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군 전멸", 정보기관은 "수천 발 미사일 건재"…뒤죽박죽 미국, 무기고마저 비어간다

CSIS, 7주 동안 사드 등 주요미사일 절반 소진 분석…악화된 여론 탓 공화당에서도 "우려"

이란의 해군과 공군이 무력화됐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장과는 달리 미 전쟁부는 이란의 핵심 군 전력이 여전이 유지되고 있다고 의회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히려 미국이 이란과 전쟁에서 상당한 전략 무기를 소비했다는 미 싱크탱크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2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방송 NBC는 미 전쟁부 산하 정보기관이 최근 의회 의원들에게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이란 정권이 수천 발의 미사일과 편도 공격이 가능한 드론(자폭 무인기)을 포함해 여전히 상당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해당 보고서가 이란이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력한 지역 강대국"으로서 "핵심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방송은 이란의 공군과 해군이 괴멸되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던 트럼프 대통령 및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 장관의 이전 발언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의 군대가 여전히 유의미한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정보 당국의 판단은 최근에도 제기된 바 있다. <비지니스 인사이더>는 지난 17일 "미국 국방정보국(DIA) 국장인 제임스 애덤스 해병대 중장은 의회에서 이란이 수천 발의 미사일과 편도 공격 드론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중동에서 미국과 동맹국에 위협이 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는 16일 하원 군사위원회 증언에서 이란이 "전력 손실과 지출 증가로 전력이 약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무기를 여전히 보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8일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이 미군이 이란의 탄도미사일 저장시설 450곳 이상과 편도 공격용 드론 저장시설 800곳을 공격했다면서 "이 모든 무기 체계가 파괴됐다"고 말한 것과도 배치되는 내용이다.

매체는 "이란이 보유한 미사일과 공격 드론의 정확한 수치가 불분명하지만, 애덤스 국장의 증언은 이란의 무기고가 여전히 상당 부분 온전한 상태임을 시사한다"라며 "무기의 상당 부분은 지하에 은닉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짚었다.

이처럼 이란의 군 전력과 관련해 미 고위 관리와 내부 정보 기관의 판단이 다르게 나오면서 트럼프 정부의 공개 메시지에 대한 신뢰성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메릴랜드에 위치한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이번 전쟁을 통해 미사일 등 주요 무기의 상당 부분을 소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방송 CNN은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새로운 분석을 인용해 지난 7주 동안 미군이 이란을 공격하면서 정밀 타격 미사일 비축량의 최소 45%, 사드(THAAD) 미사일 재고의 최소 절반, 패트리어트 방공 미사일 재고 약 50%를 소모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평가에 정통한 소식통은 방송에 이 수치가 미 전쟁부에서 기밀로 다뤄지는 무기 비축량 자료와 매우 유사하다고 전했다.

올해 초 미 전쟁부는 미사일 생산 확대를 위한 일련의 계약을 체결했는데, CSIS 전문가들 및 소식통들은 생산 능력 증대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스템을 대체하는 데 3~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고 방송은 보도했다.

방송은 "미국이 단기적으로는 불안정한 휴전이 무너지더라도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을 지속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폭탄과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라며 "그러나 CSIS 분석에 따르면 중국과 같이 거의 대등한 적대국에 맞서기에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으며, 이러한 무기 재고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방송은 이어 분석 자료 및 소식통을 인용해 "미군은 토마호크 미사일 비축량의 약 30%, 초정밀 장거리공대지미사일(JASSM) 비축량의 20% 이상, SM-3 및 SM-6 미사일 비축량의 약 20%를 소진했다"라며 "이러한 무기 체계를 대체하는 데는 약 4~5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미 해병대 대령 출신이자 CSIS 보고서 공동 저자인 마크 캔시안 연구원은 방송에 "군수품 지출이 많아지면서 서태평양 지역의 취약성이 높아졌다"며 "이 재고를 보충하는 데는 1~4년이 걸릴 것이고, 필요한 수준으로 확대하는 데는 그 이후에도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분석 결과에 대해 숀 파넬 미 전쟁부 대변인은 미군이 "대통령이 원하는 시기와 장소에서 작전 수행을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우리는 여러 전투사령부에서 성공적인 작전을 수행했으며, 동시에 미군이 국민과 국익을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무기 체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장해 왔다"는 입장을 내놨다.

방송은 CSIS의 분석이 "미국에 무기가 부족하지 않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대조된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으로 인한 기존 비축량 감소를 이유로 미사일 추가 구매 예산을 요청한 바 있다"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미 전쟁부가 이날 1조 5000억 달러(한화 약 2215조 원) 규모의 내년 예산 계획을 발표했다고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신문은 지난해 예산인 8952억 달러 (한화 약 1321조 원)에 비해 증액된 예산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군사 사업들을 위한 자금"으로 쓰인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이번 예산안에는 무인 수상함, 전투기 및 공중급유기, 편도 공격용 드론을 비롯한 무인 무기 체계 증강과 드론 요격 기술 개발에 약 750억 달러가 배정돼 있다. 또 장거리 타격 및 방공 미사일 비축량 확충에 수십억 달러가 투입될 예정이며 전쟁으로 인해 비축량이 크게 줄어든 고가의 유도 무기도 주요 항목에 포함됐다.

신문은 해군이 내년에 토마호크 미사일 785기를 구매하고 향후 5년간 약 4000기를 구매할 계획을 상정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실제 지난 2년 간 88기밖에 구매하지 못해 현실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나오고 있다. 신문은 육군의 경우 사드와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을 추가로 구매하기 위해 200억 달러 이상을 요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쟁부에서 이같은 예산을 제출하더라도 실제 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신문은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천문학적인 규모의 예산안 삭감 없이는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여당인 공화당에서조차 예산 증액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지난 2월 28일 이란 공격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AP> 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조사센터(NORC)가 지난 16∼20일 미국 성인 25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1일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2.6%포인트)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은 33%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같은 기관에서 실시한 지지율 38%에 비해 5% 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지난해 1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후 최저치다.

특히 물가 대응에 있어 미국 내 여론이 점점 악화되고 있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부담이 되고 있다. 경제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지지율은 지난달 38%였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30%로 8% 포인트 하락했다. 또 생활 물가 대응에 대해 응답자의 23%만이 트럼프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답해 미국 내 불만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통신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된 중동 전쟁으로 인해 미국인들의 인내심이 시험대에 올랐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지키려는 공화당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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