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었다는 李 비판 이후 진짜 '도 넘은' 이스라엘…구호 활동가들 손 묶어 무릎 꿇려

이스라엘 안보부 장관, 활동가들 비인도적 처사 자랑하듯이 SNS에 올려…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에 미국까지 비난 행렬 가세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구호 물품을 전달하는 구호선단에 탑승한 한국인 활동가들을 지중해 공해상에서 공격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도를 넘었다고 비판한 가운데, 이스라엘 국가안보부장관이 체포한 활동가들의 손을 케이블타이로 묶고 무릎을 꿇리는 등 '도를 넘어선' 행위를 하면서 이탈리아와 프랑스, 스페인,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20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타마르 벤 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부 장관이 아슈도드 항구 시설에서 수십명의 활동가들이 손이 묶인 채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영상과 사진을 공개해 국제적인 비난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이 활동가들이 추방을 앞두고 신병 조사를 받고 있었다고 전했다.

벤 그비르 장관이 올린 영상에서는 한 여성 활동가가 "팔레스타인에 자유를"(Free Palestine) 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한 경찰관이 이 활동가의 머리를 잡고 바닥으로 밀쳐 넘어뜨리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매체는 "이러한 처우는 벤 그비르 장관의 사무실에서 관리하는 교도소에서 가장 흉악한 테러범들을 다루는 방식과 유사해 보인다"라며 "이 또한 인권 침해 및 가혹행위 의혹을 낳은 바 있다"라고 평가했다.

수십 명의 활동가들이 손발이 묶여 무릎을 꿇고 머리를 떨군 상황에서 벤 그비르 장관은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면서 히브리어로 "이스라엘에 온 것을 환영한다. 우리가 여기를 지배하고 있다"라고 외쳤는데 매체는 이를 두고 "활동가들을 조롱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장면에서는 확성기를 통해 이스라엘 국가가 나오는 가운데, 벤 그비르 장관이 본인에게 항의하려는 결박된 활동가를 향해 "암 이스라엘 하이(이스라엘 민족이여 영원하라)"라고 소리치는 모습이 찍혔다. 또 한 여성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고 있는데 벤 그비르 장관은 시설 관리자들에게 "신경 쓰지 말라"고 다그치기도 했다.

▲ 이타마르 벤 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부장관이 사회관계망서비스(X)의 본인 계정에 "이스라엘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올린 영상의 일부. 활동가들은 손이 케이블 타이에 묶이고 머리를 바닥쪽을 향한 채 무릎을 꿇고 있다. ⓒ벤 그비르 장관 X 갈무리

공해상에서 활동가들이 탑승한 선박을 나포하고 이들을 억류한 것에 이어 비인도적인 처사까지 발생하면서 이탈리아와 스페인, 프랑스 등 활동가들이 소속된 국가에서는 이를 규탄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해당 영상에 대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의 본인 계정에 "용납할 수 없다"면서 "이탈리아는 시위대에 대한 처우와 이탈리아 정부의 명확한 요구를 완전히 무시한 행위에 대해 이스라엘 측의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주로마 이스라엘 대사를 소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멜로니 총리는 "이 활동가 중에 많은 수가 이탈리아 시민이다. 이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받고 있다"면서 "즉시 최고 수준의 제도적 조치를 통해 즉각 석방을 위한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 역시 본인의 'X' 계정에서 벤 그비르 장관의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면서 프랑스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소환해 강력한 항의를 전달하고 해명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 국민의 안전은 최우선 사항이다. 이번 선단에 대한 비판은 차치하더라도(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이 행위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선단에 참여한 우리 국민들은 존중받아야 하며 최대한 빨리 석방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 이타마르 벤 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부장관이 사회관계망서비스(X)의 본인 계정에 "이스라엘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올린 영상의 일부. 활동가들은 손이 케이블 타이에 묶이고 머리를 바닥쪽을 향한 채 무릎을 꿇고 있다. ⓒ벤 그비르 장관 X 갈무리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재명 대통령이 이스라엘군에 의해 억류된 사람 중에 한국 국민도 포함돼 있다면서 이스라엘의 행동을 "도를 넘었다"고 비난했다는 점을 보도하기도 했다.

