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전쟁이 남긴 건 결국 '호르무즈 통행료'? 불안감 속 유가 일단 하락

'언제든 재봉쇄 가능성' 시장에 상흔 남겨…60일 내 핵합의 타결 어렵다는 전망 속 이스라엘도 변수

미국과 이란이 휴전 합의에 도달하며 호르무즈 해협 개방 기대감에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다만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권리를 여전히 강조하며 불안감을 남겼다. 레바논 휴전이 합의 내용 중 하나라는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이스라엘은 레바논에 계속 주둔하겠다고 밝혀 우려를 키웠다. 까다로운 핵문제가 60일 내 합의될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한다.

15일(이하 현지시간) 휴전 합의에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 선물은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영국일광절약시간대(BST) 오전 10시9분 기준 전장보다 4.5달러(5.29%) 하락한 배럴당 82.83달러에 거래됐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뉴욕상품거래소에서 미국동부일광절약시간(EDT) 오전 5시9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4.66달러(5.5%) 하락한 배럴당 80.22달러에 거래됐다.

<로이터> 통신을 보면 KCM트레이드의 수석시장분석가 팀 워터러는 "지정학적 위험으로 인한 원유 가격 상승분이 거래자들이 원유 공급이 복구될 거라는 전망을 가격에 반영하며 상당히 공격적으로 해소 중"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가격은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시기에 달렸지만 비교적 낙관적 전망도 있다. <로이터>를 보면 호주 커먼웰스은행 상품전략가 비벡 다르는 "(해협 정상화 관련) 불확실성은 연말까지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배럴당 80달러에 도달할 거라는 우리 전망에 상방 위험을 제시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흐름이 전쟁 전 60~70%만 회복돼도 원유 시장이 전쟁 전 공급 과잉 기대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고 관측했다.

다만 기뢰 제거, 손상된 시설 수리 등으로 호르무즈 정상화에 최소 몇 달이 걸릴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아직은 신중한 목소리가 많다. <파이낸셜타임스>(FT)를 보면 보안·위기관리전문기업 EOS리스크그룹 자문 책임자인 마틴 켈리는 휴전 기간 중 보복 공격이 이어진 점을 고려할 때 어떤 합의든 견고함에 대해선 "비관적"이라고 밝혔다.

미 조지 메이슨대 선임연구원 우무드 쇼크리는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에 현 상황은 투자자들이 "최악 시나리오 발생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평가하는 데 따른 것이며 "합의 약화 조짐이 보이면 빠르게 변동성이 다시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온라인 거래 제공업체 IG 시장분석가 토니 시카모어는 "향후 60일 동안 진행 될 다음 협상, 특히 핵협상 측면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원유 가격이 당분간 현재 수준에서 더 크게 하락할 걸로 보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를 보면 금융서비스사 MST파이낸셜 에너지 분석가 사울 카보닉도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도 해상 물류망 복구, 손상된 에너지 기반시설 수리, 고갈된 원유 재고 보충 등 요인 탓 "2027년에도 원유 시장은 공급 부족 상태에 놓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멘 후티 반군이 가자지구 전쟁 항의를 구실로 봉쇄했던 홍해 교통량이 아직 절반 밖에 회복되지 않은 사례도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전망을 낙관하기 어렵게 한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다르면 캐나다 RBC캐피털마켓츠 글로벌상품전략책임자 헬리마 크로프트는 "현재 홍해 교통량은 분쟁 이전 수준보다 56% 감소했다"며 주요 해운사들이 바브알만데브 해협 안보 우려로 이 항로를 계속해서 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쟁으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새겨진 건 근본적 위험으로 작용한다. 카보닉은 이번 합의는 "원유 공급 회복을 위한 길고 복잡한 과정의 시작에 불과하다"며 "호르무즈 해협 통행은 느리고 부분적으로만 재개될 수 있으며 언제든 봉쇄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트럼프가 이란에 사실상의 해협 통제권을 넘긴 만큼, 향후 이 해협 통과 선박 위엔 '다모클레스의 검(머리 위 말총 한 올에 매달린 칼)'이 드리워져 언제든 이란에 의해 방해될 위험이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 여전히 '호르무즈 권리' 주장…미국, 이란 통행료 징수 인정 보도도

휴전 합의문이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이란 반관영 <메흐르> 통신은 이란 협상팀 전략 고문 모하마디를 인용해 휴전 양해각서(MOU)가 14개 항으로 이뤄져 있고 이란과 레바논을 포함해 보든 전선에서의 휴전 및 새 군사작전 금지, 관련해 이스라엘의 준수까지 미국이 보장, 합의서 서명 즉시 이란 해상봉쇄 해제, 30일 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전 수준으로 선박 통행 복구, 3000억달러(약 454조원) 규모 재건 기금 조성, 고농축 핵물질로 핵 관련 논의 한정, 30일 내 이란 주변 지역에서 미군 철수, 단계적 제재 완화 등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모하마디는 해상봉쇄 해제, 동결 자산 해제, 석유 제재 중단, 레바논 전쟁 종료가 이행되는지 지켜본 뒤 "다음 단계를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란 쪽은 호르무즈 해협 관련 불안감을 남기기도 했다. 모하마디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현재 이란이 수수료를 받고 있고 "수수료 징수 권리는 이란과 오만이 독점적으로 보유한다"며 이는 향후 어떤 합의에도 변하지 않을 거라고 주장했다.

