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한번 망한 대중교통을 다시 살리려면

[철도 공공성의 위기와 대안] ① 기존 철도망 계획 비판과 새로운 철도망 계획의 필요성

매일 수백만 명이 이용하는 철도지만, 그 노선망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계획하고 얼마나 제대로 집행하고 있는지는 시민들에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국가철도망구축계획은 4차에 걸쳐 20년 가까이 이어져 왔으나 재원 부족과 계획·집행의 구조적 불일치로 목표를 크게 밑돌아왔고, 그 공백을 메워온 민자철도 개발은 공사비 부풀리기와 다단계 하도급에 따른 안전사고, 이용자 운임 부담 증가 등 여러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철도노조는 현행 철도망 계획의 한계를 짚고, 지속가능한 재정 구조와 민자철도의 대안, 철도 노동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글을 4회에 걸쳐 기고한다.

곧 발표될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총 600조 원 어치에 달하는 노선망 계획이 접수되었다고 한다. 철도가 없거나 부족하다고 판단한 지방도시는 물론 철도 병목을 우려하는 철도 기관들의 물량까지 모두 합친 결과라고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지출하는 모든 돈이 1년에 약 900조 원이니, 1년 동안 다른 분야의 예산 집행을 거의 다 중단하고 모두 철도에 투입해야만 달성할 수 있는 돈이다. 그동안 철도에 정부가 쓴 돈의 최대치가 1년에 6조 5000억 원 수준이었으니(2015년), 22세기까지 지어야 완성을 볼 수 있을 규모의 요구가 이번 계획에 접수된 셈이다.

이렇게 엄청난 규모의 요구에 대해 세간의 평가는 몇 가지로 나뉜다. 첫째, 수요를 부풀려 토건 사업을 진흥하기 위한 헛꿈, 망상에 불과하다. 철도에 드는 돈을 엄격한 기준 하에 다른 분야에 쓰는 돈과 비교해야 하는 재정 당국, 아니면 철도를 재정적 재난이라고 비난하던 시민사회의 주장들이다. 둘째, 지리적 소외를 극복하고 성장 동력을 끌어오기 위해 철도를 자신들 경내로 이끌어 오려는 각 도시의 노력이다. 이것이 각 지방의 입장일 것이다. 셋째, 대중교통이 승용차에 비해 여전히 열악한 상황에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일 수 있다. 이는 대중교통 이용객이 제기할만한 입장이다.

다들 나름의 일리가 있는 말일지 모른다. KTX가 좋긴 하지만, 재정에서야 부채와 재무 걱정이 안 될 수 없다. 적절한 운행 계획이 없으면 KTX조차 적자가 날 수 있다. 부발~충주만 오가던 개통 초기의 중부내륙선이 그랬다. 도시철도, 광역철도로 넘어가면 '이걸 진짜 해도 되냐', '적자는 누가 책임지냐'는 이야기가 없는 대도시를 찾기가 오히려 어렵다. 승용차 확대는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대중교통 수요가 한층 더 꺾여버린 현실 속에서, 적자 걱정은 더욱 더 커진다.

성장동력으로 철도망 연계를 꼽는 논리는 이런 식이다. 철도는 속도와 용량, 안정성을 바탕으로 교통 주축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시민들을 모아 들여 도심을 만들고, 그 에너지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유지하게 만든다면 도시가 더 짜임새 있게 구성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돈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고, 실제로 효과를 거둘 때 까지는 수십 년의 시간이 걸린다. 아니, 도시 자체의 매력이 없다면, 아무리 철도를 놓더라도 별다른 효과는 없을지 모른다. 러스트 벨트로 유명한 디트로이트는 도시 분위기를 역전시키고자 경전철(Detroit People mover)을 도심에 깔았지만, 분위기 반전은 없었다. 철도는 혼자 달리는 게 아니라, 도시의 다른 요소들이 가지는 효과를 증폭할 따름이다.

오히려 적절한 출발점은, 대중교통망과 도로교통망의 불균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특히 최근 코로나19의 효과를 주목해야 한다. 승용차는 코로나19를 거치며 더욱 강력한 지배력을 발휘하고 있다. 매년 국토교통부가 발간하는 '국토교통통계연보'에 따르면,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택시를 포함한 승용차 수송분담률은 인km(수송인원에 이동거리를 곱한 값) 기준 57%, 인원 기준 67%였으나 2023년에는 인km 62%, 인원 74%로 5~7% 늘었다.

이 비율의 대부분이 버스에서 온 것이다. 특히 시외버스는 승객이 45%나 줄어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고, 고속버스도 승객이 33%나 줄었다. 이들의 승객 감소 규모(28만 명)는 같은 기간 철도 승객의 증대량보다 훨씬 더 크다. 그렇다면 중장거리 버스의 승객 감소를 부른 최대 원인은 승용차로의 유출로 보아야 한다. 대통령조차 철도로의 수요 집중이 문제라는 말을 하고 있을 정도이나, 아래 표를 확인하면 버스 승객이 대폭 줄고 도시철도 승객도 줄어 대중교통 전체가 쪼그라든 것이 현실이라고 보아야 한다.

