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무관하게 늘어나는 민자철도,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철도 공공성의 위기와 대안] ③ 공공철도 원칙 확립 위해 민간투자법 개정해야

매일 수백만 명이 이용하는 철도지만, 그 노선망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계획하고 얼마나 제대로 집행하고 있는지는 시민들에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국가철도망구축계획은 4차에 걸쳐 20년 가까이 이어져 왔으나 재원 부족과 계획·집행의 구조적 불일치로 목표를 크게 밑돌아왔고, 그 공백을 메워온 민자철도 개발은 공사비 부풀리기와 다단계 하도급에 따른 안전사고, 이용자 운임 부담 증가 등 여러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공공운수노조는 현행 철도망 계획의 한계를 짚고, 지속가능한 재정 구조와 민자철도의 대안, 철도 노동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글을 4회에 걸쳐 기고한다.

민간투자사업(민자사업)은 왜 정권에 상관없이 지속·확대되는가?

현재 중앙정부가 관할하는 민자철도사업은 총 15개로, 인천공항철도·신분당선·GTX-A 등 9개 노선은 운영 중이고, 부전~마산선과 신안산선 2개 노선은 건설 중이며, GTX-B·C를 포함한 4개 노선은 착공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수도권 광역철도를 중심으로 사업이 늘어나면서 투자 규모 또한 확대되는 추세이다.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따르면, 전체 철도재원 중 민자투자 비중은 2011~2015년에는 5.3%에 불과했으나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6~2030년에는 역대 최대치인 22.3%(10조 8978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민자철도사업은 사회기반시설 확충에 민간자본을 활용한다는 명분으로 지속적으로 확대 되어 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높은 요금, 수요예측 실패와 정부재정 낭비, 민간사업자의 과도한 수익보장 등 다양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그럼에도 역대 정부는 정권의 성향과 무관하게 민자사업 확대 기조를 유지해 왔다.

일례로 문재인 정부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이하 민간투자법)을 개정하여 민자사업 활성화를 추진했고, 윤석열 정부 역시 이러한 정책 기조를 이어받아 민간투자를 적극적으로 장려했다. 제도의 폐단이 명백함에도 민자사업이 지속적으로 확장되는 배경에는 이를 기획·작동·유지하는 공고한 구조적 토대와 동력이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민자사업에 대한 문제 제기를 넘어서, 사업의 추진과 확장을 견인하는 체계와 주체별 이해관계를 구체적으로 규명하면서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

민자철도사업의 시행구조와 공공의 역할 분석

이에 민자사업의 제도적 특성과 교통 인프라의 공공재적 특성을 함께 고려하여, 사업시행구조의 변화와 요금체계 및 공적 개입의 양태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우선 아래 그림처럼 민자사업은 사업시행구조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중심으로 주무관청, 건설사(CI), 재무적 투자자(FI), 운영전문사가 결합하는 형태로 설계되어 있다. 따라서 노선별로 사업시행자를 둘러싼 이러한 이해관계자들의 역할·지분·수익구조 변화를 추적함으로써, 민자철도 사업이 지닌 구조적 동인과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민자철도는 운임 수입과 정부 재정에 의존하는 교통사업이므로 요금체계와 공적 개입의 양태를 함께 분석해야 한다. 민간의 수익성 추구에 따른 고운임과 분절된 요금체계는 이용자 부담을 가중하고 교통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 그래서 정부는 다양한 방식으로 교통망의 통합성과 편의성을 유지할 수밖에 없으며, 민자사업에서도 이러한 공적개입이 어떻게 구현되는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민자사업시행자를 둘러싼 사업구조. 출처 : 국토부(2025), <2024년도 민자철도의 건설 및 유지‧관리 현황에 관한 보고서(안)>

1) 한국철도공사의 민자사업 참여

운영구조를 보면 아래 표처럼 한국철도공사의 역할이 매우 크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철도 인프라의 통합 관리 필요성으로 인해, 민간이 운영권을 갖더라도 실제 열차 운행과 유지보수 등 핵심안전 업무는 대부분 한국철도공사가 도맡아 수행하는 것이다. 신분당선을 제외한 다수 노선과 GTX-B·C의 실질적 운영 주체는 한국철도공사이며, 과거 인천국제공항철도 또한 공영화되어 한국철도공사가 직영하기도 했다.