미국 측이 이란의 통행료 징수를 인정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이란 <파르스> 통신은 이날 정통한 소식통이 "협상 막바지에 양해각서 문구가 변경됐으며,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과 오만의 주권 행사를 확고하고 명시적으로 강조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이전 버전의 초안에는 호르무즈 해협 내 이란의 권한과 조치를 보장한다는 용어가 포함돼 있었으나 수정된 문서에는 "호르무즈 해협 내 해상 서비스의 향후 관리"는 이란과 오만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명시됐다. 통신은 "소식통에 따르면 '해상 서비스'라는 용어가 명시적으로 사용된 것은 미국이 이란의 관련 서비스 요금 징수 권리를 사실상 수용한 것을 의미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이 원칙은 문안의 다른 곳에서도 반복된다. 이란은 오직 60일 동안만 선박의 무상 통항을 허용하는 것"이라며 "미국이 요금 징수 원칙을 수용하는 대신, 이란으로부터 단 60일간의 면제 기간만을 확보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이 소식통은 60일 간의 협상 기간이 지난 후에는 이란이 안전, 항행, 환경 및 보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업용 선박 통항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국가 경제 발전을 지원하는데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합의에 대한 오만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협상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합의가 호르무즈 해협의 "영구적인 통행료 면제"를 보장한다고 밝혔다. 신문은 전쟁 이전 이란이 해협 통행료를 징수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 전쟁 이전 상태로의 복귀를 축하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고농축 우라늄, 이란 내부서 희석될 듯

까다로운 핵문제를 다음 단계 협상으로 넘긴 만큼 60일 내 합의가 성사될지 지켜봐야 한다. 쟁점 중 하나인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은 현지에서 희석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합의 내용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모든 고농축 우라늄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 아래 현지에서 희석될 거라고 보도했다.

모하마디도 <메흐르>에 농축 우라늄이 희석된 뒤 "국내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필요시 단기간에 더 높은 농축 수준으로 복구 가능하다"고도 했다. 또 협상에서 고농축 우라늄 처리 외 다른 사안을 논의하려면 양쪽의 동의가 필요하며 최종 합의가 체결되더라도 이란의 의무는 핵무기 개발 금지 및 60% 고농축 우라늄 재고 처리에 국한될 거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고농축 우라늄 재고 처리에 시급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핵먼지(고농축 우라늄)는 준비가 됐을 때 수거할 것"이라며 "앞으로 한 두 달 걸릴 거고 서두를 건 없다"고 했다.

전문가 "미·이란, 각자 인질 잡고 있어…협상 60일 넘길 땐 위험"

이란이 중점을 두는 동결자산 해제는 단계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미 CBS 방송은 행정부 당국자들이 양해각서 관련, 이란이 동결자산 중 120억달러(18조원)를 곧바로 받을 수 있다는 부정확한 정보가 도는 데 불만을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국자는 제재 해제는 이란의 이행에 따라 단계적으로 진행될 거라고 설명했다.

<메흐르> 또한 모하마디를 인용해 합의 이행 초기 단계에서 동결자산 절반을 해제하는 게 논의 중이지만 2단계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포괄적 해제는 없을 거라고 설명했다. 독일 <도이체벨레>(DW)는 미 당국자들이 이란 동결 자산 일부를 걸프 지역 미 동맹국들이 입은 피해를 보상하는 데 사용할 것을 논의 중인 걸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협상 내용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60일 휴전 기간 동안 이란이 원유를 판매할 수 있도록 제재 면제 조치를 부여할 거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이 복잡한 협상이 두 달 안에 마무리될 수 있을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2015년 이란 핵합의엔 이보다 거의 10배 긴 시간이 걸렸다. <파이낸셜타임스>를 보면 영 싱크탱크 채텀사우스 사남 바킬 중동·북아프리카 책임자는 "미국은 제재와 공습 위협,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인질을 각자 잡고 있는 셈"이라며 이 국면이 60일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있고 이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국방 "레바논 계속 주둔…이란이 레바논 구실 공격 땐 전력 대응"

협상 타결 직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공습해 찬물을 끼얹었던 이스라엘의 향후 움직임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을 보면 15일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에 계속 주둔할 예정이며 이란이 레바논 문제로 공격해 온다면 "전력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혀 우려를 키웠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란 합의 관련 즉각적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이스라엘 내부에선 이번 합의에 대한 불만이 팽배하다. <뉴욕타임스>는 이란 합의 내용에 정통한 이스라엘 소식통이 이번 합의가 고농축 우라늄 처리에 대한 명확한 답이 없고 이란 핵프로그램에 대한 충분한 제한도 없어 이란의 선의에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합의가 이란 정권 붕괴를 초래할 조건을 조성하는 대신 이란으로 자금이 흘러가도록 용인했으며, 대리 세력 지원 중단에 대한 명확한 해법 없이 이스라엘이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에 대한 군사 작전을 중단하게 한다고 비난했다.

<파이낸셜타임스>를 보면 미 싱크탱크 랜드연구소 시라 에프론 연구원은 "이란을 군사적 압박으로 굴복시킬 수 있을 거란 추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이스라엘에서 이 사태를 성공으로 포장하긴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정치권 대이란 강경파 설득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린지 그레이엄 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합의 관련 이란 쪽 시각이 미국 협상팀 주장과 차이가 있는 것 같아 다소 우려된다"며 "이란 핵 프로그램 및 기타 사안 관련 향후 협상 과정을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북부에서 바라 본 레바논 남부 파괴된 건물들을 배경으로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기가 보인다. ⓒAP=연합뉴스

김효진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