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18일 발간한 <통일백서>에서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적 두 국가 관계'제시했다. 이는 여러 모로 '고육지책'의 성격을 담고 있다.
먼저 남북관계의 현실과 방향성에 대한 고심이다. 조선(북한)은 2023년 연말에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하고 이를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치달아왔다. 3월 개정한 헌법에서도 통일 조항을 삭제하고 영토조항을 신설한 것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통일부가 강조하는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적 두 국가 관계'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이자 헌법 정신은 통일 지향성을 유지하되, 조선이 말하는 '적대적'을 '평화적'으로 대체하고 '두 국가론'을 잠정적으로 인정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둘째는 이재명 정부 내부의 이견을 좁히려는 시도이다. 통일부는 작년 하반기부터 '평화적 두 국가'로의 전환 필요성을 언급해왔지만, 국가안보실과 외교부는 '통일 지향적인 특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를 두고 혼선이 거듭되자 통일부는 '평화적 두 국가' 앞에 '통일을 지향하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셋째는 정책적·전략적인 필요와 법적인 현실 사이의 절충이다. 통일부는 "북한이 느끼는 불신과 위협을 완화하고 '적대'를 '평화'로 전환"해야 한반도 평화 공존을 제도화할 수 있다면서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적 두 국가 관계'로의 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조선을 법적으로 국가로 인정하자는 취지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우리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의 영토조항과 이에 근거한 국가보안법 등 각종 법률을 유지하는 토대 위에서 잠정적인 두 국가를 모색하자는 취지로 읽힌다.
이러한 통일부의 고심과 대안적 접근 시도에도 불구하고 짚어봐야 할 문제들은 여전히 남는다. 우선 통일부의 입장이 이재명 정부의 공식 입장인지가 불분명하다. 정부 내 이견이 표출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힌 적도 아직까진 없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적 두 국가 관계'라는 정치적 입장과 조선의 국가성을 부정하는 법적 현실의 괴리에 있다. 이 괴리가 좁혀지지 않으면 혼선이 계속될 뿐만 아니라 평화공존의 상대인 조선의 긍정적인 입장 변화를 유도하기가 어려워진다.
물론 이들 사안은 하나같이 논란의 소지가 크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국익 중심'의 공론화와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다. 공론화의 대상에는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적 두 국가 관계'의 타당성뿐만 아니라, 공식 국호 사용 문제, 헌법의 영토조항과 이를 근거로 한 법률 개정 문제, 그리고 국방 목표의 재정의 및 유사시 흡수통일론의 존속 여부 등도 포함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론화를 통해 합의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구분되면, 정부의 정책 방향은 힘을 받을 수 있다.
정부 내 조율과 국민 여론 수렴을 거친 대통령의 입장 표명 방식으로는 '특별선언'을 주문하고 싶다. 건국 이래 우리 대통령이 '특별선언' 형태로 남북관계의 비전을 천명한 적은 1988년 노태우 대통령의 ‘민족자존과 평화통일 특별선언’(7·7 선언)이 유일하다. 그로부터 40년 가까이 지난 오늘날, 남북관계는 여러 부침을 거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이에 대한 진단은 다양할 수 있지만, 대다수 국민은 '가장 가까우면서 가장 적대적인 이웃'이라는 관계가 바뀌기를 바라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러한 시대적인 요구와 국민적인 바람을 담아 특별선언을 발표해주기를 바라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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