▲2019년과 2023년 대중교통 하루 승차 인원 변화. ⓒ전현우

그렇다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고속철도를 뺀 모든 대중교통 수단의 위축이고, 대중교통 수단에서 승용차로의 승객 유출이며, 자동차 교통량 그 자체의 팽창이다. 실제 인km 기준 승용차 통행량은 14% 늘었다. 그렇게, 버스 붕괴는 철도 매진으로 연결될 뿐만 아니라, 간선도로 정체까지 함께 부른다.

실제로 한국교통연구원이 해마다 산정하는 전국 도로교통 혼잡비용은 2019년 72조 원에서 2023년 81조 원으로, 코로나19를 거치며 크게 늘었다. 고속도로 혼잡비용만 놓고 봐도 2023년에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지금도 계속 늘고 있다. 결국 이는 특정 수단 하나의 위기가 아니라, 국가 공공교통 체계 전체의 지속가능성이 흔들리는 위기다.

이 상황에서도 도로망 집중 투자는 계속되고 있다. 현재 집행 중인 제2차 국가도로망종합계획은 이미 완성 단계에 접어든 기존 격자형 고속도로망 구조에 더해, 동서축 3개, 남북축 1개 고속도로, 그리고 대도시별 2중 순환 고속도로를 더한 10×10+6R2(10개 남북축, 10개 동서축, 6개 순환망 도로 구축) 망을 건설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차량 주행거리가 늘어난다는 전제 하에 작성된 계획인 만큼, 더 많은 도로를 통해 승용차 통행 비용을 낮추고자 하는 것이 이들 계획의 초점이다. 더 많은 승용차 통행을 유도할 테다. 버스는 도로가 개선되더라도 승용차에 밀릴 것이다. 승용차보다 빠르게 달리기 어려운 데다 터미널까지 가는 시간까지 승객들이 감수해야 하니 말이다. 승용차가 더욱 촘촘해진 도로망을 타고 속도를 올리는 동안, 버스는 기존 노선망조차 유지하기 어려워질 테다.

이런 상황을 넘기 위해서는 결국 대중교통망의 속도를 올리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또한 이 투자가 가능한 한 최소한의 자원만 투입하여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더 넓고 광범위한 시공간에서 구현하기 위한 체계적인 망 구조를 짜는 작업이 필요하다.

나는 최근 펴낸 <외톨이 역을 떠나며>(민음사, 2026) 등에서 이를 위해 5×7 그물망 철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실 이렇게 하더라도 10×10 도로망, 아니 7×9(1차 계획) 고속도로망에 비해 절반 정도의 밀도밖에는 안 되는 그물망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현재의 고속도로망이 건재하는 한, 속도를 바탕으로 대중교통으로 전국 · 초광역권 이동 수요를 끌어 들일 방법은 따로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 그물망 위를 달릴 열차의 시각표는 알기 쉬운 규칙을 따라야 한다. 나는 아날로그 시계판의 분침을 따라 열차 시각표를 짜는 '규칙 시각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물망의 남북 방향으로는 주요 도시에서 매 정시나 30분 직후에, 동서 방향으로는 15분이나 45분 직후에 열차를 발차시키는 식이다. 실제로 예시 시각표를 짜 본 결과(<외톨이 역을 떠나며> '부록 Ⅰ' 참조) 경부선 같은 과밀 선구를 빼면 이런 구성이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다. 거점 도시에만 멈추는 최고속도 250km/h급 고속철도 뿐만 아니라, 2~3개 도 범위 정도의 초광역권에서 군 단위 중심지까지 설 수 있는 150~180km/h급 광역철도(무궁화호, GTX급) 또한 같은 규칙을 어느 정도 지킬 수 있었다.

이들 속도 대역은 도로 차량으로는 구현할 수 없다. 그래서 대중교통 중심 체계를 갖추려 할 때 속도를 활용하려면 철도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층위다. 이보다 느린 속도 대역에서는 버스와 철도를 지역 여건에 따라 혼용하면 된다. 물론 승객이 충분한 주축에서는 규칙 시각표에 따라 각종 수단을 배차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하고 말이다. 이때 버스에 규칙 시각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수십 년째 영세한 민간사업자에 의해 영위되는 각종 노선버스 사업자들을 단계적으로 공영화하는 계획이 필수적이다.

온갖 정치적 논란 속에서도 녹색당 이외에는 계획 폐지를 주장하지 못하던 서울~양평고속도로처럼, 더 많은 도로를 원하는 여론은 여전히 높다. 하지만 그 방향으로 가면, 승용차에게 유리한 교통 환경은 계속되고, 코로나19 이후 한층 더 커진 자동차 지배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그 방향을 따라 대중교통이 약화되면 각 도시의 구심력은 약화되고, 여전히 자동차의 96%를 차지하는 내연기관차의 주행거리가 늘어남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나면 기후 문제는 물론 에너지 위기까지 계속 심화될 수 밖에 없다.

철도에 대한 막대한 수요를 활용해 새로운 망 계획을 짜야 한다면, 이 위기를 넘을 체계적인 계획이 먼저라고 감히 주장하고 싶다. 이런 필요를 먼저 말해야만, 재정 낭비라는 논리에 대한 답도, 철도를 통한 도시의 성장에 거는 과장된 기대를 대신할 미래에 대한 그림도 다시 그릴 수 있다.

▲서울역 승강장에 정차한 KTX 산천-SRT 중련 열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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