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내쫓으려 '한미 관계'까지 볼모? 鄭 "공개 정보 수 차례 언급…느닷없이 나온 저의 의심"

김준형 "통일부 장관 책임론 부각시킨 정보 누설 의도 매우 의심스러워"

정동영 장관의 핵 시설 언급으로 한미 간 정보 공유가 중단된 데 대해 야당을 중심으로 경질 주장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정 장관은 이미 공개된 정보였다고 반박했다. 실제 정 장관은 지난해 인사청문회에서 이를 언급한 바 있으며 지난 2016년 미국의 싱크탱크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도 관련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정 장관은 지난 6일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북한의 구성 지역에 핵 시설이 있다고 밝힌 것을 이유로 한미 간 정보 공유가 중단됐다는 <한겨레>의 18일 보도와 관련해 "아무런 문제가 없는 한미관계 위기설을 퍼뜨리는 일각의 행태가 걱정스럽다"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이미 수 십 차례 보도되고 공개된 자료를 사용해서 정책을 설명한 것일 뿐"이라며 "지난 2016년 미국 싱크탱크 ISIS서 발표한 논문에도 구성 언급이 있고 당시 KBS를 비롯해 많은 언론이 보도했다"라고 밝혔다.

실제 2016년 7월 22일 KBS는 "21일(현지시간) ISIS가 공개한 옛 우라늄 농축시설 의심 장소"가 있다면서 "이 시설은 핵단지가 있는 평안북도 영변에서 서쪽으로 약 45㎞ 떨어진 장군대산 지하에 자리잡고 있다. 장군대산은 평안북도 구성시 방현비행장과 가까운 곳으로, 옛 농축시설로 추정된 장소는 북한의 무인기 생산공장으로 알려진 방현항공기공장 자리에 위치해 있다"라고 보도한 바 있다.

또 정 장관은 지난해 7월 14일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구성과 강선 등 네 군데 우라늄 시설에서 고농축 우라늄을 이미 추출해서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 않나"라며 "이 시간에도 돌아가고 있는 북한의 핵 능력을 빨리 대화를 통해 멈추도록 하는 일이 시급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정 장관은 "그땐 아무 말 없다가 아홉 달이 지나서 느닷없이 이 문제를 들고 나온 저의가 의심스럽다"라며 "이에 대한 확대 해석과 억지 비판을 자제해달라"라고 말했다.

한미 간 정보 공유가 정 장관의 발언 이후 제한됐다는 <한겨레>의 보도와 관련한 사실관계에 대해 정 장관은 "통일부나 당국에선 그 부분에 대해선 확인 드릴 수 없다"라고 답했다. 청와대와 국가안보실 역시 이에 대한 문의에 입장이 없다는 답을 내놨다.

이와 관련 20일 <한겨레>는 "미국은 이달 초 대북 정보 공유 축소 방침을 한국에 전달하며 정동영 장관 발언을 포함해 4~5개 가량의 사유를 언급했다고 한다"면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이 지난 2월 서해상 미중 전투기 대치 사건에 관해 한국군 당국에 사과했다는 언론 보도를 먼저 언급했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신문은 "이어 유엔군 사령부가 독점하는 비무장지대 출입 승인권을 통일부가 일부 관리하도록 하는 'DMZ법'과 미중 전투기 대치 사건과 관련해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주한미군에 항의한 점도 지목했다고 한다. 미국은 정 장관 발언은 마지막에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보도했다.

정 장관은 북한의 구성에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는 것을 말했는데 왜 미국이 문제를 삼는다고 보냐는 질문에는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0일 오후 외부 일정을 마친 뒤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도착, 미국과 정보공유가 일부 제한된 것과 관련 입장을 밝힌 뒤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 정보를 제한한 이유에 대해 정동영 장관의 발언만을 문제 삼은 <한겨레>를 비롯한 보도들과 관련해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날 평택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실이 아니거나 과장된 내용을 언론에 공개해서 한미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동시에 통일부 장관 책임론을 부각시킨 그 '정부 관계자'라는 사람의 정보누설 의도가 매우 의심스럽다"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혹시라도 대통령의 대북 관계 개선 의지를 꺾고, 한미 간 이간질을 통해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려는 것이라면 당장 중단하고 사퇴하기를 촉구한다"라며 "이재명 대통령의 대이스라엘 발언 관련해서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더니, 정작 안보실과 외교부는 존재감도, 실력도, 책임도 없이 미국 눈치 보기에 급급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한참 지난 사안이 왜 지금 파장을 낳고 있을까? 이번 사안의 배후에 누군가의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판단한다"라며 "그간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 표명과 자주적 목소리를 내면서 미운털이 박힌 정 장관을 경질하고, 대통령의 적극적인 평화 의지를 꺾으려는 세력들의 의도적 공격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이어 그는 야당에 대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코미디 같은 방미를 덮고, 지방선거의 불리함을 메우기 위해 대통령을 흔드는 악의가 더해져 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미국의 정보 중단과 관련해 "만약 이 사안 때문에 미국의 안보 제공이 중단된 것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동맹의 신의를 저버린 미국이 규탄받아 마땅하다"라며 "그간 일방적 통상 압박과 중동전쟁 파병 요구 등 한미 동맹의 근간을 흔들어 온 것은 우리가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꼬집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정 장관의 발언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새해 기자회견에서 "비핵화가 가장 이상적이긴 하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나"라고 발언한 데 대한 의미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더 이상 핵물질을 생산하지 않고, 핵물질이 해외로 반출되지 않고, ICBM 기술을 더 이상 개발하지 않게 하는 것도 이익이다. 중단하는 것도 이익"이라며 북핵 군축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정 장관은 이 대통령의 발언이 북한 비핵화를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어 부적절하며 이 대통령이 사실상 군축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의 지적에 대해 답변을 자처하면서 해당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구호로 비핵화를 주장해서 비핵화가 된다고 하면 몇 번이고 한다. 대통령 말은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며 "북한 핵은 현재진행형이다. 2일 IAEA(국제원자력기구) 이사회에서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북핵에 대한 상황을 보고했는데 굉장히 심각했다. 영변의 5메가와트(MWe) 원자로 가동이 지속되고 있고 지난해 6번째 꺼내서 16kg의 플루토늄을 추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로시 총장의 보고 중에 지금 영변과 구성, 강선에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고, 이란은 60% 농축 우라늄인데 비해 북의 우라늄 농축은 90% 무기급 우라늄이다. 이 시설을 영변에 한 군데 더 증설하고 있다는 보고였다"며 "대통령 말의 핵심은 일단 이것을 중단시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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