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두 국가론'이 부른 단절의 시대, 남북관계의 전망과 과제

[어린이어깨동무 30년, 다시 묻는 평화] ② 북한의 헌법 개정과 민간단체의 역할

2023년 12월, 북은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개최하여 남북의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였다. 그리고 올해 열린 당 제9차대회에서는 남북의 역사를 별개의 독립된 국가의 역사로 규정하였다. 사실 제9차 당대회에 주목했던 이유는 두 가지 정도였다. 하나는 봉쇄와 코로나, 자연재해 등의 조건 속에서 과연 북의 경제계획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었는가였고, 다른 하나는 2023년 전격적으로 선언한 '적대적 두 국가'론이 이번 당대회에서 어떻게 정리될 것인가였다.

예상했듯이, 경제 발전의 문제는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하였다. 주목할 점은 당대회 총화 결론에서 김정은이 직접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이 기본적으로 완수되였으며 이것은 지나온 30여년간의 경제분야에서 처음으로 되는 가장 뚜렷하고 의의있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반면, '적대적 두 국가론'의 문제는 한층 더 강경해진 발언으로 일관하였다. 더 이상 '한국'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것을 넘어, 아예 남북의 지나온 역사를 새롭게 서술하고 있다. 당 대회에서 김정은은 "사실상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대한민국은 근 80년 동안 서로 별개의 국가로서 존재하여왔으며 유엔에도 하나의 의석이 아니라 두 개의 국가로 가입"하였음을 지적하면서, 그간 남북의 특수한 관계에 기반한 분단사, 통일사 등을 역사 서술에서 배제하였다.

이어 "우리 당의 대한 로선전환은 대결과 완화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조한관계사와 조선반도의 객관적 현실을 엄정히 분석한 데 기초한 가장 정당한 대적투쟁지침으로서 일시적인 전술적조치가 아니라 우리의 국익과 국위를 수호하고 국가와 인민의 현재와 미래의 안전을 굳건히 담보하기 위한 력사적인 선택"으로 규정함으로써 앞으로 근본적인 구조적 변화가 전제되지 않는 한 이러한 노선과 정책을 변경하지 않을 것임을 명백히 드러내었다.

다른 한편, 북은 그동안 공언해왔던 헌법을 마침내 개정하였고, 개정된 헌법에서는 새롭게 영토조항을 신설하고, 남북을 두 개의 별개 국가로 법제화했다. 헌법 개정 내용을 보면, 김정은의 '인민대중제일주의'가 국가 지도이념으로 명시되었고, 국가수반으로서 국무위원장의 권위가 절대적으로 강화되었다. 국무위원장에게 핵무력의 사용 권한이 부여되었고, 최고인민회의 의장과 내각 총리 임면권도 위임되었다.

공개된 개정 헌법은 남북관계와 관련하여 우리에게 더 많은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 먼저, 그동안 북이 사용해왔던 북반부, 통일 등의 동족 관계로서 남북을 규정하던 개념들이 완전히 사라졌다. 이는 이미 예상했던 것처럼 남북이 '특수한 관계'로서 형성해왔던 기존의 관계를 청산했으며, 더 이상 이를 국가적인 정책 목표로 삼지 않겠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어찌 보면 이는 2023년의 '적대적 두 국가' 선언이 가져온 자연스러운 귀결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는 그동안 북이 공언했던 대로 영토조항이 신설되었다. 내용을 보면 북으로는 중국,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고, 남으로는 대한민국과 접하고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국-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는 점은 이미 북과 중국, 북과 러시아가 합의하고 있는 국경 조약에 의해 명확하지만, 남으로는 대한민국과 접하고 있다는 점만 지적함으로써 구체적인 영역을 규정하지는 않고 있다. 북이 영토조항을 신설한다고 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정전협정 상의 경계문제, 그리고 특히는 서해안 지역의 NLL 등에 대한 문제가 아예 헌법에는 빠져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북으로서도 상당한 고민거리였을 것이며, 자칫 헌법상의 영토규정을 구체화했을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갈등과 분쟁을 아예 우회한 결과라고 판단된다.

