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휴전 만료일을 하루 앞두고 이란 지도부와 대표단이 통일된 안을 들고 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파키스탄 측의 요청에 따라 휴전을 연장한다고 밝힌 가운데, 이란 언론은 이란 측이 휴전 연장을 요청하지 않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방침은 전쟁에서 빠져나오려는 방책이거나 기만책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21일(이하 현지시간) 이란 반관영 매체인 <타스님> 통신은 "여러 소식통을 통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이란은 휴전 연장을 요청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란 <IRNA> 통신은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 대표단이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IRNA>는 "이 소식통은 이란이 이슬라마바드 협상에 참여할 것이라는 공식적 또는 비공식적 정보를 전혀 입수하지 못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라며 "파키스탄을 방문하는 어떤 대표단이라도 안보 문제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연장에 대한 이란 정부의 공식 반응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이란 공영방송(IRIB)의 뉴스 네트워크(IRINN)와 인터뷰에서 "파키스탄 회담 참여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며 "미국 측의 모순된 메시지, 일관성 없는 행동, 그리고 용납할 수 없는 조치가 그 이유"라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의 본인 계정에 "이란 정부가 심각하게 분열되어 있다는 사실,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니"라며 "이란 지도부와 대표단이 통일된 제안을 내놓을 때까지 이란 공격을 중단해 달라는 아심 무니르(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와 셰바즈 샤리프 총리의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 측 안이 제출되고 논의가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될 때까지 휴전을 연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연장에 대해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의 본인 계정에 "휴전 연장 요청을 수용해준 트럼프 대통령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라며 "양측이 휴전을 계속 준수하고,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릴 예정인 2차 회담에서 분쟁을 영구적으로 종식시킬 수 있는 포괄적인 '평화 협정'에 도달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휴전 만료일을 앞두고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진행되지 않으면서 J.D 밴스 미 부통령의 파키스탄 방문도 취소됐다. 백악관 관계자는 이날 "이란의 통일된 제안을 기다리고 있다는 대통령의 발언을 고려하여, 밴스 특사의 파키스탄 방문은 오늘로 취소됐으며, 대면 회담 관련 추가 사항은 백악관에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이 서로 상대가 문제라 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타스님> 통신은 "트럼프가 아무런 구체적 시점도 밝히지 않은 채 휴전 연장을 발표한 것은 몇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라며 "트럼프가 전쟁에서 패배했고, 전쟁 기간 동안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이미 시험하고 검토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신은 "트럼프는 전쟁을 통해 아무런 성과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으며, 따라서 자신에게 가장 좋은 선택은 전쟁에서 빠져나오는 것이라고 판단한다"라며 "설령 어리석은 결정으로 전쟁을 계속하더라도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와 함께 통신은 미국의 이번 행보가 기만일 가능성을 경계하기도 했다. 지난 2월 26일 제네바에서 미국과 이란 협상 대표단의 접촉이 이뤄지면서 군사 충돌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이틀 뒤인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은 공습을 감행한 바 있다.
통신은 "휴전 연장을 포함해 어떤 조치든 트럼프의 기만일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라며 "트럼프가 휴전 연장을 주장한 뒤에도, 이 '테러 국가' 미국 정부나 혹은 지역의 '광견'인 이스라엘이 암살과 같은 행동을 저지를 가능성도 있다. 타스님이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이 시나리오는 이란 당국도 분명히 염두에 두고 있으며, 이를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고 있다"라고 전했다.
통신은 "또 다른 가능성은 미국이 전쟁에서 빠져나오고 이스라엘만이 레바논에서의 휴전 위반을 명분으로 전쟁에 남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이전에 미국 측에 미국이 전쟁에서 이탈하면서 이스라엘만 전장에 남겨둘 수는 없다는 경고가 전달된 바 있다"라고 말해 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통신은 "해상 봉쇄가 계속되는 것은 곧 적대 행위가 계속된다는 의미다. 해상 봉쇄가 이어지는 한, 이란은 최소한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지 않을 것이며 필요할 경우 무력을 사용해 봉쇄를 돌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신은 "미국은 '전쟁의 그림자'를 유지하면서 이란의 경제와 정치를 불안정 상태에 두려 하고 있다. 미국은 상황이 '(2025년 6월의) 12일 전쟁 이후'와 같다고 생각하지만, 현재는 중요한 차이가 하나 있다. 그것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만약 미국이 전쟁의 긴장을 계속 유지하려 한다면, 호르무즈 해협 역시 완전히 봉쇄된 상태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멘 후티 반군의 나스레딘 아메르 공보 부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그가 처한 심각한 곤경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란이 협상 테이블에 나가지 않고 있는 것은 이란이 우위를 점하고 있음을 의미한다"라고 밝혔다고 <IRNA> 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아메르 부국장이 "이란이 새로운 협상 라운드에 동의하기도 전에 미국 측이 서둘러 이슬라마바드 방문을 추진하고, 이후 휴전을 연장한 점은 트럼프가 얼마나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지를 보여준다"라고 말했다며 "이란 내부에 갈등이 있다는 거짓 주장 역시 트럼프의 실추된 체면을 유지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란 측은 미국이 해상 봉쇄를 풀어야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아미르 사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대사는 21일 "미국이 봉쇄를 해제하는 즉시 다음 협상이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러시아 매체 <스푸트니크>가 전했다.
그는 이란이 어떠한 상황에도 준비하고 있다며 "우리는 군사적 공격을 시작하지 않았다. 미국이 정치적 해결책을 원한다면 우리는 준비되어 있다. 만약 미국이 전쟁을 원한다면 이란은 전쟁에 임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해상 봉쇄를 해제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그는 트루스소셜 본인 계정에 "나에게 나흘 전에 사람들이 와서 이란은 해협을 즉시 다시 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라며 "그러나 우리가 그렇게 한다면 그 나라와 지도부까지 모두 폭격하지 않는 한 이란과 협상은 절대 성사될 수 없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되기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하루에 5억 달러를 벌 수 있기 때문에 해협이 열려 있기를 원한다. (따라서 해협이 닫히면 그만큼의 손실을 보는 것!)"이라며 이란에 대한 압박 차원의 해상 봉쇄를 이어갈 것임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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