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집중 어쩔 수 없다고요? 그래도 바꿔야죠”…울산 동구 이장우의 도전

[다시 뛰는 독자 진보정치] ④ 이장우 노동당 울산 동구청장 후보

더불어민주당은 중도보수, 국민의힘은 보수를 표방한 가운데, 6.3 지방선거 구도도 양당 중심으로 흐르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 속 독자적 진보정치의 도약을 꾀하는 이들이 있다. '신호등 연대'를 이뤄내고 이번 선거에 50여 명의 후보를 낸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이다. 묵묵히 길을 내는 진보3당 후보들의 고군분투를 조명한다. - 편집자

"어쩔 수 없어요. 다 서울, 경기로 빠져나가는 거."

이장우 노동당 울산 동구청장 후보를 동행취재한 지난 22일, 유세 연설을 들은 한 시민이 말했다. 명함을 돌리기 위해 발길을 옮기던 이 후보가 돌아와 시민에게 다가가며 친근하고 겸손한 어투로 말했다.

"그래도 해야죠. 그걸 최대한 잡아내는 게 구청장의 역할입니다."

그날 이 후보 유세연설의 핵심은 현대중공업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동구 지역화폐를 뼈대로 '동구순환경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루 동안 그를 따라다니며 그가 그리는 동구의 모습을 물었다.

▲이장우 노동당 울산 동구청장 후보. ⓒ노동당

"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 1만 명 정규직화"

'동구순환경제'는 이 후보의 오랜 고민이 묻은 공약이다. 2022년 지방선거와 2024년 총선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도전에 나선 그다. 2년마다 한 번씩 지역을 돌며 이 후보가 본 것은 "사람이 줄고, 특히 젊은 사람이 줄어드는" 지역의 모습이었다.

실제 2015년 17만 5000여 명이었던 울산 동구 인구는 지난해 15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남은 사람은 열패감을 느낀다. 젊은 사람의 부모님들도 아이가 수도권으로 가길 바란다"며 이 후보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반전의 계기를 고민하던 그가 찾아낸 실마리가 '지역순환경제'였다.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의 연구에서 힌트를 얻었다. 양 교수 분석에 따르면, 과거 10년 울산에서 발행된 화폐 중 30%가 지역 밖으로 빠져나갔다. 부를 빨아들인 곳은 현대 계열사 본사가 자리한 서울이었다.

그렇다면, 울산의 부가 서울로 흘러가며 지역이 쪼그라드는 일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이 후보는 먼저 고용구조의 변화를 강조한다.

"동구 경제구조가 단순해요. 현대중공업과 주민, 이것밖에 없어요. 현대중공업에서 4만 5000여 명이 일하는데 그 중 2만 5000명이 하청 노동자에요. 한때 정규직이 3만 명일 때가 있었는데 완전히 역전됐죠. 이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동구는 계속 침체하고, 상가는 문을 닫고, 세수가 줄며 구청이 할 수 있는 일도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2만 5000명의 하청 노동자 중 현대중공업 정년인 60세를 넘은 5000명, 당장 현실적으로는 정규직화가 어려운 이주노동자 1만 명을 뺀 나머지 1만 명을 정규직화하자는 것이 이 후보의 제안이다. 동구에서 만들어진 부가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일을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막아보자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비정규직 정규직화 공약을 담은 이장우 노동당 울산동구청장 후보 선거 홍보물 일부. ⓒ노동당

공장 담장을 넘어선 동구순환경제 구상

동구순환경제의 한 축을 고용형태의 변화로 설정한 데는 이 후보의 오랜 이력이 녹아있다. 그는 울산대병원에서 노조 간부로 일하며 지역의 여러 투쟁 현장을 찾았고, 때로 직접 문제를 해결해 왔다. 그 과정에서 "법이 바뀌지 않으면 비슷한 싸움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고민에 닿은 것이 정치에 뛰어든 직접적 계기로 작용했다.

풀뿌리 정치를 시작하며 이 후보의 시야는 더 넓어졌다.

"2022년에 처음 시의원에 출마하고 반성을 정말 많이 했어요.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을 주로 만나다 지역에 다녀보니, 어려운 사람이 너무 많은 거예요. 한 분은 자녀가 50대인데 일자리를 못 구한대요. 그 말씀을 하신 분이 70대였어요. 노점상들은 구청 단속 때문에 힘들어 하셨어요."

이 후보가 내놓은 둥구순환경제의 다른 축도 현대중공업 울타리 밖에 있는 주민들을 위한 동구화폐다. 현대중공업이 노동자에게 지역수당 명목으로 월 10만 원씩 화폐로 지급해 동구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데 기여하게 하자는 구상이다. 소요 예산은 연 480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영업이익이 2조 원인 회사"에 큰 돈은 아니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현대중공업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일을 구청장이 할 수 있겠냐는 말도 많이 들었다. 이에 대한 이 후보의 답은 구청이 앞장설 테니 노동자, 주민, 상인이 힘을 모아보자는 것이다. 지역 소멸이 국가적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노사민정 4자 협의체를 통해 대기업과 지역이 상생하는 모델"을 울산 동구에서 만들어 보고 싶다고 이 후보는 강조했다.