매체는 스페인과 아일랜드 등도 벤 그비르 장관의 행동에 대해 "괴물 같고", "끔찍하다"며 맹비난했다고 전했다. 특히 아일랜드의 경우 대통령 캐서린 코놀리의 여동생이 활동가 중에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의 가장 강력한 동맹인 미국에서조차 이러한 행태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마이크 허커비 주이스라엘 미국대사는 'X'의 본인 계정에 구호선박은 "어리석은 쇼"였다면서도 벤 그비르 장관이 "조국의 존엄성을 배신했다"라고 지적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우려를 표명하는 이례적인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그는 본인의 'X' 계정에 "이스라엘은 하마스 테러 지지자들의 도발적인 선단이 영해에 진입하여 가자지구에 도달하는 것을 막을 권리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벤 그비르 장관이 선단 활동가들을 다룬 방식은 이스라엘의 가치와 규범에 부합하지 않는다"라며 "관련 기관에 도발자(활동가)들을 가능한 한 빨리 추방하도록 지시했다"라고 밝혔다.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교부 장관 역시 본인의 'X' 계정에 벤 그비르 장관에 대해 "당신의 수치스러운 행동으로 국가가 피해를 입었다.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다"라며 "이스라엘군 장병부터 외교부 직원, 수많은 훌륭한 인재들이 기울인 엄청나고 전문적이며 성공적인 노력을 헛되이 만들었다. 단언컨대, 당신은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이스라엘의 '도를 넘은' 행태는 최근에도 있었다. 이번 가자지구 구호선박 활동을 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항해 한국본부'는 20일 이스라엘군이 구호선단인 글로벌수무드선단(GSF)의 지롤라마 호를 나포할 당시 고무탄 사격을 가했고, 이스라엘군 해군 고속정이 GSF의 시리우스 호를 들이받아 선체를 파손시켜 침몰시키려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이 이스라엘의 무력 사용에 대한 긴급 조사를 촉구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스라엘 측은 고무탄 사용을 부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무장관은 지난 18일 마드리드 주재 이스라엘 대리대사를 소환해 공해상에서의 이스라엘군의 구호선박 나포가 "이전의 선박 저지 사건 이후 불과 15일 만에 또 다른 국제법 위반"의 사례라고 꼬집었다.

인도네시아 외무부 역시 이스라엘에 억류된 모든 활동가를 석방할 것을 촉구했으며, 언론인을 포함한 자국민 2명이 선박에 탑승했다고 밝혔다.

▲ 이타마르 벤 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부장관이 사회관계망서비스(X)의 본인 계정에 "이스라엘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올린 영상의 일부. 벤 그비르 장관(맨 왼쪽)이 붙잡힌 활동가(오른쪽 아래)와 언쟁을 벌이고 있다. ⓒ벤 그비르 장관 X 갈무리

이처럼 주요 국가들이 이스라엘의 행위를 규탄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만이 이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은 이스라엘의 대응 논리를 그대로 대통령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20일 22차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이스라엘군이 선박을 나포했던 곳이 이스라엘의 영해냐고 물었고 그에 대해 김진아 2차관은 "그 지역을 (이스라엘이) 통제하고 있는, 관할권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그쪽에 모니터링선을 치고 있기 때문에"라며 명확한 답을 하지 못했다.

김 2차관의 답변이 미진하자 이 대통령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없냐고 물었고 위성락 실장은 "영해는 아니지만 가자 지역 전체를 이스라엘이 군사적으로 통제하고 있다"는 답을 내놨다.

위 실장은 "이스라엘 영토는 아닌데 이스라엘이 그 지역에서 군사 행동을 하면서 군사적 통제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까 이스라엘 입장에 비춰 말하자면 교전 상태에 있는 것"이라며 "이스라엘은 출입 통제 차원이라고 설명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 사람들(구호선박에 탑승한 한국인)에 대해서는 지난번에도 우리가 가자 지역은 입국 금지 지역이니 입국하지 말라고 했는데 입국을 한 바가 있고"라며 구호선단에 탑승한 한국인들에 대해 문제를 삼았다.

이에 대해 (사)외교광장은 21일 성명서를 통해 "침략국의 해명을 그대로 읊조리는 관료들의 모습은 대한민국 국민의 안위를 걱정하는 공직자가 아니라 이스라엘 정부의 대변인에 가까웠다"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정부의 권고를 따르지 않은 국민이라 할지라도, 타국에 의해 부당하게 자유를 유린당했다면 조건 없이 보호하고 강력히 항의하는 것이 주권 국가의 당연한 헌법적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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