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한국 선박 유조선, 호르무즈 해협 진입…美 이란 침공 이후 첫 번째

<블룸버그> "중국 유조선 두 척과 함께 호르무즈 통과 중"…조현 장관 "이란 측과 협의 하에 지금 호르무즈 해협 빠져나오고 있어"

한국 국적의 대형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보도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한국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것은 미국의 이란 침공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 국적의 초대형 유조선 유니버셜 위너(Universal Winner)호가 현재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성공할 경우 이는 동아시아 국가 소속 선박으로서는 첫 번째 통과 사례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통신은 선박 추적 데이터를 이용해 쿠웨이트산 원유를 실은 해당 유조선이 이날 오전부터 호르무즈 해협 수로에 진입했다는 점을 송신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선박 추적 사이트는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현재 해당 선박은 라라크섬 남쪽을 지나 오만만으로 진입하고 있다.

통신은 이 선박이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이라며 목적지는 한국의 울산으로 표시되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은 "서울 소재 해운사 HMM이 소유하고 있으며, 이 회사 소속 벌크선 한 척은 이달 초 호르무즈 해협에서 공격을 받은 바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 선박은 같은 날 유사한 경로를 따라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한 중국 소속 초대형 유조선 두 척의 뒤를 따르고 있다"라며 "다만 이 선박들이 실제로 해협을 성공적으로 빠져나왔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중국 유조선 두 척은 카타르 및 이라크산 원유를 싣고 중국 취안저우를 목적지로 표시한 '오션 릴리(Ocean Lily)'호 인데, 이 선박은 이날 이른 오전부터 위치 신호 송출을 중단했다. 또 이라크산 원유를 싣고 중국 남부 수이둥을 목적지로 표시한 '위안구이양(Yuan Gui Yang)'호는 역시 수 시간째 같은 위치에 정박 상태로 머물러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통신은 "만약 이 세 척의 초대형 유조선이 향후 몇 시간 안에 안전하게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오는 데 성공한다면, 이는 최근 며칠 사이 해당 항로를 통과하는 원유 수송량 증가 흐름에 힘을 보태는 동시에, 2월 말 중동 전쟁 발발 이후 가장 활발한 초대형 유조선 통항일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홍콩 선적의 오션 릴리호는 '에이블 베스트 디벨롭먼트(Able Best Development Ltd.)' 소유인데, 이 회사는 선박 관리사인 '시노켐 쉬핑 하이난(Sinochem Shipping Co. Hainan)'과 상하이 주소 및 연락처를 공유하고 있다. 시노켐 쉬핑 하이난은 중국 국영 에너지 대기업 Sinochem Corporation 의 자회사다.

위안구이양호는 중국 정부 지원을 받는 코스코 쉬핑 산하 '코스코 쉬핑 에너지 트랜스포테이션(Cosco Shipping Energy Transportation)'이 소유 및 운영하고 있다. HMM을 비롯한 나머지 두 중국 선박 관리사는 통신의 사실 확인 요청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 20일 선박 추적 사이트인 마린트래픽에 '유니버셜 위너'호.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마린트래픽 갈무리

유니버셜 위너호의 호르무즈 통과와 관련해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지금 이 순간에 우리 유조선이 이란 측과 협의하에 호르무즈 해협 빠져나오고 있다"고 사실을 확인했다.

조 장관은 "이란 당국과 협의 마쳤고 어제부터 항해 시작해서 매우 조심스럽게 호르무즈를 (통과하고 있다)"라며 해당 유조선에는 200만 배럴의 원유가 실려있다고 밝혔다.

이번 유조선의 통과가 협상의 결과냐는 국민의힘 김태호 의원의 질문에 "결과적으로 잘되면 말씀드리겠다"며 "협상이라고 할 수는 없고 저희는 처음부터 모든 선박이 자유로운 통항을 해야 하며 통행료를 납부하거나 협상 수단이 될 수 없다는 기본 입장을 견지해 왔다"라고 말했다.

앞서 19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이란 측은 한국 시간 18일 밤 우리 선박 한 척에 대해서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가능하다고 주이란대사관을 통해 알려왔다"라며 "정부는 선사에 이 사실을 공유했고 선사는 내부 협의를 거쳐 통항을 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일본 선박의 경우 지난달 29일 정유회사인 '이데미쓰코산'의 자회사가 관리하는 파나마 선적의 대형 유조선 'IDEMITSU MARU'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바 있다. 이에 한국 선박은 왜 호르무즈 해협 통과가 늦어지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국이 이란에 대사관을 아직 유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국가이기도 하고 정병하 외교부장관 특사까지 보내는 등 이란과 외교적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이 나오지 않냐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높아지면서 선사들이 안전 문제를 고려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또 설사 해협을 통과한다고 해도 이후 미국의 제재를 우려하기도 하면서 해협 통과를 결정하기 어려워지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번에 나오는 선박의 경우 미국의 제재는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재무부 산하의 해외자산통제국(OFAC, 오팍)에 따르면 이란의 영해인 항구에 들렀다가 나온 선박 또는 이란의 항구 근처에 머물러서 작업을 했던 선박의 경우 제재를 받는 것으로 규정돼 있는데 이번에 나오는 선박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배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나오기 위해 선박이 당국에 접촉하는 것을 문제삼고 있다"라며 이번의 경우 "오팍(제재의) 적용 대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해당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면서 이용료를 지불하는지에 대해 이 당국자는 "비용은 없다"라고 말했다. 오팍은 지난 1일 공지문에서 "안전 통항을 위해 이란 정권에 비용을 내거나 (공격하지 않겠다는) 보장을 요청하면 제재가 부과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기 위해 주의보를 발령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이란이 한국 선박의 통항을 허가한 이유가 나무호 피격과 연관돼있는 것이냐는 질문도 나왔다. 아직 공격 주체가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이란 측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가운데, 이란과 협상에서 이 문제를 호르무즈 내 선박 통항을 위한 지렛대로 사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에 대해 이 당국자는 "연관 없다"며 "그동안 이란과 계속적인 소통 노력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 26척의 선박 중에 이번 유조선이 결정된 배경은 한국 선원이 상대적으로 더 많거나 한국에 더 필요한 물품이 있는 선박 등의 기준이 적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역시 통항을 허가하는 기준이 있으나 구체적인 사항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후에도 추가적으로 통항 가능한 선박이 있을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저희는 계속 모든 한국 선박에 대해 자유로운 통항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