또 이 후보는 동별 돌봄센터와 동구사회서비스원 설립으로 노인, 장애인, 소아 등 취약계층을 위한 체계적 돌봄체계를 구축하는 것, 지역의료 불균형 문제 해소를 위해 울산 공공병원을 설립하고 울산대 의대에서 지역의사, 공공의사를 양성하게 하는 것 등을 구청장이 되면 꼭 하고 싶은 일로 꼽았다.

▲지난 22일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에서 이장우 노동당 울산 동구청장 후보와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가 '공공의료 공공돌봄 지역의료 강화' 정책협약식을 맺고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소외된 이들과 끝까지 함께하고자

벌써 세 번째 노동당 후보로 선거에 출마한 그에게 노동당에서 정치를 하는 이유도 물었다. 2004년 현대중공업 노동자 고 박일수 씨 사망 사건, 울산대병원 청소노동자의 고용안정·처우 개선 투쟁 등 약자들이 수세에 몰리고 다른 진보정당마저 외면한 지역 내 싸움에서 "끝까지 함께한 당이 노동당이었다"는 답이 먼저 돌아왔다.

독자적 진보정당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도 따랐다.

"90년대 후반부터 많은 선배들이 민주당으로 가는 걸 봤어요. 국민의힘으로 가는 것도요. 다들 양당 안에서 노동정치 블록을 만들겠다고 했죠. 그렇게 안 됐죠. 양당은 당 안에서 노동의 요구를 중심으로 한 세력이 자리잡는 걸 허용하지 않아요. 팬덤 정치가 강한 곳에서 의제 정치를 만들기도 어렵고요. 그렇게는 진보정치가 실현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날 유세현장에서 그런 그의 곁을 지킨 것은 오랜 시간 함께 부대껴 온 노동자들이었다. 전영수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장이 사전연설을, 전인표 의료연대본부 장애인활동지원지부 울산지회장이 수행을 맡았다. 남목시장에서 유세 연설을 마치고 내려왔을 때는 미포조선 해고자 출신인 김석진 씨가 이 후보를 꼭 끌어안고 "고생했어"라고 말했다.

이를 보며 이 후보가 인터뷰 중 한 말이 떠올랐다. "노동당은 자신이 갖고 있는 명분과 이유가 분명해야 지지할 수 있는 정당이에요. 그래서 지지하는 분들의 눈빛은 진지해요. 보면 진심을 느낄 수 있어요." 어쩌면 그 눈빛도 이 후보가 노동당을 지키는 이유일지 모른다.

▲지난 22일 울산 한 시장에서 이장우 노동당 울산 동구청장 후보가 지역주민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기로에 선 울산 동구, 이장우를 선택해달라"

소외받은 약자의 삶을 개선하고 동구 지역경제를 살리는 진보정치의 실현을 위해 이 후보는 녹록지 않은 형편 속에도 열심히 뛰고 있다.

동행취재 당일도 새벽 6시 30분 현대중공업 앞 출근인사를 시작으로 공공의료 확충을 주제로 한 공공운수노조와의 정책 협약식, 지역 시장 등에서 한 네 번의 유세 연설, 소방도로조차 놓지 못하는 무허가 마을인 성끝마을 주민회장과의 만남 등을 가쁘게 소화했다.

지난 6년 세 번의 선거에서 꾸준히 해 온 일이었다. 그 결실도 눈에 띄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이장우 화이팅!"을 외치고 가는 시민, 연설하는 그를 보며 "기호 6번 이장우!"를 외치는 시민이 있었다. 이 후보가 여러 번 찾은 한 채소가게 할머니는 원래 다른 당을 지지하는데 "구청장만은 이장우를 찍겠다"고 약속했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시민을 만나려 애쓰는 중인 이 후보에게 유권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수도권 집중에 무력감을 표한 시민에게 "그래도 해야죠"라는 말을 건넨 것처럼, 지역이 처한 위기 앞에 체념하지 말자는 의지가 담긴 답이 돌아왔다.

"이번 선거는 우리 동구가 사느냐 아니면 계속 침체일로에서 벗어나지 못하느냐 기로에 선 선거입니다. 계속하던 대로 하겠다는 후보를 뽑으면 동구를 살릴 수 없습니다. 동구의 고용구조를 바꾸고 지역화폐를 활성화해 동구도 살리고 노동자도, 주민도 살리겠습니다. 이장우를 선택하는 길이 동구를 살리는 길입니다."

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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