민간자본이 인프라 건설에 (일부) 투자하더라도, 열차운행은 물론 완공 후 시설의 유지보수와 안전 관리 전반을 공공이 전담하는 것이 현행 민자철도의 실태라고 볼 수 있다. 현행 민자철도는 운영·안전의 실질적 부담과 비용을 철도공기업이 전담케 하여 공공으로 전가하면서 민간사업자의 여러 부담을 상쇄하고 있는 것이다.

▲민자철도 노선별 사업시행자와 운영기관 현황. 출처 : 이영수(2026), <민자철도사업 운영구조 분석과 문제점 비판>

2) 이용수요와 요금수입 부담의 공공과 이용시민 전가

민자철도사업은 교통사업의 핵심 변수인 이용수요와 요금수입 변동에 따른 영업 부담을 공공(국가 재정)과 이용 시민에게 전가하고 있다. 경전선·전라선·서해선 등 임대형 민자사업(BTL) 노선은 정부가 확정 임대료를 보장하고 운임수입을 전액 국고로 귀속함으로써, 수요 변동 및 운임 손실 위험을 공공이 전적으로 흡수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신분당선과 GTX 등의 수익형 민자사업(BTO) 또한 수익성 보전을 위해 높은 기본요금과 구간별 별도운임을 설정하여 이용 시민에게 직접 전가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지하철 공기업은 코로나19 확산 등 이용 수요 급감에 따른 요금수입 감소와 경영적자, 그리고 무임수송 및 환승할인 등의 정책적 비용을 자체 부채로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이는 민자사업이라는 이유로 교통사업 운영의 핵심 리스크와 재정 책임을 공공과 이용자에게 일방 전가할 수 있는 실태를 여실히 보여준다.

3) 민간주주의 다층적인 이윤 보장과 공공 금융기관의 보장 역할

민자철도 사업은 사업시행법인(SPC)을 매개로 건설자본과 금융자본에 다층적이고 안정적인 이윤을 보장하는 구조로 작동하고 있다. 건설자본은 초기 사업 기획 단계에서 SPC의 주요 주주로 참여하여 공사를 수주함으로써 시공 이익을 챙긴 뒤, 준공 전후 지분을 매각해 투자금을 조기 회수한다. 재무적 투자자(FI)인 금융자본 또한 사업시행법인에 대한 고금리 대출이자 및 배당을 통해 장기간에 걸쳐 확정 수익을 안정적으로 회수한다. 민간주주들은 다층적으로 이윤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협, 농협, 우정사업본부 등 국책·공공 금융기관들이 민자사업에 투자하는 인프라 펀드 출자자나 주주 등으로 상당히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단순한 민간 투자자를 넘어, 사업의 제도적 정당성을 부여하고 자금 조달 리스크를 흡수하는 완충 장치 역할을 수행한다.

4) 시사점 : 민자철도사업의 동력은 공공-민간 혼합 거버넌스 구조

이상의 분석을 종합하면, 철도 운영·안전 책임과 수요 변동 위험은 정부와 철도공기업, 이용자에게 전가되는 반면, 민간 건설사·금융자본 및 국책·공공 금융기관이 결합한 주주들은 무위험 구조 속에서 다층적 이익을 향유하는 구조가 확고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민자철도사업은 민간의 자율적인 시장 논리로 작동하는 영역이 아니라, 국책·공공 금융기관과 철도공기업, 건설·금융자본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공공-민간 혼합 거버넌스' 체계 속에서 영위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복합적 거버넌스 구조가 민자철도사업이 지속적으로 확장·추진되어 온 실질적인 동력인 것이다.

재정사업 대비 공기단축과 재정 절감이라는 민자사업의 효과성 왜곡

그동안 모든 정부는 재정사업 대비 '공기(건설 기간) 단축'과 '재정 절감'을 핵심 명분으로 내세워 민자철도 사업 확대를 정당화해 왔다. 민간자본의 효율성을 통해 재정 부담을 줄이고 인프라를 조기 구축할 수 있다는 논리지만, 실제로는 이러한 효과가 제도적으로 의도된 산물이자 통계적 착시라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1) 건설기간 단축의 문제

민자철도 사업의 대표적 추진 명분으로 제시되는 '공기 단축' 효과는 실제 사업 추진 실태와 제도적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상당 부문 착시라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개별 노선별 추진 실태를 분석해 보면, 민자철도사업 역시 인허가 절차 지연, 토지 보상 갈등, 민원 등의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준공이 지연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아래표를 기준으로 보면 민자철도사업은 최초 기본계획 고시부터 노선이 개통하기까지 평균 115.8개월(약 9년 8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가 제시하는 표준적인 철도건설 기간은 예비타당성조사 기간을 포함하여 약 8.5년인데 이보다 더 지연되었다고 볼 수 있다(☞관련자료 바로가기).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서 민자철도사업의 기본계획(RFP)상 공사 기간 기준도 54개월에서 72개월로 연장되기도 했다.

