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방선거 참 재밌다. 더불어민주당이 얼마만큼 압승하느냐로 시작한 선거가 실상은 '이번에 국민의힘이 폭망하느냐'의 문제로 전환한 가운데, 부산·울산·경남에서의 민주당 승리 가능성에 더해 한동훈, 조국의 부산 출마 여부가 입길에 오르는 와중, 김부겸의 대구 출마로 화룡점정에 이른다. 완전히 '경상도 선거'가 되어버렸다.
사람들의 눈이 영남에 집중되는 가운데 피 말리는 접전을 벌이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박주민과 정원오. 혹자는 외부 영입 인사 없이 치르는 서울시 경선을 '무게감 없다'고 폄하하지만 민주당이 언제까지 당 밖의 사람을 업어와 시장에 앉혀야 하나. 경선에 나선 3인 모두 민주당 재원이니 이번이 제대로 된 경선이다. 게다가 정치인과 단체장이 1, 2위를 다투니 골라 먹는 맛도 있다. 박주민은 국회의원 3선, 정원오는 구청장 3선.
정원오는 이재명 대통령이 작년 12월 8일 자신의 엑스(X)에 일 잘하는 구청장이라고 칭찬하는 글을 올리면서 지지율이 급등해 올해 부동의 1위를 달렸다. 박주민의 2배 이상이었다. 이번 선거를 오랫동안 준비해온 박주민이 '멘붕'에 빠졌다는 풍문이 돌았고 정치인과 평론가 대부분 '민주당 후보는 정원오'라고 결론 내리기 시작했다.
'정치인 vs. 행정인'의 진검 승부
그런데 본경선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둘 간 지지도 격차는 현저하게 좁혀졌다. 박주민의 맹추격이다. 연초 20%포인트(p) 넘게 벌어졌던 차이가 4월 들어 10%p 안팎까지 줄면서 접전 양상이다. 특히 양 후보 모두 오세훈 현 시장에게 오차범위 밖에서 안정적으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과연 뒤집힐 수 있을까. 정원오의 본선 진출을 예상하던 평론가들이 본경선에서 정원오가 과반 1위를 하지 못하면 결선 투표로 갈 것이고 그 경우 박주민의 역전승도 가능하다며 "재미있어졌다"고 말한다.
이번에 드러난 박주민의 강점은 미래 지향 정책 역량이다. 다만 그의 정책 역량은 양면적이었다. '세월호 변호사'로 이름을 알린 그가 국회의원이 되어 상법 개정, 국민연금 개혁, 전세사기 피해 지원법, 의료 개혁 등 출중한 정책 성과를 올리긴 했는데 이러한 개혁적 성향이 중도 성향 유권자들에겐 강성 이미지로 다가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언급으로 벌어진 지지율 격차를 끈질기게 따라잡은 것 역시 그의 정책 역량이다. 한 인플루언서는 박주민과 정원오의 정책을 전수조사하며 비교했는데 "생각보다 격차가 컸다"고 평한다. 정치인이기에 미래를 보는 눈도 있다. 청와대와 국회가 떠난 후, '600년 수도'였던 서울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나 '중장년 돌봄'이라는 생소한(?) 정책, 그리고 5극3특 관련해 지방과의 상생을 모델을 제시한 점 역시 돋보인다. 다만 행정 관리 능력을 검증받은 적이 없다는 점은 그의 과제가 될 것이다.
정원오의 강점은 구민 우선의 촘촘한 정책이다. 그가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해 월 100건 이상의 민원을 소화하며 구민과 소통하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스마트 쉼터, 스마트 정류장, 스마트 흡연부스 등 스마트 시리즈가 유명하고 공공시설 무료 셔틀버스 '성공버스' 도입, 취약계층에 먹거리와 생필품 지원하는 '그냥드림 서비스' 등은 타 지자체들이 벤치마킹하는 성공 사례다. 뭐니 뭐니 해도 전국 최초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를 만들어 성수동을 대한민국 최고의 '힙플레이스'로 만든 것은 그의 성과다.
그는 민주당에서 가장 중도적 후보다. 그가 작년 보수 언론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도 그가 '가장 덜 민주당스러운' 인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확장성에서 가장 앞선다. 그의 숙제는 민주당 권리당원에게 어떻게 소구할 것인가이다. 또 하나. 기초단체장 출신이어서 그런지 TV토론에서 약점을 보였다. 그래서 오세훈 시장 측에서 정원오가 올라오길 기다린다는 말이 돈다. TV토론 두 번이면 뒤집을 수 있다고.
본경선 결과는 9일이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개혁 성향 정치인이 선택될 것인가 아니면 주민 우선 행정인이 기회를 잡을 것인가. 지금의 정치 지형상 선택된 자가 앞으로의 10여 년을 책임질 가능성이 크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