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맘센터 공간·인력 줄이겠다는 서울시…명분이 '운영 고도화'?

2곳→1곳 축소 계획, 명칭도 '부·모지원센터'로…"여성 시설 지우기" 비판도

서울시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등 직장인의 모·부성 보호 제도 활용을 돕는 직장맘지원센터(이하 직장맘센터)를 통폐합한다. 기존 업무를 효율화·고도화하고 남성 양육자 증가에 따라 시설 이름도 바꾸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현재까지 서울시가 밝힌 계획은 공간과 인력 모두 감축하겠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여성 특화 시설 지우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29일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는 내년 4월 협약기간 만료를 기점으로 동부권·서남권 직장맘센터 위탁운영을 각각 종료한다. 직장맘센터 기능은 내년 5월 새로 설립해 위탁운영할 '일하는 부·모지원센터'(이하 부·모지원센터)로 통합 이관할 예정이다.

직장맘센터는 노무사들이 직장인을 대상으로 모·부성 보호 제도 및 노동권 관련 상담을 무료로 해주는 기관이다. 센터에 들어오는 상담 수는 1년 평균 1만 2000건~1만 5000건이다. 이에 더해 센터는 직장부모 심리검사 및 역량강화 프로그램, 사업자 인식개선 교육, 임산부 배려 인식개선 캠페인, 직장맘 일·생활 균형 실태조사 연구 등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두 센터를 통폐합하며 서울시가 내건 주요 이유는 '운영 효율화'다. 지난 8월 서울시가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신규 민간위탁 동의안을 보면, 시는 부·모지원센터에 대해 "권역별로 분산 운영되던 직장맘센터를 통합해 설립하는 신규 민간위탁기관으로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임신·출산·육아기 권익보호부터 경력유지까지 아우르는 통합 지원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설치하는 기관"이라고 소개했다.

또 다른 이유는 AI 상담 확대 등을 통한 '운영 고도화'다. 서울시 관계자는 <프레시안>에 "인공지능(AI) 챗봇을 고도화해 반복되는 질문은 챗봇이 답하고, 복합적이거나 심층적인 질문은 노무사를 투입할 계획이다. 이외 센터가 맡아 온 다른 업무들도 지금보다 고도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통폐합에 따라 직장맘센터 2곳은 부·모지원센터 1곳으로, 관련 인력은 16명(동부권 8명, 서남권 8명)에서 10~12명으로 축소할 계획이다. 다만 인력 축소는 확정된 사안이 아니며 추후 논의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입장이다.

▲ 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 홈페이지 갈무리.

직장맘센터 종사자 사이에서는 이번 통폐합이 서울시 주장대로 운영 효율화·고도화로 이어질지 의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모·부성권 보호, 일·생활 균형, 경력 유지 지원 등 신규 기관이 수행할 업무들은 이미 직장맘센터가 수행하고 있는데, 그 상태에서 공간과 인력을 줄인다면 사실상 기능 축소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우려다

통폐합 절차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다. 직장맘센터 종사자 A 씨는 <프레시안>에 "조직을 통폐합하고 발전 전망을 만들려면 최소한 연구용역이라도 수행하거나 다양한 유관기관의 목소리라도 들어봐야 하는데, 이뤄진 게 없어 당황스럽다"며 "조직 진단과 현장 종사자 의견 수렴이 이뤄졌으나 시간도 매우 짧았고 내용도 부실해 의회 제출용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통폐합으로 센터 방문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인다. 육아휴직 이후 복직 과정에서 센터에 방문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어린이집 교사 B 씨는 <프레시안>에 "센터와 근무지·거주지가 가까워서 마음 편히 상담 받으러 갈 수 있었는데, 시설이 줄어들면 시간이 부족한 직장인은 방문하러 가기도 어렵고 주위에 추천하기도 어려워진다"며 "이용자 입장에서는 시설을 줄일 게 아니라 지역 곳곳에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실제로 서울시의회는 서울시의 추진 방안에 문제가 있다며 관련 안건 통과를 보류했다.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동길 시의원은 지난달 여성가족실 소관 심의에서 "지원 대상과 업무는 확대하면서 직접 찾아가는 지원 거점은 2곳에서 1곳으로 줄이는 게 과연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질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통합하면 어떤 기능이 좋아지고 시민이 받는 서비스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반대로 기존 센터의 어떤 기능이 사라지거나 약화될 수 있는지 먼저 설명돼야 한다"며 "행정 효율성만으로 시민이 이용하는 기관의 통폐합을 결정하면 안 된다"고 했다.

▲ 서울특별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인애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이 지난 1일 제339회 임시회 제1차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기능 중복'을 이유로 반복되고 있는 서울시의 여성 특화 시설 통폐합 정책에 대한 질의를 하고 있다. 서울시의회 의사중계 영상 갈무리.

나아가 오 시장이 임기를 시작한 이래 계속된 여성 특화 시설 지우기의 연장선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해 십대여성일시지원센터 나무와 십대여성건강센터 나는봄의 운영을 종료하고 '서울시 온라인 성착취 안심 ON 센터'를 신설했다. 성평등활동지원센터와 서울여성공예센터는 2024년, 직장성희롱성폭력예방센터와 여성역사공유공간 서울여담재는 2023년에 각각 문을 닫았다.

서울시의회 복지위 부위원장인 민주당 이인애 시의원은 <프레시안>에 "최근 사라진 위기십대여성 지원 시설들을 비롯해 서울시가 기능 중복을 이유로 여성 특화 시설을 계속 없애고 있다"며 "성별임금 격차나 여성이 일·생활 균형을 지키기 어려운 문제가 여전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여성 특화 시설인 직장맘센터를 없애는 것이 서울시 여성가족실이 할 일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또 이번 통폐합과 관련 "민주당 시의원들이 서울시에 이용자·근로자 등을 모아 협의체를 만들라고 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센터를 통폐합하고 신규 시설을 만들었을 때 내담자 사후관리와 근로자 인수인계를 어떻게 할지조차 모색하고 있지 않다는 느낌"이라며 "효율성을 이유로 통폐합을 강행했을 때 남는 건 내담자와 근로자들이 입을 피해 뿐"이라고 했다.

다만 서울시는 시대 변화에 따라 시설 명칭을 바꾸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시대가 변해 직장인 아버지도 센터의 지원 대상이 됐다. 그런데 센터 이름 때문에 본인이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걸 인식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아버지를 포함해 한부모가정도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걸 인식하기 위해 센터 이름을 부·모지원센터로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업 시행안에 대해서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다만 아직까지 대외적으로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