▲국토부 주관 민자사업 추진 기간 정리. 출처 : 이영수(2026), <민자철도사업 운영구조 분석과 문제점 비판>

아울러 재정사업의 공기 지연은 전국 단위의 다수 노선 건설에 따른 국가 예산 배분의 구조적 제약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크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반면 민자사업은 특정 단일 노선에 집중적인 자금조달이 가능하여 상대적으로 빠르게 착공될 수 있다. 더욱이 경제적 타당성이 높고 추진이 용이한 수도권 핵심 노선 중심의 민자사업과 조건이 제각기 다르고 전국에 분포한 재정사업의 평균 공기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심각한 표본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2) 재정 절감의 문제

철도 인프라는 수십 년간 운영되는 장기 시설이므로, 초기 건설단계에서의 재정 절감 효과만을 근거로 민자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을 평가하는 것은 명백한 한계를 지닌다. 따라서 초기 건설비에 국한하지 않고, 장기간 발생하는 생애주기 비용(LCC) 관점의 평가가 필수적이다.

그런 측면에서 아래 표처럼 민자사업은 기획·입찰 단계에서의 공사비 부풀리기, 협약 단계에서의 과도한 고수익률 보장, 시공 단계에서의 저가 하도급을 통한 마진 편취, 운영 단계에서 대형 금융기관 및 인프라펀드의 고금리 후순위채 대출을 통한 이익 배당 등 전 단계에 걸쳐 재정 누수 구조를 내포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민간자본이 단계별로 이윤을 회수할 수 있도록 사업이 설계되어 있어서 사업시행자와 주주의 다층적 이윤이 장기간 누적될 경우, 건설 단계에서 일부 재정이 절감되더라도 생애주기 전체의 사회적 총비용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다양한 사례를 통해 각 단계별로 정부와 이용 시민의 부담이 증명되고 있으므로, 전 생애주기비용(LCC)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결코 재정 절감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민자사업 추진 단계별 수익발생 구조. 출처 : 권오인(2023), <철도 재정과 민자철도>

결론 : 민간투자법 개정으로 공공철도 원칙 확립 및 민자철도 사업 예외적 허용

분석 결과, 민자철도사업은 순수한 시장 원리나 자율 경쟁에 의해 작동하는 모델이 아니라, 정부의 행정적 지원과 다양한 보증을 바탕으로 유지되는 견고한 '공공-민간 혼합 거버넌스' 체계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러한 공공의 개입과 지원은 대형 건설사와 금융자본의 사적 이윤을 보증하고 정당화해 주는 역할로 위상지어지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재정 누수와 사업 위험 부담 전가를 초래하는 민자철도 사업을 지속·확대할 명분과 필요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철도 인프라의 기획·건설부터 운영·유지보수에 이르는 전 과정을 국가와 철도공공기관들이 직접 전담하는 '공공 직영 체제'가 철도 정책의 확고한 대원칙으로 확립되어야 한다.

철도는 단순한 수익 창출을 위한 상업 시설이 아니라 시민의 보편적 이동권을 보장하는 핵심 국가 기간망이자 필수 공공재이다. 따라서 철도가 건설 및 금융자본의 사적 이윤 축적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이하 민간투자법)'상 적용대상 시설 정의에서 도시철도를 포함한 '철도'를 원칙적으로 제외하는 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민자사업을 양산해 온 법적·제도적 토대 자체를 근본적으로 전환하고, 국가철도공단과 한국철도공사 등 공공기관이 기획·건설부터 관리 및 운영에 이르는 전 과정을 전담하는 온전한 '공공 직영 체제'를 확립해야 한다.

단, 예외적으로 민자철도를 추진하더라도 엄격한 사전·사후 통제가 수반되어야 한다. 단기적으로 민자 비중을 전체 사업의 10% 이내로 제한하는 총량제를 도입하고, 타당성 검증·협약 심사·운영 감독을 대폭 강화해 공공성 침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 이 글은 이영수(2026), <민자철도사업 운영구조 분석과 문제점 비판> 사회공공연구원 워킹페이퍼의 요약이며, 원본은 사회공공연구원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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