 했다.
적십자사는 지난 4월 100억 원대 규모의 혈액백 구매계약을 녹십자MS와 체결했다. 하지만 입찰에 참여했다가 떨어진 독일계 다국적 기업인 프레지니우스 카비(Fresenius Kabi)가 결과에 반발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카비는 미국 약전(USP)에 따라 제조된 혈액백을 이미 130여 개국에 납품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식약처에서도 허가된 제품인데, 적십자사만 기준에 안 맞는다며 탈락시켰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적십자사는 "법에서 정한 기준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며 자신들의 기준이 맞다고 반박했다. 적십자사는 "포도당은 혈액백 증기멸균 과정에서 일부(10%이하) 과당으로 변성되는데, 탈락업체의 식약처 허가 시의 자료는 포도당과 과당을 합산한 것이며, 적십자사는 더 엄격하게 포도당값 만을 기준으로 적부 판정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혈액백에 들어가 있는 포도당값을 측정할 때 포도당과 과당을 합산하는 것이 미국 약전의 기준인데, 적십자사는 과당을 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기준에 맞는 녹십자MS의 혈액백을 현재 납품 받고 있다. 미국 약전 기준으로 보면 녹십자사의 제품은 포도당을 과량 투입한 것이다.
김명한 적십자 혈액관리본부장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도 "현재 적십자사 업무와 관련해 면역진단시스템 입찰이나 혈액백 입찰에 논란이 있는데, 우리는 국가계약법과 교과서 나오는 방법에 입각해 입찰을 했다. 그런데 탈락한 업체들에서 문제를 제기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며 적십자사의 기준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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