다행인 것은 2024년 김정은 위원장이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언급했던 내용은 이번 헌법 개정에 들어가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두 가지로 해석해볼 수 있는데, 하나는 이러한 조항을 통해 법적으로 '적대국'임을 명기하는 것이 헌법의 본질상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들 수 있고, 다른 하나는 아예 대한민국과의 관계를 거론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이러한 규정이 가져올 수 있는 '특별한 관계'로의 해석마저도 거부하겠다는 점이다. 북은 지극히 정상적인 방법으로, 그리고 정상적인 국가의 모습대로 자신들의 헌법을 개정했다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 남북의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이다. 북의 공개된 헌법은 과거로의 회귀를 아예 봉쇄하고 있으며, 객관적으로 보아도 남북의 현실은 과거의 '특수한 관계'로서의 남북관계로 돌아가기에는 불가능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또한, 지금의 현실은 냉전과 탈냉전을 넘어 현재의 다극화 질서의 도래 등으로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과거와 판이하게 달라져있다. 이런 조건에서 지난 1991년 남북 기본합의서 체제를 되살린다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은 것이 현실이다. 우리로서도 달라진 환경, 달라진 우리 내부의 조건, 달라진 남북의 상황을 고려하여 근본적으로 새로운 남북관계를 구상하고 만들어가야 할 지점에 있다. 이런 점에서 지금은 낡은 패러다임을 넘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고, 과감하게 이를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에 있다고 할 것이다.

한편, 다행스럽게 지난 5월 17일 그동안 얼어붙었던 남북의 관계에 실낱같은 가능성이 열렸다. 북의 '내고향 여자 축구단'이 국내에 들어와 '수원 FC 위민'과 경기를 가졌다. 이에 많은 시민단체가 공동응원단을 꾸려 응원에 나서기도 하였다. 이 사건 하나가 얼어붙었던 남북관계에 얼마나 큰 해빙기를 가져올지 알 수 없고, 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적절치 않지만, 그래도 남북이 모여서 평화와 한 마음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으로도 큰 의의를 가지는 것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앞으로 남북이 비록 '특수한 관계'에서는 멀어졌지만, 상대방의 국가로서의 지위를 인정하면서 얼마든지 교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조건에서 민간단체는 무엇을 해야 할까? 과거의 인도적 지원이나 민간 교류 등이 재개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민간단체에는 주어진 과제가 있다.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듯 하다. 국내 평화 및 공존의 역량을 부단히 성장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하나라면, 다른 하나는 '두 개 국가'의 법적, 제도적 기반이 되고 있는 헌법 개정을 포함한 법-제도의 개선을 위한 사회적 노력을 전개하는 것이다.

이 모두 사회적 갈등과 혼란 그리고 정치적 논쟁을 수반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민간단체가 적극적으로 이를 사회적 의제로 제기하고, 논쟁하고 토론하는 주체로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면하여 남북의 '적대적 관계'부터 뒤집어야 한다면, 하루빨리 한국전쟁을 완전히 끝내는 것이어야 하며, 그런 점에서 민간단체의 평화 및 전쟁의 종결을 위한 활동도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남북관계의 바늘구멍을 찾아내고 이를 키워내고자 하는 활동이 조금씩 시도되고 있다. 수원에서의 축구 대회가 일단의 틈이었다면, 제주도의 지원사업 성사 역시 중요한 바늘구멍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의 직접적인 교류와 협력이 단절된 조건에서, 남과 북, 해외가 연계되는 바늘구멍을 찾고, 이를 넓혀가는 활동도 시도해봐야 할 것이다. 그러자면, 민간단체가 더욱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고, 행동하는 활력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안내>

'어린이어깨동무' 창립 30주년 기념식

: 2026년 6월 25일(목) 오후 6시 30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

국제 어린이 평화그림전 '드로잉 호프(Drawing Hope)'

: 국회의원회관 2층 로비(6월 23일-27일). 임진각 한반도 생태평화 종합관광센터 전시회랑(6월 26일-7월 31일)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전에서 수원FC 위민을 상대하는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지난달 17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자주통일평화연대 등 단체 관계자들의 환영을 받으며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