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출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조사에서 확인된 높은 긍정 여론을 보면, 다주택자 규제가 높은 지지율의 주요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은 최근 1998년부터 보유해 왔지만 현재는 거주하지 않고 있는 분당의 아파트까지 매각하며 '부동산 시장 정상화'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다주택자든 '똘똘한 한 채'든 부동산 투기를 규제하는 것에 적극 찬성한다. 규제 정책이 발표되자 쏟아져 나오는 부자들의 앓는 소리를 옹호할 생각은 없다. 일반적인 노동소득으로는 범접할 수 없는 서울의 집값이 상식적인 수준이 되기를 바란다. 다만, 그러한 변화가 실질적으로 사람들의 고통을 줄이는 데까지 나아가기 바라는 마음으로 몇 가지 근본적인 한계를 짚고자 한다.
우리는 현 정부의 부동산 시장 정상화 노력이 두 가지 중요한 한계를 안고 있다고 판단한다. 첫째는 부동산 문제를 개인의 탐욕 문제로 환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비정상적으로 상승한 집값의 원인으로 탐욕을 가진 개인들을 지목하고, 이들을 겨냥한 규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문제는 이들의 탐욕적 투기 이상의 사회적·구조적 원인들이 얽혀 있다. 수도권 집중이 그 대표적인 예다.
서울 집값이 비싼 이유는 단지 '서울'이라서가 아니다. 서울에 산업과 공공 인프라, 교육 인프라 등 모든 차원에서 자원이 집중된 결과다. 그리고 이러한 자원의 집중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라 국가의 자본 축적 전략에 의한 것이었다.
1960년대부터 국가 주도의 수출 전략 안에서 농촌과 비수도권은 값싼 노동력의 공급원과 저곡가 정책의 희생양이 되었다. 경제위기 시에는 항상 수도권 규제완화가 뒤따랐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더욱 커졌다. 그렇다면 국가는 단지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는 것을 넘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에 형성된 수탈적 관계에 개입할 책무가 있다. 행정통합 등 지방소멸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이는 지역 간 불균형을 심화시킨 자본 집중의 논리를 그대로 유지한 채 행정 단위만 통합하는 방식이어서, 문제를 낳은 구조의 연장선상에 불과하다.
투기꾼만 없으면 모든 주거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단순한 인과관계는 현실을 왜곡한다. 대통령의 다주택자·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발언이 강경해질수록 많은 사람이 통쾌함을 느끼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다주택자에 대한 도덕적 비난의 서사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함으로써 문제를 개인 간 관계로 축소하며, 그밖의 구조적 문제들은 가린다. 이것은 무엇을 문제로 볼 것인가를 규정하는 일종의 통치 효과다.
두 번째로 짚고 싶은 것은 현 부동산 정책 담론에서는 자본이 중심이 되고,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통령은 분당 아파트를 매각한 뒤 그 자금을 ETF 등 금융 투자로 운용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뜻을 밝혔다.
이는 그냥 나온 발언이 아니다. 평소에도 부동산 시장 정상화와 자본시장 정상화를 함께 언급하며, 자산 축적의 핵심 기제를 부동산에서 주식 투자로 이동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왔다. 이를 '모두의 경제'라 이야기하지만, 주식 시장 역시 자본이 자본을 낳는 부익부 빈익빈 메커니즘이 작동하기는 마찬가지다. 투기의 무대를 부동산에서 금융 시장으로 옮기는 것이며, 체제의 연장에 불과하다.
한편, 대통령은 다주택자를 압박하면 '전월세 불안'을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매물이 증가하면 집값이 떨어지고, 전월세 가격도 수요가 줄어들며 안정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장기적으로 그대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단기적으로 특정 조건에서는 주거 불안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다. 지금의 부동산 정책이 사람들의 삶을 중심에 놓은 정책이라면, 집값이 떨어지면서 전월세 가격도 안정될 거라는 무책임한 낙관보다는 그 과정에서 실제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는 사람들을 먼저 고려한 섬세한 설계를 고민했을 것이다.
이러한 한계가 드러나게 되는 결정적 이유는 정부가 문제를 규정하는 전제와 관점 때문이다. 현재 정책들은 결국 '부동산 시장 정상화'에 머무른다. 부동산 투기에는 반대하지만, 여전히 주택이 '상품'이라는 전제는 달라지지 않았다. 정책 목표는 누구든 안정적으로 쾌적한 환경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아니라, 부동산 시장 가격이 과열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그러니 강남 집값이 떨어지고, 서울의 집값 상승률이 둔화된 것이 정책 성과처럼 보도되는 동안, 집값이 내려도 달라지지 않는 삶들의 소외는 변함이 없다.
다시 말하지만, 노동소득으로는 범접하기 어려운 수도권 집값이 낮아지고, 전월세 가격도 안정되길 바란다. 과거 정권을 떠올려 보면 이것만 해도 쉬운 과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전제와 방향이 수정되지 않는다면, 정부의 뜻대로 이루어진다 해도 실질적으로 사람들의 고통을 줄이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다. 더 나아가 정권이 교체될 경우 언제든 다시 부동산 공화국으로 회귀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근본적으로 주거를 탈상품화해야 한다. 집값이 오르내리는 것과 별개로 누구든지 안정적 주거를 향유할 수 있도록, 논의의 첫 단추를 권리의 관점에서 다시 끼워야 한다. 현 정책 담론에서 집값이 떨어져도 주택의 '실소유자'가 되기 어려운 사람들은 그저 전월세 가격 안정이라는 부수적 혜택을 기다리는 수혜자로만 존재하며, 정책 설계의 주체로 호명되지 않는다. 이는 소유를 기준으로 시민의 지위를 배분하는 자본주의적 주거 체제의 논리를 여실히 보여준다.
주거를 권리로 본다는 것은 비소유자를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주거 보장의 고유한 권리를 갖는 시민적 주체로 대우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국가는 부동산 투기꾼에게 철퇴를 내리는 심판자 혹은 과열된 시장의 관리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수도권 자원 집중에 대한 역사적·구조적 책임과 주거 공공성 강화의 의무 담지자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그 시작은 주거를 상품이 아닌 권리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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